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최고 덕목은 ‘공감의 지혜’"
“윤 대통령, 공감능력 키울 기회 없어 외골수 국정운영”
여의도 생활 6개월을 맞은 양부남 국회의원(민주당 광주광역시당위원장)은 "국회의원은 한가한 자리인 줄 알았다는 지난 생각을 취소하고 반성한다"고 바쁜 일상을 전했다./광주=나윤상 기자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은 검사와 정치인의 존재방식 차이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자주 품었을 듯 싶다.
윤 대통령과 동년배이며, 고검장이라는 검찰 고위직을 거친 후 국회의원이 된 양부남 의원은 그 차이를 '공감능력의 격차‘라고 언론인들에게 곧잘 말하곤 했다.
이제 양 의원의 이 언급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팩트>가 양부남 의원을 만났다.
대담은 지난 24일 양 의원 후원회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22대 국회 개원 후 6개월을 맞고 있다. 그동안 여의도 생활 소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국회의원들이 한가할 줄로 알았다. 그런 생각으로 비판도 했었다. 이제 그 말을 취소하고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쁘다. 점심도 굶을 때가 많다. 식사 시간 아끼려고 도시락에 김밥도 많이 먹는다. 솔직히 선거 때도 도시락 안 먹고 김밥 안 먹었다.
기본적으로 제가 당에서 지금 맡고 있는 게 많아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상임위 활동 외에도 명태균 게이트 진상본부 활동도 하고, 검찰 독재 팀에도 들어가고, 또 공익제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지역위원회 관리도 해야 하고, 또 시당위원장이 돼 광주시 전체 문제에도 관여를 하다 보니까 뱁새가 황새 걸음하다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다. 요즘은 장외 투쟁집회 참석까지 해야 하는 판이라 더 바빠졌다.
-법조인 양부남과 정치인 양부남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엄청난 차이가 느껴진다.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검사 시절에 폼 잡고 갑질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우선 많이 겸손해졌다. 이제 낮은 자세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고 상대의 얘기를 경청해야 한다.
검사 시절에는 수사와 관련해서 선험적으로 어떤 원칙을 정해놓고 이게 맞는 것이지 너희들 알면 뭘 알아, 그렇게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자기주장이 강했지만 정치는 그럴 수 없지 않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그런 자각이 없기 때문에 국정 운영을 외골수로 하며 난맥을 자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늘 언론에서 자주 했던 얘기지만, 윤석열 대통령도 저와 똑같은 삶을 살았다. 검사의 사고를 탈피하고 정치인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
꽃가마 타고 검찰총장 하다 바로 대통령이 됐다. 공감능력을 키울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한동훈 대표도 마찬가지다. 한 대표도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동년배이며 검찰 내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온 양부남 의원은 정치인의 가장 소중한 덕목은 공감능력이며 "윤 대통령은 공감능력을 키울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외골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광주=나윤상 기자 |
-특검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은 잘 되고 있는지?
잘 되고 있다. 광주 인구가 140만인데 어제까지 14만 명 정도 서명을 받았다. 전국 1등이다. 광주시당위원장으로서 전국 1등해서 기분은 좋지만 이 대목에 있어서 나는 약간 가슴이 아프다.
서울 인천, 경기 수원 얼마나 인구가 많고 민주당지지 세력이 많은 곳인가. 그런데 광주가 1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좀 서글프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가 가시화되면서 지지자들이 상심이 크다. 법조인 출신으로 이후 진행될 재판 어떻게 보는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백현동에서 식품연구원 용도 변경 해준 게 이재명 대표 자기 마음대로 해놓고 협박받아서 거짓말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김문기 건은 이제 다 무죄로 끝났고, 성남시의원이 SNS에 사진의 일부만 오려내 올린 것에 대해 사진을 조작한 것이라고 했던 발언이 골프를 안 친 걸로 해석됐다고 해서 유죄를 선고했는데, 이 부분은 항소심에서 바로잡힐 것으로 생각한다.
백현동 부분에서는 협박에 의해서 용도 변경을 한 게 아니고 이재명 대표 본인이 알아서 용도 변경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앞뒤가 안맞는다. 공문이 성남시로 23차례나 갔다는 거 아닌가. 이것은 얼마든지 압박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압박받았다는 것을 협박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행태를 보면 뭔가 답을 정해놓고 미운 놈은 어쨌든 엮어내는 데 필요한 자료만 제시하고, 예쁜 놈은 법망을 벗어나게 하는 데 필요한 자료만 붙이는 그런 경향이 눈에 띈다. 수사는 그렇게 해선 절대 안 된다.
양 의원은 인천세관 마약수사 용산 외압 의혹, 오세훈 시장 한강버스 사업 비실효성 제기, JMS 이단 종교 신봉 경찰관 적발 등을 자신의 이번 국감활동의 가장 큰 성과로 내세웠다./광주=나윤상 기자 |
-지난 국감에서 우수한 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스로 내세우고 싶은 성과는.
초선 의원으로 국정감사를 처음 해봤다. 지난 8월말에 시당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5월 말에 국회 가서 한 달 반 정도 여의도 활동을 하다가 7월 중순부터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9월부터 국정감사가 열리는데 처음 생각으로는 국정감사 준비는 닥쳐서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니까 기존 의원들은 7월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원 사무실 직원들 중에서도 딱 한 명만 국회 근무 경력이 있고, 나머지는 나를 포함해서 한 번도 국회에 근무 안 해 본 사람들이었다. 다뤄야 할 사안은 방대하고 답답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제가 성과로 치는 것은 마약 수사에 용산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가 처음으로 이슈화했다는 점이다. 국감 전 청문회 때도 하고 현안 질의 때도 제가 질의를 했지만 동료 민주당 의원들마저 확신을 안 가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국감 때 의원들과 함께 인천세관 현장을 갔다. 현장을 탐방한 후에야 의원들은 누군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마약반입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공감했다.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은 현재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한강버스’ 사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한강 그레이트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사업의 내용이 뭐냐하면 한강에 시속 20노트로 가는 버스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한강 수상버스를 이용하면 마곡에서 잠실까지 54분이면 간다고 홍보했다. 사실이면 얼마나 좋은 계획인가? 붐비지도 않고 마곡에서 54분이면 가는데. 하지만 제가 정보를 수집해서 검토하니까 한강버스는 20노트가 나오지 않았다. 최고 속도가 15노트였다. 그러면 54분이 1시간 40분이 걸린다. 1초 1분을 다투는 출퇴근 시간에 누가 그 버스를 타겠는가?
경찰 내에 JMS라는 이단교를 신봉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점도 내가 밝혔다. ‘사사부’라고 명명된 경찰관이 150명 정도 있다는 걸 내가 언론에 공개를 했다. 이와 관련된 내 질의에 대해 경찰청장은 개인의 신앙의 문제라고 했는데 이건 신앙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의 직무가 범죄로부터 국민의 신체와 생명을 지켜야 되는데 교주가 많은 여자들을 성폭력한 이단 종교를 경찰이 믿는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문제로 경찰관 한 명이 해임이 됐는데, 내 계좌로 육두문자를 연상케 하는 18원씩 10차례 돈이 들어왔다.
-지역 문제와 관련된 국감 활동 성과는.
기존의 5.18 관련법은 죽거나 다치거나 이런 피해자들만 구제하는 내용으로 상정이 돼있었다. 성폭력 피해자도 정신적 트라우마로 간주해서 보상을 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적극 해석을 해달라고 질의를 했다. 광주시에서, 행안위에서 그렇게 해주기로 결정을 봤다.
다음으로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진척에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감정적인 대립으로 까지 치달으며, 강기정 광주시장이 좀 격한 말을 쏟아내면서 상호 대화가 단절되고 스텝이 꼬였다.
강 시장에게 사과를 권했고 이를 흔쾌히 수락해 다시 대화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에게도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당이 방치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거듭 제기했고, 당에서 군공항 이전문제 해결을 위한 틀을 하나 만들자는 결정을 봤다.
정보공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발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과 관련 양 의원은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하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냥 고생 좀 하라고 던지는 청구가 많은 게 사실이다. 앞으로 토론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다"고 해명했다./광주=나윤상 기자 |
-양 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내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에 깜짝 놀랐다. 법 제안 과정에서 공청회도 했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자는 주장이 결코 아니다. 현재 정보공개 청구한 사람들 빈도수 상위 10%가 전체 공개 건수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뭘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너희들 고생 좀 해라' 이런 식의 공개청구 사례가 많다는 얘기다.
그것에 시달려서 죽은 공무원도 있는 게 사실이다. 또 관공서에서는 공개청구 업무에 대응할 여력이 없어서 일용직을 채용하기도 한다.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무원도 시민이다. 시민 공무원의 기본권도 우리가 보장을 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발의를 한 것이고 이 법이 내가 발의를 했다고 해서 통과된 것도 아니다. 향후 토론 과정에서 상생의 방안이 마련되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다수 시민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크게는 그놈이 그놈이고, 정치 정말 신물 난다는 생각이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송구하다. 정치와 정치인이 국민의 삶에 행복을 드려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또 광주시민들 입장에선 민주당 너희 뭐 하는 놈들이냐 좀 화끈하게 해봐라 이렇게 불만이 많을 것이다. 열심히 투쟁하고 또 민생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당장 양에는 안차겠지만 좀 더 지켜봐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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