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복진’ 통한 한약 처방으로 완치”
입력: 2012.07.06 11:16 / 수정: 2012.07.06 11:16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이 복진을 통한 한약 처방으로 완치시킨 연구결과를 발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이 복진을 통한 한약 처방으로 완치시킨 연구결과를 발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철영 기자] 흔히 공황장애는 신경정신과에서의 치료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법의학에 따른 복부진단으로 진단한 후, 약물요법으로 완치한 연구결과가 제시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의 지나친 항진으로 인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며 흥분과 발작증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여기는 경향이 크다. 이 때 일반적으로 양방에서는 항 우울제 등으로 치료하지만 약에 대한 의존성, 졸림이나 정신이 멍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거나 재발될 가능성도 높아 완치가 쉽지 않은 편이다.

반면, 한약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제 기능을 바로잡아 자율신경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근본적인 기능을 활성화시키는데, ‘영계감조탕’이 그 역할을 해낸다는 것.

그러나 고법의학에 따른 복부진단으로 공황장애를 치료한 부천한의원 노영범(대한상한금궤학회 회장)원장은 한의학으로 치료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 원장은 양방에서 공황장애 확진을 받은 환자 2명의 임상치료 결과인 ‘영계감조탕 투여로 치료된 환자 사례 분석 및 처방의 작용기전 고찰’논문을 ‘대한상한금궤의학회’ 학회지에 게재했다.

특히,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의 특성상 한방치료를 받을 때 양약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수하지만, 양약 복용은 물론 뇌신경 이완치료, 심리치료를 일체 하지 않고 오로지 한약으로 치료했다는 점에서 남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노 원장은 “4년 동안 공황장애를 앓아온 A양의 경우 지난 2010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3개월간 한방치료를 받고 완치가 됐다”며 “BAI수치가 무려 36점을 기록할 만큼 극심했는데도 불구하고, 치료 보름 만에 심장의 두근거림과 불안증세가 호전됐으며, 두 달이 지나자 발작 증세는 완벽히 소멸됐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사실 노 원장이 공황장애를 한의학으로만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고법의학의 대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상한금궤학회는 음양오행의 균형을 중시하는 후세방인 ‘동의보감’이 아닌, 고법의학인 ‘상한론’과 ‘금궤요략’을 기초로 ‘복부진단(이하 복진)’을 통한 치료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한의학회다.

상한론(傷寒論)은 특히 중국의학에서 약물요법의 집대성자라고 지목되는 후한(後漢)의 장중경(張仲景)이 저술한 것으로, 수많은 인체치료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처방들이 기록돼 있다. 환자의 증상과 투약에 따른 예후까지 상세하게 풀이돼 처방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노 원장은 “상한론에 따르면 공황장애 환자와 어울리는 한약처방은 논문 제목처럼 ‘영계감조탕(笭桂甘棗湯)’이었다”며 “상한론에는 ‘제하계(臍下悸/배꼽 아래의 복부대동맥이 심하게 뛰어 편안하지 않은 병증)’와 ‘분돈(奔豚/아랫배에서 생긴 통증이 명치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이 마치 새끼돼지가 뛰어다니는 듯 한 증상)’이 일어날 때 ‘영계감조탕’을 처방하라고 명시했는데, 이는 복진을 할 경우 복부대동맥이 요동치고 아랫배의 근육이 뻣뻣한 공황장애 환자들의 증상과 아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계감조탕은 복령, 계지, 대조, 감초 등으로 한약재로 구성돼 있다. ‘복령’은 교감신경의 항진을 조절하고, ‘대조’는 후두부 긴장으로 인해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뇌의 불안전한 증상을 개선한다. ‘계지’는 시상하부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 원장이 진단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이 복진은 기존 한의학의 진단에 중요하게 생각되는 ‘음향오행’ 이론이나 ‘장부변증’, 사상체질 변증‘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즉, 복진을 통해 실제로 만져지거나 환자가 느끼고 호소하는 것 중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것만 진단의 근거로 삼는다.

또 노 원장이 한의학으로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정신과 치료에 나선 것은 일종의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 원장은 “학회가 만들어진지 불과 6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고법의학은 현대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기술돼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를 모두 해석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면서 “이제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고법의학의 수단은 약물치료이다. 고방은 현재의 한약 처방과 달리 약물가지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방의 약물치료는 병증에 따른 약재의 선택도 일반적이지 않다. 6년근 인삼을 상등품으로 치지만, 고방에서는 인삼의 가장 쓴 부분인 3년근의 가장 아래쪽을 약재로 사용한다. 쓴 인삼이 위장의 막혀있는 부분을 뚫고 해결한다는 것.

노 원장은 “일반적인 ‘보약’의 개념이 아니다. 질병의 치료가 우선이다. 공황장애도 마찬가지이다. 약독을 통해 몸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면, 그것이 바로 보약”이라며 “신경정신과 부분 역시 어렵지만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고속도로보다 좁은 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골목길이 아닌 사이길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노 원장의 이번 공황장애 치료와 관련한 논문은 오는 9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동양의학학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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