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확인 후 찾아가도 금융기관 앞에서 번번이 '헛걸음'
해당 금융기관 "관공서 나갈 상품권으로 벌어진 해프닝"
지역의 한 금융기관이 정부 발행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재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
2일 온누리상품권 재고 앱에서는 지역 한 금융기관의 경우 1170만 원의 재고가 확인됐지만 해당 기관 출입문 유리면에는 '온누리상품권 재고소진'이라고 붙어져 있었다./대구=김민규 기자 |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대구 북구에 사는 강현상(59) 씨는 온누리 상품권 재고 확인 앱을 보고 재고가 많은 재고가 많은 가까운 금융기관을 찾았다. 1170만 원의 재고를 확인하고 갔지만 "재고가 없다는 말과 함께 앱이 오류가 난 것"이라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에도 여전히 재고가 확인돼 항의하자 해당 금융기관 측은 "해당 재고는 공공기관과 법인에게 갈 상품권이다"는 답변을 들었다.
#자영업자인 40대 남성 이모 씨도 마찬가지였다. 온누리 상품권 앱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가장 많은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찾았지만 입구에는 '온누리상품권 재고소진'이라는 안내장을 보고 돌아섰다. 그는 뒤늦게 거센 항의를 한 이들은 일정 금액만큼 구매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기도 했다.
지역의 한 금융기관이 정부 발행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쟁여놓고도 '재고가 없다'며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금융기관 측은 "재고가 있는데도 판매하지 않은 것은 없다. 앱이 오류가 날 수도 있는 일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앱을 통해 찾아오거나 연락이 와도 구매를 하지 못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인정했다.
문제는 금융기관 측이 '앱이 오류가 난 것'이란 해명과 함께 항의하는 일부 시민에게 판매를 하기도 했지만 이와 별도로 정작 공공기관과 법인에게 판매한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1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12일 기준 '온누리상품권 앱'에는 한 금융기관 지점에 1170만 원(만 원권)의 재고가 확인됐다. 하지만 해당 금융기관 출입문 유리면에는 '온누리상품권 재고소진'이라고 붙어져 있었다. 해당 지점에 전화를 했지만 '재고는 없다'고 밝혔다.
13일 온누리상품권 재고 앱을 대구지역의 각 구별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금융권은 재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금융기관의 경우 총 17곳 지점에 재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자 온누리상품권 재고 앱에 나타난 대구지역 한 금융기관 지점별 온누리상품권 재고현황. <더팩트> 취재진이 다음 날 절반 업체에 무작위로 전화를 했지만 모두 '재고가 없다'고 밝혔다./대구=김민규 기자 |
온누리상품권 재고 앱(12일 기준)에서는 대구영업부 1170만 원 이외에 구암점 68만 원, 칠곡 3만 원, 대곡점 2713만 원, 대구지방합동청사점 4912만 원, 장기점 108만 원, 성서점 1392만 원, 대곡점 2713만 원, 시지점 88만 원, 성당점 3150만 원, 대명점 1101만 원, 신천역점 2024만 원, 동촌점 93만 원, 혁신도시점 1838만 원, 대구점 970만 원, 중앙금융점 109만 원, 내당점 821만 원으로 나타났다. 앱을 통해 확인한 해당 금융기관 측의 온누리상품권 재고는 총 2억 3273만 원으로 확인됐다.
이에 취재진이 무작위로 지점 절반에 전화를 했지만 앱 재고 금액과 달리 '재고가 전혀 없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일부 지점의 경우 "앱이 정확하지 않아 그렇다", "전날 보였던 재고는 모두 시청이나 기관용으로 배포가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와 대구시 관계자는 "온누리상품권은 구매 시 제한이 없다. 소비자들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온누리상품권이 워낙 인기가 있는데다 판매와 동시에 소진되는데 이런 현상은 금융기관 측이 업무 관련 차원에서 자신들과 연관된 이들에게 서비스 차원이나 판매 수수료 관련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 류수현(37) 씨는 "시민을 위해 운영되는 금융기관이 이런 행각은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상품권을 구매하러 간 시민들을 농락하는 것 밖에 안 된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가뭄에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쌀을 비싸게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류 씨는 "더구나 앱이 오류라고 해놓고 떼를 쓰고 항의하는 사람에게는 일정 부분을 판매한 것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금융기관 측은 논란에 대해 "대구지점 출장소에서 요청해서 나가는 금액인 1170만 원을 우리 지점에서 보관하던 중 앱에 나타났고 이를 시민들이 오해한 것 같다. 재고를 두고 판매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또 앱에서 금융기관 지점별 재고 보유 현황과 실제 재고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해당 건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데다 판매 수수료 논란도 개인과 법인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발행, 지류상품권, 전자상품권, 모바일상품권 등 총 3가지로 판매된다. 이 중 가장 보편화된 것은 지류상품권으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정가로 구매하는 공공기관이나 법인과는 달리 개인인 경우 5% 할인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어 판매와 동시에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tktf@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