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상빈 기자] 지금 당장 휴대전화 달력 응용프로그램을 열어 봅시다. 29일은 '설날', 28일과 30일은 '설날 연휴'로 표시돼 있습니다. 27일은 설날과 관련이 없지만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이번 설에 앞선 주말을 제외하면 국가에서 정한 휴무는 나흘인 셈입니다.
설날은 우리 민족 최대 명절입니다. 기성세대에서는 설날을 '구정'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의 부모 세대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정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유래를 알면 앞으로 입에 담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전통 설은 음력 1월 1일입니다. 여기서 음력은 한 해가 354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이 365일인 것과 비교하면 일수가 적습니다. 그 때문에 매년 설 날짜가 달라집니다. 현재는 설날 앞뒤로 연휴를 붙여 사흘 쉽니다. 이게 음력설입니다.
우리가 양력을 쓰기 시작한 건 을미개혁 후인 1896년 1월 1일부터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우리 민족 전통문화 말살정책을 내걸면서 음력설이 아닌 양력 1월 1일만 '신정(新正)'으로 쇠도록 강요했습니다. 양력설이 이렇게 생겨났습니다.
일제의 탄압은 용어를 바꾸는 것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리 민족 전통 설인 음력설을 낡았다는 의미의 '구정(舊正)'으로 바꿨습니다. 구정은 설날을 낮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오늘날 구정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정도 구정과 더불어 일제 잔재이기에 가급적 '1월 1일'로 부르는 편이 좋습니다.
해방 후에도 양력설이 공식적인 설로 유지되고 음력설은 비공식적으로나마 우리 삶에 머물렀습니다. 정부는 1월 1일부터 3일까지를 휴일로 정해 양력설을 장려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1985년 음력설에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여 하루만 쉬는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전통 설 부활 조짐이 보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1989년 음력설을 사흘간 쉬도록 확대하면서 명칭도 다시 설날로 돌려놓았습니다. 지난 1990년에는 음력설(설날)과 양력설(1월 1일) 모두 사흘씩 쉬게 하다가, 1년 만인 1991년 양력설 연휴를 이틀로 줄였습니다. 지난 1999년 마침내 양력설은 하루, 설날은 사흘 쉬는 현재 제도를 정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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