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시인 “연륜의 시어들에서, 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 느껴져"
고희를 맞은 전남 장흥 출신 백수인 시인이 세번째 시집 '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을 펴냈다. /문학들 출판사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백수인 시인이 세 번째 시집 ‘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문학들)을 출간했다. 고희를 맞은 시인의 연륜의 시어들에서 삶을 관조하는 사유의 깊이가 절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실린 시들 또한 인생 칠십에 이른 시인의 깨달음을 묵직한 울림으로 전한다.
수백 년 묵은 종가에서 우거진 풀을 매다가 무수한 뼈들을 발견한 시인은 "어떤 뼈에는 포악한 탐욕의 이빨 자국이 찍혀 있고/어떤 뼈에는 매미 우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새들 지저귀는 소리들이 화석으로 고여 있다/시간은 수많은 바람과 소리와 그림자들과 함께 지나가 버렸지만/그 단단함은 뼈의 모습으로 땅속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구나"(시간의 뼈)라고 노래한다.
또한 시인은 오래도록 걸어온 인생의 길들을 "새벽 바다는 온통 혼돈의 빛깔이었죠. 경계가 모호하고 밝은 빛은 허물어지고 뜻을 잃은 언어들만 굳세게 일어나는 인생의 뒤안길이 있었다" 고 혼돈의 바닷길로 되새기면서 "중저음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검은 배 한 척이 느릿느릿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게 안개를 걷어내는 한 줄기 빛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요"(안개 바다)라고 탄식했다.
백수인 시인은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시와시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바람을 전송하다’,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가 있다./ 문학들 출판사 |
시인은 고희에 이른 삶의 내리막길을 "이제 비로소/밀물은 스스로 썰물이 된다/썰물/모든 욕망 다 버리고 돌아서는/뒷모습이다"(밀물과 썰물)며 썰물에 비유해 쓸쓸하게 노래하기도 한다.
저자와 동향인 이대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라고 해설했다. 이 시인은 추천사에서 "백수인의 이번 시집은 물의 이미지가 많고, 청각적 심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것은 시인의 사유가 깊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눈이 밖으로 향하면, 풍경이 보일 것이고, 마음의 눈이 안으로 향하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사람의 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 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바다처럼 큰 귀로 받아들일 세계가 자못 궁금하다. 우주의 신음을 듣기 시작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고 말했다.
백수인 시인은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시와시학’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바람을 전송하다’,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가 있다. 저서로 ‘현대시와 지역문학’, ‘소통과 상황의 시학’, ‘소통의 창’, ‘장흥의 가사문학’, ‘기봉 백광홍의 생애와 문학’, ‘대학문학의 역사와 의미’가 있다.
조선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내다 정년퇴임했으며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 대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5·18기념재단 이사,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와시학’, ‘원탁시’ 동인이며, 조선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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