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협회의 한국산업표준(KS) 인증 심사가 허술한 사실이 드러나 상급 기관인 국가표준기술원이 전수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가표준기술원 제공 |
허술한 KS 심사에도 해당 기관은 ‘경고’ 처분에 그쳐, 대책마련 시급
[더팩트 | 정읍=이경민 기자] 한국표준협회가 대형공사현장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별도의 품질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구매할 수 있는 한국산업표준(KS)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는데, 심사 과정이 매우 허술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최근 전북의 A 레미콘(Ready-mixed concrete) 제조업체는 이러한 허술한 심사를 틈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위조서류로 KS인증서를 발급<더팩트 3월 25일 단독보도> 받았지만, 구멍 뚫린 심사에 대해 한국표준협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표준협회의 허술한 KS인증 심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주의’ 또는 ‘경고’ 처분밖에 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6일 <더팩트>가 입수한 한국표준협회의 A 업체에 대한 KS인증 심사 서류를 살펴보면, 협회는 해당 업체가 제출한 서류에 대해 제대로 검증 절차 없이 KS인증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한국표준협회는 지난 2019년 6월 5일께 A 업체의 KS인증 검사에서 3가지 부적합 사항을 적발하고 45일 이내에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A 업체는 45일이 아닌 9개월이 지난 2020년 3월 16일께 보완된 개선 조치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표준협회 KS인증업무규정에 따르면 부적합을 지적받은 후 최대 90일까지 기한 내에 개선 조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KS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문제는 제출된 서류도 엉터리로 작성됐다.
레미콘 기술사에 따르면 콘크리트에서 가장 중요한 강도 자료표가 서로 일치해야하지만, A 업체가 한국표준협회에 제출한 자료표는 콘크리트 강도 데이터가 불일치 했다. /전북=이경민 기자 |
A 업체가 보완해야 하는 콘크리트 강도 분석표를 살펴보면 앞장과 뒷장의 숫자가 일치해야 하지만, 해당 업체가 제출한 서류는 숫자가 일치하지 않았다.
더구나 당초 A 업체가 한국표준협회에 신고한 레미콘 공장 설비와 제출된 서류의 설비도 달랐다.
A 업체의 시멘트 저장탱크는 2개인데, 위조된 서류에는 저장탱크가 3개(시멘트싸이로1,2, 혼화재싸이로)로 돼 있다. 또 A 업체에 없는 설비가 한국표준협회에 제출된 서류에는 추가됐다. /정읍=이경민 기자 |
A 업체는 시멘트 저장탱크가 2개밖에 없는데, 제출된 서류는 3개로 작성돼있다. 또 골재 호퍼도 4개인데 5개로 부풀려 관리한 것처럼 꾸몄다. 특히 A 업체는 혼화재를 사용하지 않는 레미콘 공장인데 제출된 서류에는 혼화재를 사용하는 것처럼 돼 있다.
결국 한국표준협회 심사위원이 서류만 제대로 살펴봤다면 숫자조차 맞지 않는 서류가 KS인증을 통과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규정은 90일 이내에 제출하지 않은 경우 KS인증을 취소할 수 있으나, 반드시 취소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문제가 없다. 다만 명의 도용된 부분에 대해선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상급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은 허술한 심사를 진행한 한국표준협회와 KS인증 서류를 조작한 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한국표준협회의 KS인증 심사가 곳곳이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한국표준협회와 엉터리 서류를 제출한 레미콘 업체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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