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부산 전지역 'PC텔' 반띵하실 성인 남성분 찾습니다."
부산에서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PC방이 장기간 영업을 하지 못하자 갈 곳을 잃은 게이머들이 ‘PC텔(PC+모텔 합성어)’로 향하면서 지역사회 n차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오는 20일까지 연장하고,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PC방에 대해서는 집합금지명령을 추가로 발부했다. PC방이 한 달여간 영업을 중단하자 틈새시장을 노린 모텔들의 ‘변종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PC텔’, ‘게임텔’로 불리는 모텔들이 게이머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PC텔들은 고사양 컴퓨터와 게임에 적합한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을 비치해 두고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틀룸 PC방 수준 최고사양 업그레이드 완료’, ‘게이밍 헤드셋 대여 가능’,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마우스’ 등의 문구를 강조하며 게이머들을 향한 틈새영업에 나서고 있다.
부산 서면의 한 PC텔 관계자는 "5명이 이용할 경우 객실을 2개로 나눠서 잡아야 한다. 3시간에 3만원이고, 고사양 컴퓨터라서 PC방과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예약문의에 답했다.
이 때문에 방문객들도 넘쳐난다. 숙박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해당 업소들의 방문 후기 글만 무려 1900~3400개 정도에 달했다. 최근에는 "피씨방을 그대로 숙소로 가져왔네요. 굿잡입니다", "G102 마우스라서 더 좋았어요" 등 게임 이용 후기에 대한 글이 주를 이뤘다. 이번 주는 게임을 위한 객실인 ‘게임룸’ 예약이 다 찼다는 모텔도 있었다.
네이버 카페에서는 "전 30대 남성이구요,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성인남성만 찾습니다", "서로 PC텔 요금만 반반씩 내고 시간 내에 이용(게임)하고 끝입니다. 생각 있으신 분 댓글 달아주시면 번호 알려드리겠습니다" 등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같이 게임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PC텔이 자칫 방역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 연제구에 거주하는 A씨(43)는 "최근 부산 오피스텔발 연쇄감염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n차 감염을 겪었지 않느냐"면서 "이 또한 새로운 온상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행정적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관계 당국의 선제적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전날에는 집합금지명령을 통보받은 부산지역 PC방 업주들이 부산시에 "PC텔이 오히려 제2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우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이와 관련해 각 구청에 숙박업소 내 PC영업 점검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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