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0년 만에 귀환한 조선 왕실 사당 '관월당'
  • 이철영 기자
  • 입력: 2025.06.24 08:35 / 수정: 2025.06.24 08:35
일본인 소장자와의 협업 프로젝트 통해 국내 기증 성사
국가유산청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미래지향적 협력의 상징" 
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되는 관월당(観月堂)이 일본으로 반출된 지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해체 전 관월당 모습. /국가유산청
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되는 '관월당'(観月堂)이 일본으로 반출된 지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해체 전 관월당 모습. /국가유산청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조선시대 왕실 사당 건축물로 추정되는 '관월당'(観月堂)이 일본으로 반출된 지 약 100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 이하 국외재단)은 23일 "관월당의 소장자인 일본 고덕원(高德院, 주지 사토 다카오 佐藤孝雄)과 약정을 체결해 고덕원이 보존·복원을 위해 해체하고 한국에 이송한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관월당'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조선 후기 왕실 사당 양식을 지닌 목조 건축물로, 맞배지붕 단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왕실 관련 건물로서 당초 서울 지역에 위치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1924년 조선식산은행이 야마이치 증권의 초대 사장인 스기노 기세이(杉野喜精, 1870~1939)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월당'은 이후 일본 도쿄로 옮겨졌고, 1930년대에는 스기노 기세이가 가마쿠라시의 고덕원이라는 사찰에 기증하면서 고덕원 경내로 이전되어 해체 전까지 관음보살상을 봉안한 기도처로 활용되어 왔다.

이번 '관월당' 국내 귀환은 소장자인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가 '관월당'이 유래한 한국에서의 보존이 적절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루어졌다.

관월당 해체. /국가유산청
관월당 해체.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사토 다카오 주지는 사찰 경내에 소재한 한국 문화유산에 큰 관심을 두고 한국 측에 연락을 전해왔다. 이후 국가유산청과 국외재단은 '관월당' 보존을 위해 다년간 신뢰를 축적하면서 연구·조사, 단청 기록화 및 보존처리, 정밀실측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각 사업은 한국 전통 건축에 대한 이해가 깊은 한국 전문가가 현장에서 직접 참여하는 등 한일 공동 협업 프로젝트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간 국내에서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축학적으로 관월당은 대군(大君)급 왕실 사당 규모에 해당한다. 파련대공, 안초공, 초엽, 초각 등 궁궐 및 궁가 건축에서 나타나는 의장 요소를 지니고 있다.

기와의 경우 용문(龍文), 거미문(蜘蛛文), 귀면문(鬼面文), 박쥐문(蝙蝠文) 등 다양한 형태의 암막새가 사용, 특히 용문의 경우 궁궐 또는 왕실과 관련된 건축적 요소를 보여준다.

단청에는 여러 층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사용된 문양과 안료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후반 사이 다시 채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각 층위의 단청들 모두 구름 모양의 운보문(雲寶紋)이나 '卍'자와 같은 형상의 만자문(卍字文) 등 다채로운 무늬로 화려하게 장식, 건물의 높은 위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문양과 색채에서도 궁궐 단청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를 종합적으로 볼 때, 관월당은 비교적 간단한 목가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내부에는 화려하고도 격식 있는 의장을 추구한 18∼19세기경의 왕실 관련 사당 건축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2024년 해체 시 상량문 등 당시 건립 관련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아직 건물의 원래 명칭, 조선에서의 위치, 배향인물 등에 관한 내용은 향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과제로 남아있다.

일본 현지에서의 정밀실측 및 해체 과정에서 관월당은 일본으로 이건 후 양식과 구조 측면에서 일부 변형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관월당의 귀환은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의 진정성 있는 협조와 한국 측의 지속적인 노력이 함께 이룬 성과다. 사토 다카오 주지는 해체와 운송 등 일본 내에서의 제반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는 등 협업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관월당 부재를 한국으로 정식 양도하는 기증협약서에 서명하는 한일 관계자들. /국가유산청
'관월당' 부재를 한국으로 정식 양도하는 기증협약서에 서명하는 한일 관계자들. /국가유산청

사토 다카오 고덕원 주지는 "한국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다 분명히 규명했고, 국가유산청의 요청을 받아 앞으로 최적의 보존을 위해서는 '관월당'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해 기증을 선뜻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월당'의 지난 100년 간 고덕원에서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도 기억하면서, 앞으로 한국 내 적절한 장소에서 그 본래의 가치를 온전히 회복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관월당의 귀환은 오랜 기간에 걸친 협의와 한일 양국의 협력을 통해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며 "소장자의 진정성 있는 기증과 한일 양국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이는 문화유산을 매개로 상호 존중과 공감의 가치를 실현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해에 이루어진 이번 귀환이 양국 간 문화적 연대와 미래지향적 협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해체되어 국내 반입된 관월당 부재는 현재 파주 소재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됐다. /국가유산청
일본에서 해체되어 국내 반입된 '관월당' 부재는 현재 파주 소재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됐다. /국가유산청

일본에서 해체되어 국내 반입된 '관월당' 부재는 현재 파주 소재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되어 국내 전문 인력에 의한 수리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재단은 향후 관월당의 원래 명칭, 원 위치, 배향 인물 등을 밝히기 위한 학술 연구를 지속할 것이며, 국민 누구나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고덕원은 관월당 보존은 물론, 한일 양국 간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교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별도 기금을 마련해 국외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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