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SPC 설립 무산…대구시의회는 뭐했나
입력: 2024.09.25 14:14 / 수정: 2024.09.25 14:14
지난 23일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경북신공항건설 추진상황 간담회가 개최되고 있다 / 대구시의회
지난 23일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경북신공항건설 추진상황 간담회가 개최되고 있다 / 대구시의회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필수조건인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위한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이 어려워지면서 대구시의회 책임론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3일 대구시는 민관공동 SPC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민간사업자 공모에 어려움이 있어 대구시가 공적자금을 일정 부분 투입하는 방안과 대구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직접 시행하는 방안 등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구시는 이 중 중앙정부 협의가 선결되면 사업성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는 대구시가 직접 개발하는 공영개발 방식에 무게중심을 뒀다.

다만, 모든 사업방식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국회 및 정부 관계부처 등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가장 최적의 사업 시행방안을 연말까지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구시가 SPC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구시의회 관련 상임위와 특별위원회에 사전 보고도 하지 않고 언론브리핑을 먼저 진행한 후에 간담회 형식으로 신공항특위에 보고한 것이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오후 2시경 언론브리핑을 통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방안에 대해 발표 한 다음 몇 시간 뒤 대구시의회 신공항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사업방안 검토 내용을 보고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대구시의회 대구경북신공항건설특별위원회는 9대 후반기 특별위원회 결성 이후 정식 업무보고에 앞서 SPC 설립이 어려워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식적으로 처음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언론브리핑부터 먼저하고 우리가 늦게 보고 받는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는 의원들의 항의가 있었다. 더불어 관련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에도 사전에 보고된 게 전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시의회 보도자료에는 "새로운 사업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매몰비용, 대구시가 부담해야 할 부채와 이자 문제 등을 반드시 세밀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일반적인 내용만 담겼다.

이에 ‘거수기’ 대구시의회란 지적이 나오면서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PC 설립이 사실상 무산되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의원들이 대구시가 SPC 설립 과정에서 다른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에 대한 감시 역할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SPC 설립이 어려워진 마당에 올 연말 사업 방식 결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올 연말 대구경북신공항 건설방안이 결정되려면 정부가 13조 원의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가"라며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SPC 설립에 그동안 시간을 들인 것 아니냐. 그것도 이제 3개월 남았는데, 13조 원이란 큰 돈을 3개월 만에 결정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장은 2023년 4월 신공항 사업을 LH가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가 10월에는 LH를 배제하고 타 공공기관, 메이저 건설사를 중심으로 SPC를 구성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6월까지 신공항 SPC를 출범시키겠다고 했으나 지금이 9월인데도 구성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10월부터 SPC 설립 계획이 추진돼 1년이 지난 지금 SPC 구성이 어려워 다른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시의회 상임위에 관련 보고도 없는 상황에 시의원 중 누구하나 확인해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할 뿐이다. 집행부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아도 궁금해하지도 않고 사안을 챙겨봐야 할 시의원들이 제역할을 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이재숙 대구시의회 신공항특위 위원장이 보도자료 말미에 "성공적인 공항 건설과 여러 현안의 해법 마련을 위해 특위 차원에서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했는데 이 또한 집행부에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수표가 될 뿐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챙겨보고 설명이 부족한 것은 요구하고 다그쳐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 시민들의 선택을 받은 시의원들의 역할이다. 보고받는 자리에서 왜 그동안 보고하지 않았냐고 불만을 얘기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올 연말 신공항 사업선정도 이미 물 건너 간 것일게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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