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자 의무 배치·작업 지휘자 대체 근무 금지 빠져
안일한 대책·안전관리 인식 부재 등 지적 많아
금호타이어 전경. /더팩트 DB |
[더팩트 l 광주=나윤상⋅이종행 기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사가 올해 하반기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전대책(안)에 대해 합의·서명을 했으나 안전사고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유도자 배치 등 핵심 쟁점 내용은 합의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12월 9일 자 <더팩트> '금호타이어 안전사망사고, 매뉴얼 미준수 의혹 제기돼' 기사 참조)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사는 지난 7월 23일 광주공장에서 '긴급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고 9개 안건에 대해 합의(의결)한 뒤 노사 합의안에 서명했다. 당시 참석자는 노동자 측 7명과 사측 7명 등 모두 14명이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정련 공장 2층 메인통로 사각지대 해소 △보행자 전용 이동통로 확보 △적재 공간 확보 △작업 지휘자 특별 교육 및 역할 수행 △중대재해 발생 시 사원 트라우마 치료 △응급환자 후송 시스템 개선 △전 공정 운반 차량 속도(10km/h) 준수 △안전보건 예산 확보 및 집행 △안전사고 감소를 위한 상호 협조 등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에는 지게차 운전자가 짐을 싣고 작업장을 이동할 땐 시야 확보 차원에서 유도자(신호수)의 수신호 등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는 '유도자 의무 고용 후 배치' 내용이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계 하역 및 운반기계 안전작업계획서'(매뉴얼)상 지게차 1대당 작업 지휘자·지게차 운전자·유도자 등 3명을 의무·배치해야 한다.
앞서 지난 7월 2일 오후 5시쯤 광주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2층 고무 생산작업 구간인 타이어 정련 공정 현장에서 지게차 '포크'에 실린 고무가 1m 아래로 떨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40대 작업자가 고무 더미에 깔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번 사망사고는 유도자 의무 배치 규정을 어기고 작업 현장을 지켰어야 할 작업 지휘자마저 대체 업무차 다른 생산 공정에 투입된 상황에서 지게차 운전자가 홀로 짐을 싣고 이동하다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사측이 '안전관리'를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내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또 '작업 지휘자 역할 수행'에 대한 합의 내용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합의안은 작업 지휘자로 지정된 인원에 대해선 특별교육을 한 뒤 관련 업무를 성실히 수행토록 한다는 내용 이외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체 업무 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다.
올해 들어 금호타이어 국내·외 공장에서 사망사고 등 안전사고가 4건이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노사 합의안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인지 아니면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의 안일한 대책인지 의문이 든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동자 A 씨는 "사측은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이후에야 겨우 노사 합의에 나섰는데, 이는 (사측이) 그간 안전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유도자 의무 배치와 작업 지휘자 대체 업무 금지 등 주요 내용이 사실상 빠진 합의안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사측은 합의문 내용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노사 합의 안건에 대한 작성 경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사측 공동위원장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취재진은 지난 2~3일간 노사 합의안에 서명한 노동자 측의 입장을 전해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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