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 기자]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역대 최대 규모인 축구장 14만개 면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까지 겹치며 어느 해보다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했다.
26일 기상청이 발간한 '2025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21~26일 전국적으로 5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해 총 10만5084㏊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축구장 14만7100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로 기록됐다.
지난해 3월21~26일 전국 평균기온은 14.2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경북을 중심으로 상대습도는 평년 대비 15%p가량 낮았다. 고온 건조한 공기가 강한 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산불이 확산하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가장 더웠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6월 말부터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7월 하순에는 티베트고기압의 영향까지 겹치며 기온이 더욱 올랐다.
밤낮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며 경북 구미(55일), 전북 전주(45일) 등 20개 지점에서 관측 이래 최다 폭염일수가 기록됐다. 강원 대관령에서도 7월26일 33.1도로 역대 처음 폭염이 발생했다. 가을철인 10월 중순까지도 충남 보령, 전남 완도 등에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5~9월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전년(3704명)보다 20.4% 증가했다. 사망자는 29명으로 집계됐다. 100명 이상 대형 식중독 발생도 17건 발생했다.
경기 가평과 충남 서산 등 15개 지점에서는 시간당 100㎜ 넘는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도심 침수와 산사태 등이 이어지며 25명(사망 24명·실종 1명)의 인명 피해와 1조1307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7월17일 광주에는 426.4㎜의 기록적인 비가 쏟아져 도로 침수 및 지하철 운행 중단 등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강원 영동 지역은 여름철 강수량이 평년의 34.2%(232.5㎜)에 그치며 108년 만의 가뭄을 겪었다.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1.5%까지 떨어져 제한 급수가 시행되는 등 식수난이 빚어졌다.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농림작물 158.8㏊가 시들고 고사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가뭄, 집중호우 등 종합적인 기후 재난에 직면했다"며 "기상청은 미래 기후 위기를 체계적으로 예측해 실효성 있는 국가적 기후 위기 대응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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