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국가유산청이 세계문화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유네스코로부터 강력한 조치를 요구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법적 근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유산 '종묘'앞 세운재정비촉진계획과 관련한 국가유산청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발표했다.
허 청장은 "지난 10월 30일 세운4구역에 대한 서울시의 일방적 변경 고시 이후,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입장표명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180m 이상 이격되어 △그늘이 지거나, △경관을 저해하는 등 세계유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종묘를 돋보이는 개발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국가유산청이 저해하는 것'이라는 서울시의 입장 표명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가 주장한 '그늘'은 청에서 말하고 있는 '종묘의 경관 훼손'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허 청장은 "이는 본래의 논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면서 "서울시의 개발계획이 종묘의 가치에 훼손을 줄지, 종묘를 돋보이게 할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주장할 것이 아니라 유네스코가 권고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치면서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묘는 △수백 년의 완전함을 지켜오며, △자연을 존중하는 경관과, △정제된 건축에서 나오는 고요함이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유산이자 명소라는 점을 짚었다.

허 청장은 "이를 근현대 건축 주위에서 이루어진 다른 국가의 인근 개발 사례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게 지켜낸 대체 불가능한 종묘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 절하하는 것으로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세계유산 종묘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라며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전 세계의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이 유네스코 지침에 따라 준수·이행하는 국제 수준의 보존관리 제도로, 세계유산 가치가 보호되는 선에서 공존 가능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국가유산청이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허 청장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대응 방향을 내놓았다.
그는 먼저 "보다 명확하고 안정적인 제도 운영이 가능토록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종묘에 대한 국내법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지난 주 세계유산법에 따른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을 완료했고, 하위 법령 개정도 적극적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 아울러, 문화유산법에 규정된 문화유산 보호 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기 위하여 법률 검토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허 청장은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강력한 조치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향후 유네스코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범정부적인 대처 노력을 알리고 상황을 공유하면서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허 청장은 서울시가 국가유산청과 함께 현실적인 해법 모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절차를 통해 종묘의 유산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주민 분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릴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을 우리 국가유산청과 함께 도모해주시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면서 서울시, 문체부,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조정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