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이 몽돌이 되는 ‘침식의 과정’을 모티브로 ‘고독의 참 의미’ 되묻는 주제의식 돋보여
전남 진도출신 박현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멀어지는 것들은 늘 가까이 있었다'(문학들)를 펴냈다./문학들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전남 진도 출신으로 광주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현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멀어지는 것들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다’(문학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고독’의 참 의미를 사색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인은 저마다의 형체를 지닌 모난 돌들이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침식해 간 과정을 고독의 의미를 탐색하는 모티브로 채용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가슴에 묻고 산 지 오래/완도 정도리 갯돌 밟으며 걷노라니/시시로 변하는 물빛 부서지길 몇 번//거품이 거품을 지우며 소스라치는/무변의 생존 곁에서 자신을 사르며/모질도록 저항했을 불안과/상처를 숨긴 낯빛 끝내 발하는//사계의 해조음처럼/변덕스런 시공을 살아 볼 일이지만/… 모난 돌 하나 찾기 힘든 구계등 바라/모나게 살고 싶던 날들의 신념 꺼내 보는가//오는 길 정 맞은 돌 몇 주워/빈틈 많은 생의 구멍을 메워 볼까/하는"(‘모난돌’ 부분)
박현우 시인은 수시로 변하고 무수히 부서지길 반복했을 침식의 세월을 보낸 후 모난 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 몽돌들이 숨기고 있는 ‘불안과 상처’를 주시한다. 몽돌은 처음부터 둥글둥글한 모습이 아니었고, 제각각 날카롭거나 울퉁불퉁한 ‘모’를 가진 개성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였음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의식속에 환기된 자각은 ‘더러는 모가 난다’는 이유 때문에 비판받거나 깨어질 수는 있지만, 때로는 ‘아픈 정을 맞기도 할’ 터이지만, ‘모나게 살고 싶던 날들의 신념’을 저버릴 수 없다는 주제에 천착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는 오랜 속담은 남다른 말과 행동 때문에 괜히 미움을 받기에 그걸 피해야 한다는 일종의 처세훈으로 작동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평균화하는 비개성화 내지 몰개성화로 내모는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적 질문으로 통렬하게 되묻고 있는 것이다.
임동확 시인은 추천사에서 "모난 돌이 몽돌이 돼가는 관점을 괴로워하는 시인의 고독은 자연적이고 공동체적인 향수로 만족하지 않는다. 주어진 사회와 길항작용하면서 그것에 활력을 부여하는 일종의 원형으로서 대 사회적이고 현재적인, 이른바 ‘의로운 고독’으로 이어진다"며 "(그리하여)시인의 고독은 한 인간이 타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은 채, 그 자신이 누구이며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되묻는 지점에 이르고 있다"고 평했다.
박현우 시인은 전남 진도에서 출생했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오랜 기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1989년 ‘풀빛도 물빛도 하나로 만나’(부부시집)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달이 따라오더니 내 등을 두드리곤 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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