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동호회 통해 세상밖 단절 극복·식도암 등 건강 회복
"축구라는 매개 통해 한번 더 보자는 취지로 동호회 설립"
3일 첫 시범경기를 치른 ‘대구 80대 축구 동호회 회원들./최대억 기자 |
[더팩트ㅣ대구=최대억 기자] 80대 노인들의 치열한 축구 승부로 3일 대구 북구 구민운동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힘찬 구호로 전반전 시작을 알리며 그라운드를 점령한 주인공은 지난달 8일 창단한 ‘대구 80대 축구 동호회(이하 80대 동호회)’ 회원들이다.
대구지역에 시니어 축구 동호회가 꽤 있지만 주로 60~70대 회원이 주축이다 보니 80대 회원으로만 구성된 축구 동호회는 이들이 최초다.
이 동호회의 목적은 어르신들의 인간관계와 스포츠를 통해 활동 능력을 개선하는 것이다.
또 나이 들수록 예의와 염치를 차릴 필요가 없어져 '고약한 노인'이 되기 쉬우니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사랑하는 주변의 사람들을 멀리 떠나보낸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을 겪어온 김순태(85·사진 왼쪽) 씨가 축구장을 뛰는 모습./최대억 기자 |
잇따라 사랑하는 주변의 사람들을 멀리 떠나보낸 상실감 때문에 우울증을 겪어온 김순태(85) 씨의 경우엔 최근 동호회 가입과 함께 요양시설로 거주지를 옮기는 계획도 당장 철회했다.
김 씨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최근 친누님마저 고독사로 떠나면서 나 역시 세상 밖과의 관계를 정리를 하던 차에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했었다"면서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혹독한 병치레를 하신 분들이 축구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의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이 모두 80대라기에 다들 늙어 제대로 걷기라도 할까 싶어 우려했는데 큰 착각이었고, 오늘 시범 경기를 앞두고 혼자서 드리볼 연습량도 늘어 개인적으로 근력이 좋아지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날 시범경기엔 식도암을 20여 년째 견뎌내고 있는 안용(84) 씨와 몇 달 뒤면 90세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재빠른 속도로 공을 드리블하는 최병두(89) 씨 등 16명이 출전했다.
이들은 "패스, 패스"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메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건강 상태의 척도를 증명했다.
안용 80대 동호회 회장은 "지금은 32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차츰 회원 수가 늘어나길 바라며 80대 노익장의 저변 확대를 기대한다"면서도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동호인 간의 예의와 친선을 도모하고, 살아있는 동안 축구라는 매개를 통해 건강 회복과 함께 한번이라도 더 보자는 취지로 동호회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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