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작가의 책이 유해도서? 임태희 취임 이후 도내 학교서 한강 작가 도서 폐기
입력: 2024.10.11 16:34 / 수정: 2024.10.11 16:34

민주당 "임 교육감 졸속행정 작가 명예훼손"
도교육청 "학부모 참여 도서관운영위 결정"


경기도교육청 신청사 전경./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신청사 전경./경기도교육청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이후 도내 한 학교 도서관에서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유해도서로 분류돼 폐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도교육청은 ‘교육에 부적절한 책을 관리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더니 학부모들이 알아서 폐기했다는 입장이나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임 교육감의 ‘졸속행정’으로 작가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11일 논평을 내 "지난해 도내 초․중․고 도서관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책이라며 2500여 권을 폐기했는데, 이 가운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 교육감의 사과를 촉구했다.

폐기된 책으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 △독일에서 올해의 과학도서상을 받은 ‘사춘기 내 몸 사용 설명서’ △영국 교육전문지에서 올해의 지식상을 받은 ‘10대들을 위한 성교육’ 등도 있다.

도내 학교가 이 책 등을 도서관에서 없앤 것은 도교육청이 같은 해 11월 ‘성교육 관련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협의 후 조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데 따른 것이었다.

도교육청은 공문에서 성관련 유해 도서 기준도 없이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기준’과 ‘관련 기사 목록’을 첨부했다고 한다.

목록에는 보수 학부모단체가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며 개최한 기자회견 관련 기사 등이 포함됐다.

이런 공문을 받은 학교 가운데 1곳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2권도 폐기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실제로 폐기된 책 가운데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에서 청소년 유해도서로 지정된 책은 단 1종이었다"면서 "채식주의자 등 우수도서로 평가받은 도서 폐기는 임 교육감의 편향된 교육 철학에서 초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는 행정이나 정치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임 교육감은 지금이라도 성관련 유해 도서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경기도 교육에 ‘블랙리스트’의 고통을 덧씌우지 말라"고 촉구했다.

비판이 일자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서는 학교도서관운영위 협의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정 도서에 대해 폐기를 지시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도교육청은 "각급 학교가 교육적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통해 도서관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전날(10일)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번째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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