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부천시, 시장에는 '쩔쩔' 신임 부시장은 '무시'?
입력: 2025.01.02 18:51 / 수정: 2025.01.02 18:51
부천시청 전경./부천시
부천시청 전경./부천시

[더팩트|부천=김동선 기자]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이 부단체장(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은 '인사 교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기초단체장에게 권고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전국 대부분 광역단체가 기초 부단체장을 인사하는 관행이 굳어져 있다. 오래된 불씨다.

공무원 노동조합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대상자와 단체장과의 불화가 없다면 대부분 '눈 감고 아웅'하는 방식으로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부단체장들은 의외로 그들의 경륜과 능력보다는 단체장과의 관계 유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된다. 물론 정치인으로 변신해 자신이 부단체장으로 근무하던 지역에서 선출직 단체장으로 당선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1월 2일은 전국적으로나 연례적으로 부단체장 취임이 많은 날이다. 연말에 광역단체에서 임기를 마친 지역의 부단체장을 신규 임명하고, 이듬해 2일 시무식에서 공식 취임하기 때문이다.

부천시도 2일 오전 시무식에서 신임 부천시 부시장의 취임식이 함께 있었다. 기자로서는 당연히 취임을 마친 뒤 사진을 첨부한 보도자료가 배포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전 마감(통상 11시 30분) 전까지 신임 부천시 부시장의 프로필이 도착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시청 홍보기획관실에 전화했다.

- 프로필 안 보내 주십니까?

= 요청한 언론사에만 따로 보내드립니다.

- 부시장 프로필은 모두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반면, 부천시장 관련 보도자료는 시시각각 제공된다. 이날 하루만 해도 '기획 보도자료-조용익 부천시장, 무안 합동분향소 찾아 항공 참사 희생자 추모', '추가 보도자료-부천시, 2025년 을사년 새해맞이 현충탑 참배', '기획 보도자료-조용익 부천시장 "2025년, 발상 전환해 새로운 변화 이룰 것"' 등 3건의 시장 관련 보도자료가 3차례에 걸쳐 각각 배포됐다.

부천시 신임 부시장은 2003년 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섰고, 교통 특히 광역 철도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철도국 광역도시철도과장과 간선급행버스체계과장을 역임했고, 경기도에서는 철도항만물류국장을 지냈다.

그래서 '주민 숙원 사업인 경인전철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부천시가 능력 있는 적임자를 적기에 받아들였구나'라고 판단했는데, 너무 앞서갔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부천시청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부단체장의 프로필 하나 제대로 배포하지 않으면서도 인사권을 쥐고 있는 단체장 관련 보도자료는 열심히 배포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들의 숙명인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새로 오신 '손님'에게 할 태도는 아닌 듯싶다.

참고로 뒤늦게 보내준 부시장 프로필마저, 취재를 보충하지 않고는 기사를 쓸 수 없는 상태였다.

‘학력 - UNIV. OF BIRMINGHAM, DENVER.’ 어쩌란 말인가.

추가 취재를 해보니 그는 영국 버밍험대학교에서 도시지역정책학 석사를 취득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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