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경=임영무 기자] "기봉이 구름을 꿰뚫고 수목이 수려함을 머금으니 청아함은 환공산이요, 기이함이 사람 마음을 사로잡누나"
기암, 동굴, 협곡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천주산(天柱山). 당나라 시인 이백이 배를 타고 장강을 지나며 천주산 봉우리에 감탄한 이 시는 등산로 커다란 바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천주산은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황산, 주화산과 함께 중국 안후이성 3대 명산중 하나로 42개 봉우리와 푸른 소나무, 비취색 대나무, 괴이하게 생긴 바위, 기이로운 동굴, 폭포, 연못 등으로 돼 있다.
중국 한왕조의 최전성기를 누린 한무제는 중국의 빼어난 산 중 다섯개의 산을 오악으로 꼽았는데 천주산을 남악으로 삼았다고 하니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2월의 끝자락 천주산을 오르기 위해 인천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가량 떨어진 허페이(합비) 공항에 도착했다. 허페이는 안후이성의 성도이자 중국의 공업도시로 우주 산업과 자동차 배터리 산업 등이 발달했다.
한국의 카이스트와 같은 중국과학기술대학이 이곳으로 이전한 후 꾸준한 과학기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대체 에너지 경제 부문을 포함해 첨단 산업과 혁신 주도 경제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
천주산은 중국 내륙의 안후이성 잠산현에서 서북쪽으로 9Km 떨어져 있으며 대별산 동맥의 하나로 허페이 국제공항에서 약 200km 거리에 있다.
안경시 잠산현과 악서현에 걸쳐 있으며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격인 '국가급풍경명승구'로 지정되어 있다.
대륙의 명산을 자랑하듯 천주산은 입구부터 그 규모가 어마어마 했다. 주차장부터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는 버스로 10분가량 이동했다.
등산로 이동하는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이는 협곡은 옅게 내려앉은 안개와 어우러져 한편의 수묵화를 떠오르게 했다.
봄 기운이 감도는 등산로에는 겨우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상고대가 멀리서 온 손님을 반기기라도 하듯 바람에 눈꽃가루를 뿌렸다.
이곳의 정상인 천주봉으로 가는 길은 한사람이 통과할 만한 좁은 신비곡과 소요궁, 미궁, 용궁 등 동굴 사이를 지나는 즐거움이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커다란 암석이 펼쳐지고 아찔한 벼랑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낭떠러지 같은 가파른 내리막도 있어 산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나 올랐을까. 목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드니 파란하늘과 맞닿은 천주봉이 눈앞에 펼쳐졌다.
등줄기를 흐르는 땀과 뻐근해진 다리는 이 순간 모두 보상되는듯 했다. 거대한 바위산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은 왜 산의 이름이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하늘을 찌를듯한 기암 괴석에 감탄해 걸음을 옮기니 신비로움 간직한 협곡이 펼쳐진다. 비경에 이끌려 정상에 오르니 화강암 암봉과 구름이 어우러져 하늘에 커다란 파도가 이는 듯 하다.
산봉리에 쌓인 눈과 운무는 천주산의 아름다움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천주산 곳곳에는 한무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천주봉을 바라보고 하늘에 제사를 올린 천주 천주단이 있으며 그가 앉았다는 작은 바위는 관광객들이 꼭 찾은 장소이기도 하다.
명나라 이경도 "우뚝 솟은 천주봉은 험준하게 하늘 끝을 찌르나니... 천하에 기이한 경치가 있다면 너도나도 이산을 꼽을 것이리라"며 극찬했다고 전해질 만큼 천주산은 아주 오래전부터 중국인들의 명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안후이성 성도인 허페이에는 관광지가 많지 않다. 하지만 포공원(包公詞)은 꼭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포공원은 TV드라마 '포청천'으로 친숙한 포증의 기념관이다. 이곳에는 포증의 흉상과 함께 그와 관련된 역사적 자료들도 전시돼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형 집행에 사용한 작두다. 작두 앞에는 많은 관광객이 모였다. 용작두는 황족 및 왕족, 호작두는 관리 및 귀족, 개작두는 평민의 사형집행에 각각 사용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오래전 TV를 통해 등장한 포청천이 "작두를 대령하라" 외치던 모습이 머리속을 스쳤다.
'포공원'에서 포청천을 보았다면 '삼하고진'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삼하고진은 허페이시에서 남쪽으로 약 40km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약2500년 전인 송나라때 형성된 장소로 하천 3개가 옛 마을을 감싸며 흐르고 옛 건축물과 거리도 하천 주위에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마을은 좁은 골목들로 이어져 있으며 옛 성벽과 건물, 가옥, 다리 등 옛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런탓인지 관광객들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여기 저기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 서촌에 많은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것과 같은 광경이 이곳에서도 펼쳐진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마저 든다. 삼하고진은 독특한 풍경과 풍부한 인문경관을 인정받아 2015년에 국가 5A급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사들도 안후이성 허페이로 입국하는 항공 편수를 늘리는 등 관광객 편의를 돕고 있다.
만물이 깨어나는 봄, 중국의 명산을 둘러볼 수 있는 대별산 천주산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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