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산성동 대전서남부터미널 승차장에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
상점 폐점 안내문 가득...하루 평균 195명 이용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대전 유성시외버스정류소가 38년만에 이전해 광역시 정류소다운 면모를 갖춘 가운데 중구 산성동 대전서남부터미널은 갈수록 쇠락해 이용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5일 대전서남부터미널은 비가 내린 탓인지 더욱 스산했다.
일반적인 터미널 승차권 발권 창구가 오가는 시민들로 왁자찌껄하기 마련이지만 이곳 승차권 발권 창구는 시골 버스정류소를 떠올릴 만큼 한산했다. 발권 창구는 불이 꺼진 채 무인승차권 발매기 3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창구 앞에는 ‘카드·모바일 발권은 무인승차권 발매기를 이용하고, 현금 발권은 편의점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승객들을 맞고 있었다.
노선은 논산과 부여, 공주 등 12곳. 하루에 68회 운영되는 버스 중 전주로 향하는 버스 1대를 제외한 나머지 버스는 모두 충청권을 오갈 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인지 인천·김포공항으로 향하는 노선은 운영되지 않았다.
무인승차권 발매기를 이용해 보령행 승차권을 발권하던 70대 김모씨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여파 탓인지 승객이 더욱 줄어든 것 같다"면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선도 적어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서남부터미널 승차권 발권 창구 불이 꺼진 채 무인승차권 발매기를 이용해달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
대합실도 대합실다운 면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대의 에어컨이 있었지만 고장이 난 채 가동되지 않고 있었다. 벽면에는 ‘에어컨 고장으로 냉방이 원활하지 않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적힌 안내문을 선풍기 두 대가 힘겹게 감당하고 있었다.
상점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20년 넘게 운영해온 식당은 폐업 안내문이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식당 맞은편의 매점과 복권판매점은 셔터 문이 내려진채 간판만이 지키고 있었다.
그나마 운영 중인 편의점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8월 30일까지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계산을 하던 편의점주는 "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재고만 들인 채 운영을 하고 있어 물건이 많지는 않다"면서 "폐점 후 승차권 현금 판매는 무인승차권 발매기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서남부터미널 내 문을 닫은 상점에 폐업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
1979년 서부터미널로 세워진 뒤 2017년 이름을 바꿔 4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전서남부터미널은 설립 초기 대전 최대 규모의 터미널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하루 이용객은 8000여명에 달했다.
그러나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객이 감소하기 시작해 코로나19로 인해 타 지역 이동이 줄고 유성시외버스정류소가 이전하며 이용객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25일 대전서남부터미널을 운영 중인 ㈜루시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서남부터미널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195명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던 8월 첫 주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170명을 넘지 못했다.
대전서남부터미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에 있는 터미널 수익이 절반 정도 급감했다. 일부 터미널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운영을 촉구하며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면서 "운수업체인 버스회사는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각종 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터미널 사업자들은 지원 사업이 없어 운수 업체들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현재 적자에도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성복합터미널이 완전 완공되면 대전서남부터미널 및 유성시외버스정류소의 기능이 유성복합터미널로 통폐합해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서남부터미널은 산성동 및 유천동 인근 주민 편의를 위해 유성시외버스정류소와 같이 축소해 현대식으로 신축 이전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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