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외치는 기업 이념과 행정적 지원이 보태지면 청년 인구 유출 막을 수 있다"
불야성인 서산 대산공단 모습./ 대산공단 |
[더팩트ㅣ서산=이수홍 기자] 충남 서산시의 지역 경제 영토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걷힐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중심축인 대산공단의 수출 부진 등은 공단 매출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생산된 석유화학 제품은 출하하지 못하고 공장 마당에 쌓여가고 있다. 현재 30%가 빠진 공단 가동률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식 가치까지 떨어져 회사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일거리가 줄어든 협력업체 직원들도 울상은 마찬가지다. 공단 관계자들은 "좋은 시절 다 갔다"고 탄식한다.
그 여파로 충남 서산시의 올해 세수 중 대산공단 매출 저조로 인한 세수입 감소는 500억 원 규모로 밝혀졌다. 시 재정 운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서산시 관계자는 내년에도 시의 대산공단 세수입 감소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대산공단 가동률 회복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울산, 여수에 이은 국내 3대 석유화학 공단인 대산공단의 매출 부진은 대중국 수출길이 막힌 게 첫손에 꼽힌다.
20여 년 전부터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해 가던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를 대폭 늘려 현재는 내수 충족은 물론 수출까지 나선 상황이다.
게다가 원유 생산만 하던 중동 산유국들조차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 구축에 나서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한다.
마땅한 대처가 늦은 우리나라 석유화학업계와 뒷짐만 졌던 정부의 무능까지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 수출길 전선에는 동맥경화 현상을 뚫고 나갈 처방전도 없는 상황이다.
대산공단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청년 인구도 유출되고 있다. 청년 인구 유출의 문제는 심각한 지역 사회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역 발전을 견인할 청년 인구가 사라지는 현상을 막을 시급한 처방도 마땅치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020년부터 공단 청년 인구가 인접 당진시로 거주지를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지난달까지 300여 명이 거주지를 옮겨간 사실을 서산시가 확인했다. 그러나 공단 사람들은 족히 500명, 세대별 3인 기준으로 1500여 명이 당진으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당진이 서산보다 집값이 싸기 때문이란다. 28평 기준 1억 원 정도가 싸 결혼 5년 차 신혼부부들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당진으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한다. 이들에게 출퇴근 버스를 제공해 준 회사도 있다. 이러니 청년 인구 유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산시, 서산시의회, 서산상공회의소 등은 정부를 상대로 한 성명서 발표 등 대산공단이 처한 타개책 모색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질 않는다.
반면, 대산공단과 사정이 비슷한 여수 국가공단이 있는 여수시와 여수시의회, 지역 상공회의소 등은 지난 7월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도 여수산단이 처한 상황 파악을 위해 산자부가 현지에서 조사 활동으로 화답했다.
서산시는 대산공단 대기업 11개 업체의 기업인들과 지난 14일 시청 기업지원센터에서 상생 발전 논의를 목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협력 사항 요청 등을 골자로 지역 인재 우선 채용, 관내 투자 활성화, 지역 업체의 우선 사용 등을 기업 측에 요청했다.
대산읍에 450억 원을 투입해 설립을 추진 중인 ‘안산공원’ 조성에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 독려도 있었다. 기업들은 많게는 150억 원 또는 100억 원 또는 50억 원씩의 기부금 몫을 감당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 때문에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HD현대일뱅크만 100억 원을 냈다. 나머지 50억 원은 준공 시점에 낸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날 서산시는 대산공단이 처한 사정 등을 정부 측에 관심을 촉구하는 계획 등에 대한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 여수지역과 대조적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대산공단에 대한 반기업적 정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산공단 H사는 현재 공장 용수를 계열사에서 재사용한 걸 두고 재판 중이다. 시의회까지 나서 특위를 만들어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까지 찍었다. 그 후 시의회는 정부에 특별법을 만들어 공장 용수 재사용을 가능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기업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왜 이랬을까. 이럴만한 이유는 있었다.
사례를 보면 화력발전소는 발전소에서 사용한 용수를 정수 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이 정비돼 있다. 반면, 석유화학 공단 개별 공장은 사용한 용수는 다시 사용하지 못한다. 발전소 용수 재사용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대산공단은 현재 용수 부족난으로 대호지호 물로는 수요를 채우지 못해 아산만, 삽교호, 대청호 물까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끌어다 쓰고 있다. 공단 경쟁력도 갉아먹는 요인 중 하나다.
관련 법 등 제도적인 미흡을 바로잡으려는 국회의 입법 활동도 크게 미흡하다. 특히 환경 당국이 화력발전소에는 문을 열어주고 개별 공장에는 재사용을 하지 못하게 막은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환경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장 용수 정수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하는 만큼 관련 법 정비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시의 경제 영토 확장의 중심축은 대산공단이다. 이렇게 되려면 공단이 활력 넘칠 때 가능하다. 반기업적 정서를 버리고 주민과 기업과 관이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서산시는 환경법 정비에 나서 줄 것 등도 정부 측에 요청해야 한다.
당진으로 거주지를 옮긴 청년 인구가 다시 돌아오도록 싼값에 주거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사회공헌을 외치는 기업 이념과 각종 행정적 지원이 보태진다면 싼값의 주거 공간 마련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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