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예결특위, 독단적 예산 편성·삭감…'지역 국회의원의 대리전' 비판
입력: 2024.12.24 06:00 / 수정: 2024.12.24 06:00

시장 견제와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예산 삭감
국회의원 지역구 예산은 상임위 논의 없이 편성
백인규 전 의장 "민주주의 훼손"


포항시의회 전경./포항시의회
포항시의회 전경./포항시의회

[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경북 포항시의회(의장 김일만) 예결특위가 기준이나 명분 없는 예산 삭감 및 편성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의 껄끄러운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또는 지역 국회의원을 비판한 언론사의 사업비만 골라 삭감해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심지어 상임위 등과 사전 논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해당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편성해 지적을 받고 있다. 의회가 시민의 대표자가 아닌 지역 국회의원의 대리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포항시의회는 제320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2조 89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예결특위는 시 집행부의 ‘의과대학 포항 유치 홍보비 2억 원’ 중 절반인 1억 원 삭감 등 많은 주요 시책 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김정재 국회의원(포항북)의 이강덕 포항시장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시의회가 대리해 총대를 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포항시장 공천을 두고 경쟁한 뒤 지난 11년 동안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 왔다. 3선 이강덕 시장의 향후 국회의원 선거 출마 가능성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또 예결특위는 이날 ‘소방안전대회’와 ‘철길숲 가곡제’ 등 지역 언론사들의 사업비 수천만 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들 언론사는 최근 김정재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한 곳들이어서, 김 의원이 시의회를 통해 ‘언론 재갈 물리기’를 하고 있다는 의심도 낳고 있다.

김상민 포항시의원(민주당)은 "시 집행부의 필수 홍보비 삭감과 언론 예산 삭감에 원칙이나 기준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포항시의회 백인규 전 의장이 지난 3일 포항시의회의 독단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현 의장단을 신랄히 비판했다./포항시의회
포항시의회 백인규 전 의장이 지난 3일 "포항시의회의 독단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며 현 의장단을 신랄히 비판했다./포항시의회

반면 김정재 국회의원의 지역구 예산인 북구 두호행정복지센터 주차장 예산 13억 원은 상임위에서 삭감됐으나 예결위에서 되살아 났다.

북구 중앙동 주차장 관련 예산 53억 원 역시 상임위 사전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박희정 포항시의원(민주당)은 "김정재 국회의원의 북구 예산은 상임위와 논의 없이 모두 배정됐다"면서 "이번 예결위는 초선 의원 경험 부족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박희정 시의원의 지적대로 이런 예결특위의 행태는 초선의원들로 구성됐을 당시부터 우려를 낳았다.

지난 7월 초 9대 후반기 포항시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김일만 의장은 5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초선으로 내정했고, 이어 이들 상임위원장들의 추천을 받아 다시 예결특위를 초선으로만 구성하면서 의회 파행 운영을 예고했다.

시의회는 국민의힘 초선과 다선, 민주·개혁신당 의원으로 분열되면서 ‘한 지붕 세 가족’ 간의 내홍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 같은 구도가 형성되면서 지역 정가에선 초선 의원들은 김일만 의장의 영향을 받고, 김 의장은 김정재 국회의원의 영향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고 분석한다.

김 의장은 김정재 국회의원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김 국회의원으로부터 시의원 공천을 받은 뒤 시의회 하반기 의장이 됐다.

즉 김정재 국회의원 측이 ‘얼굴마담 김 의장을 내세워 시의회를 장악했다’는 배후 조종설을 제기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이 이번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에 대해 백인규 전 의장은 지난 3일 시의회 정례회에서 "시민 신뢰가 실망에서 분노로 확대되면 의회의 존재 이유는 없어진다"며 "현 포항시의회의 독단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현 의장단을 신랄히 비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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