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인간 정신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문학의 영토에 인공지능(AI)이라는 '비인간 저자'가 침입했다.
생성형 AI가 지적 활동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은 오늘날, 이 책은 기술적 효율성 담론에 가려진 문학의 본질적 위기와 기회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신간 '어쩌면 문학이 아닐지도 몰라: 인간과 AI 사이에서 생성되는 언어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고유한 언어 특성을 지닌 '문학기계'로 규정하며, 창작과 비평의 전 과정이 재편되는 현장을 추적한다.
책의 주제 의식은 선명하다. 생성형 AI가 창작과 비평, 수용의 현장에 본격적으로 침투한 지금, 문학이 여전히 인간만의 전유물로 남아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과 비인간의 충돌 속에서 전혀 다른 형식의 예술로 이행해야 하는지를 정면으로 묻는다.
저자들은 "어쩌면 문학이 아닐 문학"의 등장을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문학의 본질과 저자·독자 개념, 수행성, 나아가 윤리 전반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사건'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인 김언, 문학평론가 허희, 사이버텍스트 디자이너 권보연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생성언어예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며, 텍스트 생산과 향유의 장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탐색한다.
책은 △역사 속 문학기계 사례를 검토한 1부 △실증적 실험을 담은 2부 △미래 문학 형식을 가정한 3부와 좌담으로 구성됐다.
저자들은 AI 문학 담론을 기술·산업 담론에만 맡기는 것에 반대하며, 이를 인간 정신의 고유한 작업장이었던 문학의 영역으로 다시 끌어온다.
이재연 UNIST 부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인간과 생성형 AI가 교차하는 자리를 완성이 아닌 과정의 언어로 사유하고, 창조를 넘어선 배치의 미학을 통해 창작과 비평의 영역을 확장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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