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규합해 시의회 장악, 예산 삭감 '칼날' 휘둘러
소탐대실하는 포항시의회, '권불삼년' 우려도 나와
포항시의회 본회의 모습./ 포항시의회 |
[더팩트ㅣ포항=박진홍기] '시민을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는 실종됐다. 대신 이기적인 패거리 정치만 남았다.'
제9대 후반기 포항시의회는 12월 현재 국민의힘 초선·다선, 민주당 등으로 분열돼 '한 지붕 세 가족'의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각종 위원회 관계는 껄끄럽고 선후배 의원들 간에는 질시와 반목이 팽배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도 협치는커녕 외면과 비난만 있다.
어떻게 하다 포항시의회가 불과 6개월 만에 이렇게 된 걸까?
사달은 지난 7월 초 취임한 김일만(국민의힘) 의장이 남·북구 초선들을 규합해 후반기 상임위원장 독점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전체 시의원 33명 가운데 17명이 뭉치면 본회의 과반수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시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예결위도 맘대로 구성할 수 있다. 예결위(11명)는 상임위원장과 의장의 추천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관행적으로 상임위원장은 경험과 관록의 3선 의원이 주로 맡아 왔고, 협치를 위해 민주당에도 한 자리가 돌아가곤 했다.
김 의장이 주도한 상임위원장 선출 결과는, 무려 초선 4명이 직을 차지하면서 다선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민주당(7명)도 완전히 배제됐다.
여기서부터 시의원 공천권을 가진 김정재(포항북) 국회의원의 '배후 조종설'이 본격 등장한다. 이런 판짜기는 김 의장 독단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남구 초선들의 집단행동을 방치(?)'한 이상휘(포항남) 국회의원의 의중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역에는 '현 남구 시의원들에게, 차기 지방선거 공천을 안 주기 위한 담쌓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포항시의회. |
11월이 되자 시의회는 예결위를 구성하면서 내홍이 더욱 깊어졌다.
그동안 예결위원장은 주로 3선이 맡아 왔고, 위원들도 정당별로 배려돼 왔다.
하지만 김 의장은 초선 상임위원장들의 지원 하에 예결위를 초선 10명 등으로 구성해 버렸다.
거기에다 김정재 국회의원 측근인 비례 초선 김하영 의원이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시의회 안팎에서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6학년이 맡을 초교 총학생회장을, 1학년이 맡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상임위와 예결위 주도권을 거머쥔 김 의장 측은 결국 지난 20일 내년 예산안 본회의에서 예산 삭감의 '칼'을 휘둘렀다.
김정재 국회의원과 불편한 이강덕 포항시장 주요 시책 예산과 비판적인 지역 언론사들 각종 사업비가 대거 삭감됐다. 반면 그의 지역구 예산은 모두 살렸다.
지역 정가에 밝은 A 씨는 "포항시의회에는 현재 당근과 채찍 등 온갖 술수가 난무한다"면서 "다음 선거에는 '정치인, 다 바꿔'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소탐대실'하는 포항시의회가 불안해 보인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t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