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영광군청 모여 기도와 순례…올해로 12주년
"한빛원전 6호기, 한 번 사고 나면 피해 돌이킬 수 없어"
원불교 탈핵순례기도회가 12년 째를 맞이했다. 사진은 순례자들이 영광 한수원 한빛원전 앞에서 2차 기도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영광=나윤상 기자 |
철학자 비트켄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라"고 했지만 예상할 수 있는 위험까지 침묵하지는 못할 것이다.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전 1⋅2호기가 그 위치에 서 있다. 지난 2012년 한빛원전은 1호기와 3호기에서 냉각용 배관 균열과 제어봉 관통관에 미세균열로 인한 위험성으로 우려를 안겨줬다.
현재 한빛원전 1호기는 설계수명 391일을 남겨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빛원전 1호기에 대해서 설계수명이 끝나면 연장을 하지 않고 폐로를 하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장가동으로 선회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빛원전 가동을 중지하라는 조용한 울림이 12년간 지속되고 있다. 원불교 교무와 교도들이 매년 11월에 모여 순례기도를 하고 있다. <더팩트>가 그 현장을 함께 했다. [편집자 주]
전남 영광군청에 모인 순례자들이 1차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영광=나윤상 기자 |
[더팩트 l 영광=나윤상 기자] 24일 오전 10시 30분. 전남 영광군청 주차장 앞 기목나무 주위로 40여 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강원도 양양, 경북 성주 등 전국에서 모인 원불교 교무와 교도들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매년 순례기도를 한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았다.
첫 모임은 2012년 11월 26일로, 한빛원전 균열사태가 일어났던 시기다.
한 교무는 "2012년 처음 순례기도를 하면서 내 건 요구가 세 가지였다"며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반대,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 그리고 설계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순례기도는 영광군청에 모인 사람들이 1차로 기도하고 한빛원전까지 22㎞를 걸어가서 2차 기도를 하는 조용한 시위다.
코로나 시기에는 걷는 것을 멈추고 기도만 했다.
코로나가 끝나자 다시 걷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22㎞를 다 걷지 않고 홍농읍에 위치한 홍농소방서에서부터 한빛원전까지 약 3㎞를 걷는다.
원불교 순례자들이 홍농읍 홍농소방서에서 한빛원전 앞까지 도보 순례를 하고 있다./영광=나윤상 기자 |
12주년째 같은 내용으로 기도하고 있다. 바로 영광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반대다.
기도를 집도한 교무는 "내년 12월 22일이 설계수명 40년이 만료가 되는 날로 이 날을 앞두고 12년차 627차 생명평화 탈핵순례 기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빛원전 수명연장 반대를 염원하고 있지만, 한빛원전 측과의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2일 영광 한빛원전 수명연장을 위한 영광 주민 공청회는 지역사회 반발로 무산됐지만 두 달 뒤 2차 공청회는 진행됐다. 한수원으로서는 형식적 절차를 마친 셈이다.
오광선 원불교 환경연대 책임대표(57)는 "1차 공청회는 막았는데 2차는 막지 못하고 넘어갔다. 일부 주민들이 참석을 했지만 한수원 우호세력들을 모아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수원은 절차적 공청회가 끝났으니 이제 원안위에 승인을 받아 절차를 진행하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이 형식적이 아닌 공청회를 할 의지가 있었으면 공청회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깊게 듣는 자리가 필요했을텐데 정치적 논리로 수명연장을 한다는 것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빛원전 앞에 도착한 순례자들이 2차 기도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영광=나윤상 기자 |
주민들이 한빛원전 1⋅2호기의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까닭은 안전성 문제 때문이다.
한빛원전은 6호기가 모여 있어 하나가 폭발하면 다호기가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바로 이런 경우다.
한빛원전 앞에 도착한 순례자들은 2차 기도를 끝으로 12주년 행사를 조용히 마무리했다.
이들의 염원과는 반대로 영광 한빛원전 1⋅2호기는 설계연장 기한이 끝나도 10년 더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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