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불은 꺼졌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 이병욱 기자
  • 입력: 2026.07.17 08:30 / 수정: 2026.07.17 08:30
강원도 정선 출신 서예일 작가, 첫 장편 희곡 '노포' 출간
탄광촌 굴곡진 현대사 고스란히…재창조된 '신 정선아리랑'
서예일 장편 희곡 노포. /서예일 작가
서예일 장편 희곡 '노포'. /서예일 작가

[더팩트ㅣ이병욱 기자] 번영과 쇠퇴, 그리고 화려한 변신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강원도 정선. 한때 국가에너지 공급원으로써 소임을 다하고 쇠락의 길을 걸어 이젠 카지노 시대로 이어진 무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굴곡진 삶을 담은 장편 희곡이 탄생했다.

17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정선군 출신 서예일 작가가 최근 첫 장편 희곡 '노포'를 출간했다.

'노포'는 정선 민둥산역 앞 오래된 국밥집을 배경으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일곱 친구의 재회를 통해 산업의 변화 속에서도 이어져 온 우정과 공동체의 의미를 그려냈다.

희곡은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퇴직을 앞두거나 은퇴한 초·중학교 동창들이 막걸리와 노가리, 광부들의 추억이 담긴 돼지 두루치기를 앞에 두고 지나온 삶을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광부와 우체국장, 택시기사, 카지노 기업 간부, 자영업자 등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은 고향과 가족, 노동, 세월을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여운을 전한다.

'노포'는 폐광의 아픔이나 카지노의 화려함만 말하지 않는다. 탄광의 불빛이 꺼지고 카지노의 불빛이 켜진 시대를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산업 변화 속에서도 지켜온 공동체와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정선이라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대한민국 산업화와 지역 사회의 변화를 함께 살아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희곡 '노포'의 또 다른 특징은 정선아리랑의 현대적 재창조다.

서예일 작가는 정선 민둥산역 인근에서 성장하며 어린 시절부터 정선아리랑의 가락을 가까이에서 들으며 자랐다. 같은 마을에서 생활했던 정선아리랑 명창 최봉출 선생의 영향은 그의 문학 세계의 자양분이 됐다.

최근 출간한 시집 '민둥산역 플랫폼에서'에서 정선아리랑의 정서를 현대시로 풀어낸 작가는 '노포'에서 이를 연극으로 확장했다. 작품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신(新) 정선아리랑'은 전통의 가락을 오늘의 삶과 감성으로 다시 빚어내며 희곡의 정서를 완성한다.

서예일 작가는 대학 시절 프랑스 희곡 '아버지의 연설'에서 주인공 '아버지' 역을 맡아 공연한 것을 계기로 희곡 창작을 시작했다. 이후 계간 '문예한국'을 통해 희곡으로 등단했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노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극이라는 무대예술로 구현하고, 정선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보기 드문 창작 희곡이란 평가를 받는다.

서예일 작가는 "'노포'는 정선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우리 시대를 살아온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책으로 읽히는 데 그치지 않고 언젠가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정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선아리랑의 정신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 말했다.

wook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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