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로서 더 견고한 역량과 익숙한 이미지 탈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가수 온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목소리다.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특유의 질감이 선명한 음색은 단 몇 소절만으로도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게 한다. 목소리가 따뜻하고 온화하다고 그 안에 담기는 감정까지 언제나 따뜻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새 싱글 '착각'은 익숙한 목소리로 낯선 감정을 전한다.
온유가 지난 20일 발매한 첫 싱글 앨범 '착각'은 보컬리스트로서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그 목소리에 담기는 감정과 음악 색채의 폭을 확장했다. 더불어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는 것을 넘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접 만들고 그에 어울리는 표현을 설계하는 아티스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온유는 동명의 메인 타이틀곡과 'Tic Tac Toe(틱 택 토)', 'Mind Games(마인드 게임)'까지 세 곡을 모두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장르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관통하는 정서는 하나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 해석의 차이가 서로 다른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착각'은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다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로 확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흐름에 UK 개러지 특유의 역동적인 리듬을 결합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의 조합은 이 곡이 표현하려는 감정과 맞닿아 있다. 불안정한 상황과 그럼에도 혼자 확신을 키워가는 설렘이 공존한다.
여기서 온유의 목소리는 곡의 매력을 살리는 중요한 요소다. 온유의 보컬이 가진 기본적인 정서는 다정함과 편안함이다. 그런데 '착각'에서 그 다정함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믿음을 더욱 그럴듯하게 만드는 장치로 읽힌다. 익숙한 음색에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부여한 셈이다.
지코와 함께한 'Tic Tac Toe'에서는 온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게임에 빗댄 알앤비 힙합 곡으로, 808 베이스의 통통 튀는 리듬과 경쾌한 트랩 사운드가 중심을 이룬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패를 숨기는 게임처럼 '썸'이라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줄다리기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이 곡의 흥미로운 지점은 온유와 지코의 조합이다. 유려하고 부드러운 온유의 보컬과 리드미컬하고 개성 강한 지코의 랩은 서로 다른 화법을 갖고 있다. 이 대비는 음악 색깔의 차이를 넘어 같은 관계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온유가 자신의 목소리를 다양한 장르와 조합 속에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주와 호흡을 맞춘 'Mind Games'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랑보다 자존심이 앞서고, 서로 상처를 주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연인의 위태로운 관계를 그렸다.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한 미니멀한 편곡이 특징이다. 화려한 사운드로 감정을 포장하는 대신 두 사람의 목소리와 그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에 집중하도록 했다.
'Mind Games'는 온유가 가진 섬세한 감정 표현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애정이 남아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고, 상대를 원하면서도 상처 주는 말을 내뱉는 모순적인 감정이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만나 묘한 대비를 만든다. 두 사람의 감정이 하나로 합쳐지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는 점도 곡의 주제와 어울린다.
세 곡을 나란히 놓으면 '착각'이라는 앨범의 기획 의도가 더욱 또렷해진다.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의 방식으로 확신하는 '착각', 서로의 속내를 탐색하며 유쾌한 신경전을 벌이는 'Tic Tac Toe', 사랑과 자존심 사이에서 충돌하는 'Mind Games'는 모두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어긋남을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온유가 세 곡의 작사에 모두 참여하고 '착각'과 'Tic Tac Toe'에서는 작곡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나의 주제로 엮고, 그 안에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는 얘기다. 온유가 오랜 시간 쌓아온 가창력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창작의 주도권까지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유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곡에 자신을 더 많이 담으려 했다.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한 온유는 2010년 샤이니 'Your Name(유어 네임)' 작사에 참여했고, 2016년 'So Amazing(소 어메이징)'과 '한마디'를 단독 작사했다. 2018년 솔로 데뷔 앨범 'VOICE(보이스)'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냈다.

특히 2024년 'FLOW(플로)'를 기점으로 변화가 뚜렷해졌다. 전곡 작사와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앨범의 방향성을 직접 설정하기 시작했고, 2025년 'MAD(매드)'에서는 작곡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PERCENT(퍼센트)'와 올해 3월 'TOUGH LOVE(터프 러브)'를 거치며 창작의 폭을 더 넓혔다.
그렇게 온유는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에서 무엇을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까지 고민하고 구현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진화해 왔다. 그 연장선에 있는 '착각'에서 온유는 설렘과 유희, 갈등이라는 서로 다른 얼굴을 통해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복잡한 것인지를 이야기하며 창작자로서도 더 견고한 역량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 싱글은 온유가 자신에게 익숙했던 이미지에서도 한 발짝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온유는 싱글을 발매하며 소속사를 통해 "평소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발라드 등 느린 템포의 곡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왔지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곡을 꼽았을 때 항상 댄스곡이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가수 온유에 대한 저의 착각을 바로잡기 위해 메인 타이틀곡인 '착각'을 댄스곡으로 준비해 봤다"고 말했다.
'착각'은 곡 속 화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온유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자신이 가진 목소리의 장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목소리가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찾아가는 것 역시 음악적 성장이다. 온유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좋은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노래에 빠져들게 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목소리는 그 노래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온유는 이제 그 두 가지를 모두 갖추려 한다. '착각'은 온유가 그려나가는 음악 세계의 또 하나의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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