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의학드라마 경계 넘다…'닥터X', 통쾌함과 불편함 사이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6.11.06 00:00 / 수정: 2026.11.06 00:00
5·18 민주화운동부터 전공의 파업까지 현실 반영
매주 금토 오후 9시 50분 방송
배우 손현주 김지원 이정은 김우석(왼쪽부터)이 호흡을 맞춘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열린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송호영 기자
배우 손현주 김지원 이정은 김우석(왼쪽부터)이 호흡을 맞춘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열린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5·18 민주화운동부터 전공의 파업까지. '닥터X'가 한국 사회의 굵직한 사건을 극에 녹여내며 의학드라마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질문을 꺼내 들었다는 점이다.

지난달 9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극본 편성근, 연출 이정림, 이하 '닥터X')는 실패도, 타협도 모르는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거대한 부조리를 깨부수는 '닥터X' 계수정(김지원 분)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현재 8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1회 시청률 11.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출발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6회에서는 19.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공개 첫 주와 둘째 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쇼(비영어권) 2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닥터X'는 동명의 일본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권위를 경멸하고 무리에 속하지 않으며 오직 의사 면허와 뛰어난 술기 실력만을 무기로 삼는 계수정은 의사 용역 소개소를 통해 구서대학교병원에 파견된 인물이다. 병원 내 권력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환자를 살리는 데 집중한다.

작품 초반 설정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장 앞에서도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태도부터 다른 의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수술을 맡아 환자를 살려내는 모습까지 원작의 핵심적인 특징을 이어받았다. 특히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라는 계수정의 자신감은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대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잡음도 동시에 존재했다. 방송 초반부터 의료 고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극 중 서혜부 탈장 환자를 응급수술로 보내는 과정과 환자의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 위급 상황에서 마취과의 적절한 처치가 이뤄지지 않는 장면 등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과 의료 파업을 소재로 다루며 의료 드라마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과 의료 파업을 소재로 다루며 의료 드라마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특히 자신을 현직 정형외과 의사라고 소개한 A 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작품의 의료 현실 왜곡과 의료인 묘사 문제를 이유로 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진을 불필요한 잡무처럼 묘사하고 의료진을 무능한 악역으로 단순화하며 의료 행위의 불확실성마저 외면하는 연출이 반복된다"며 "전문가로서 잘못된 인식이 굳어지는 걸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 고증을 둘러싼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닥터X'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또 다른 논쟁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6회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총상을 입은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을 조명하면서다.

극 중 오상범은 46년 전 광주에서 겪은 사건으로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려 온 인물이다. 처음에는 머릿속에 총알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수술 과정에서 발견된 것은 총알이 아닌 뼛조각이었다. 과거 어린 오상범을 지키려다 총에 맞은 형의 뼈가 그의 머리에 박혀 있던 것이다.

특히 오상범이 반복해서 호소하던 '무겁다'는 말은 극 후반부에 이르러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당시 어린 소년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던 어른들의 희생이 드러나면서다. 작품은 역사적 사건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한 사람과 그를 지키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하지만 방송 이후 반응은 엇갈렸다.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의 아픔을 의료 서사에 녹여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반면 의학드라마의 흐름과 거리가 있는 소재가 갑작스럽게 등장해 몰입이 방해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급기야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제작사 스튜디오S의 이옥규 책임 프로듀서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닥터X' 포스터와 함께 "no fear(노 피어, 두려움 없다)"라는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게시물이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회차 직후 올라왔다는 점에서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구체적인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닥터X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닥터X'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이어 '닥터X'는 2024년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전공의 집단행동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레지던트 마성규(권승우 분)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하나둘 병원을 떠나면서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극의 주요 갈등으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작품은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진뿐 아니라 병원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선을 돌렸다. 수술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환자와 불안에 떠는 보호자,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사과를 반복하는 간호사의 모습이 등장했다. 부족한 인력 속에서도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 역시 함께 그려졌다.

다만 이러한 전개가 모두 설득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닥터X'는 기존의 관습과 권위에 맞서는 계수정을 중심으로 통쾌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이를 위해 주변 의료진의 비윤리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계수정의 활약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이지만 다른 의사들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의료 현장의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한다는 아쉬움도 남긴다.

특히 전공의 집단행동을 다루는 과정에서 일부 인물들이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을 향해 감정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장면은 이러한 한계를 드러낸다. 의료 공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현실을 조명하는 것과 집단행동에 참여한 의료진을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닥터X'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일본 원작의 기본적인 설정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역사적 사건과 의료계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질병과 치료 과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적 문제까지 들여다보며 의학드라마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모든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통쾌함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안길 수 있다. 다만 서로 다른 반응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의미까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뤘다는 사실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냈느냐다. 이제 4회만을 남겨둔 '닥터X'가 통쾌한 전개와 현실적인 묘사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닥터X'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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