현수막 내걸고 홍보…정당 다른 지역에서는 비방까지
경기도청사 전경./경기도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도가 지난 연말 4500억 원에 달하는 특별조정교부금을 한꺼번에 푼 것을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 치적 다툼을 벌이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지난해 책정한 특별조정교부금 4900여억 원 가운데 92%에 달하는 4500여억 원을 지난 연말 집중적으로 배분했다.
수원시에 370억 원으로 가장 많이 교부됐고 과천시는 51억여 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별조정교부금은 시·군이 추진하는 지역개발사업이나 둘 이상의 시·군이 연관된 광역행정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 등에 지원하는 교부금이다.
재해 등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거나 재정 형평성을 위해 분배할 수도 있다.
교부는 시·군이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과 협의해 현안 사업을 도에 제출하고, 정치권이 이를 다시 경기도에 요청해 지원액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지역 의원들의 정치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되기도 한다.
국회의원과 도의원들이 다음 선거를 의식, 교부금이 결정된 뒤 거리 현수막 등을 통해 홍보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 원의 돈이 단기간에 한꺼번에 풀리자 그 성과를 두고 지역 정치인들 간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과 도의원의 정당이 다른 곳에서 치열한 모습이다.
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이영희 도의원(용인1)은 지난 6일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용인갑)이 용인시 처인구에 배정된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58억 9000만 원을 마치 본인이 모두 확보한 것처럼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며 공개 비판했다.
이 의원은 "46억 9000만 원은 도의원들이 직접 노력해 확보한 교부금"이라며 "도의원의 성과를 가로채는 행위는 정치인의 기본 도리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식 의원 측은 "지역발전을 위해 국·도비 확보에 힘쓰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부천갑)은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122억 7000만 원을 염종현·이선구·유경현·박상현 도의원과 함께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같은 당 소병훈 국회의원(광주갑)도 임창휘 도의원과 함께 경기도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73억 7000만 원을 확보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국회의원과 도의원이 같은 당 소속인 곳에서는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도비를 확보했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특별조정교부금이 확정되면 해당 시·군에 알리고 국회의원 지역사무실과도 공유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의원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협조를 요청하는 사항도 있어 사업의 시급성 등을 토대로 형평성에 맞게 배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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