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선수 꿈 접게 한 대구 배구부 가혹행위 선배 2명, 항소심서 ‘집행유예’
입력: 2024.11.28 10:04 / 수정: 2024.11.28 10:04

기절놀이에 성추행, 폭행, 강요 등

대구고등법원/대구=김채은 기자
대구고등법원/대구=김채은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고교 배구부 후배들을 상대로 가혹행위와 성범죄를 저지른 20대 일당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대구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승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등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 3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B(21)씨에 대해서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두 사람은 2023년 2월까지 대구지역의 한 고등학교 배구부에서 활동하며 가혹 행위를 한 혐의다. 2022년 8월 1일에는 B씨가 후배 3명(피해자)을 불러 세운 뒤 과호흡 후 흉부를 압박해 기절하게 하는 일명 ‘기절놀이’를 강요하고, 거절하면 ‘2학년 전체를 원산폭격 시키겠다’고 겁을 줬다. A씨도 이에 동조해서 기절놀이를 강요하고 후배들은 결국 의무에 없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이외에도 갖은 이유로 욕설하거나 수시로 폭행하고, 선수생활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행세했다.

또 개별 범행으로 A씨는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같은 배구부 숙소를 쓰는 후배 C(당시 16)군에게 자신의 성기를 비비는 등의 행위를 10여차례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22년 5월 27일에 학교 숙소 샤워장에서 D군(당시 16)을 추행하고, 6월경에는 서울 지역의 모텔에서 같은 방을 쓰면서 D군의 옷을 벗기고 항문을 강제로 촬영했다. 다음 달인 7월에는 또 다른 후배인 E군(당시16)의 전 여자친구를 언급하며 "오늘 내 생일이니, 네 여자친구 내가 먹어도 되느냐", "형이 가지겠다"는 등의 성희롱도 했다.

1심 재판에서 두 사람은 ‘기절놀이’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A씨는 징역 2년, B씨는 2년 4개월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이후 배구부가 사실상 와해됐고, 피해자들은 전학을 가거나 일부 피해자들은 배구 선수의 꿈을 포기하게 되는 등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악습에 젖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와 부모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A씨 등이 초범인 점 등을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A씨 등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에게 2000만 원씩 지급하고 합의한 점,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을 참작해 이번에 한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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