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는 클리셰답게"…채수빈과 완성한 달콤한 케미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그동안 장르물에서 주로 묵직한 분위기를 보여줬던 배우 김영광이 '나를 충전해줘'를 통해 설렘과 웃음을 전하는 로맨스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 낯간지러운 대사와 비현실적인 상황 앞에서 스스로와 싸우기도 했지만, 끝내 백호랑의 감정에 몰입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로코의 재미를 완성했다.
김영광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극본 송유채, 연출 박수원)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이자 완벽을 추구하는 재벌 3세 백호랑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나를 충전해줘'는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백호랑(김영광 분)과 몸에 전기가 흐르는 능력을 가진 나보배(채수빈 분)가 서로의 필요성을 위해 계약을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 9일 10개 에피소드 전편이 공개됐다.
작품 공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접한 김영광은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많이는 못 봤지만 설레는 장면들을 편집해서 올려주신 걸 보면서 고마워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시고 예쁘게 봐주셔서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김영광에게 로맨스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운 작품이다. '썸바디'를 비롯해 '악인전기' '트리거' '은수 좋은 날' 등 최근 주로 장르물을 이어오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를 만난 그는 "로코를 하니까 로맨스물에 대한 마음이 살아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작품 분위기에 영향을 크게 안 받는 줄 알았던 김영광 역시 밝은 로코를 하자 생각이 바뀌었단다. 그는 "장르물을 할 때 공식석상에서의 내 모습을 보거나 돌이켜 보면 앞에 벽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 로코를 하니까 그게 다 무너져 내리면서 내가 유지하던 분위기보다 요즘 텐션이 많이 높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촬영이 마냥 편했던 건 아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에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백호랑은 초반부터 까칠하고 빈틈없는 인물이다. 김영광은 캐릭터의 성격을 외적인 부분부터 드러내려 했다. 의상에서도 각이 살아 있는 느낌을 강조했고, 잘 웃지 않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을 통해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면모를 표현했다.

반면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는 스스로의 낯간지러움을 이겨내야 했다. 김영광은 "사실 기반이 아닌 것에 대한 싸움이 있었다. '진짜 사람이 이래요? 왜 그래요?'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겨내야 했고, 그럴 때면 감독님과 채수빈 배우가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줬다"고 돌이켰다.
특히 보배의 상상 속이나 극중극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용기가 더 많이 필요한 도전이었다. 김영광은 "특히 더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지 않나. 동시에 보디가드로서의 진지함까지 보여줘야 했다. 내면에서 싸움이 많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오히려 과장되게 표현한 지점도 있었다. 일례로 극 중 백호랑이 단전에서부터 나오는 기가 찬 웃음 '하'를 크게 외칠 때가 종종 있었다. 김영광은 "스스로의 싸움이 극에 달했을 때 나온 부분들이었다"며 "이 친구의 기분을 확실하게 표현해주고 싶은데, 그냥 연기하기엔 아쉽다 보니 '에이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한번 질렀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해졌다. 그때부터 그런 표현 방식을 사용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는 사람들도 낯간지럽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를 하면 오히려 연기가 위축돼요. 괜히 부자연스러워질까 봐 우려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죠. 원작이나 레퍼런스를 참고하기보다 '이 세계관 안에서 내가 백호랑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를 고민하며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김영광은 백호랑의 감정을 따라가며 점차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도리어 초반의 까칠한 재벌 3세가 후반으로 갈수록 인간 김영광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김영광은 "아무래도 '나'라는 소재나 재료는 같지 않나. 그런 상태에서 상대 배우와 가까워지고 장난도 많이 치면서 더 내 모습이 나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도 갈수록 경계가 조금 허물어졌고, 이런 점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광이 백호랑을 구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의외로 '정석'이었다. 익숙한 로맨스 문법을 비틀기보다 오히려 그 공식을 충실히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는 "아주 클리셰를 클리셰적으로, 그 클리셰를 보면서 아는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원작 소설도 따로 참고하지 않은 그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호흡을 중요하게 여겼다. 대본의 지문이 짧았던 만큼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 리허설하며 장면의 동선과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김영광은 "공간이 주는 단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백호랑의 집처럼 캐릭터를 둘러싼 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으면 그 인물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채수빈과의 호흡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데 힘이 됐다. 김영광은 "채수빈은 실제로도 정말 귀엽지 않나. 무엇보다 어떤 연기를 해도 잘 받아준다. 예를 들어 리허설 때 하지 않았던 연기를 갑작스럽게 해도 그에 맞춰 잘 받아쳐 준다"며 "지방 촬영을 하면서 함께 밥도 먹고 놀러도 다니고 친해졌는데 그런 과정이 드라마에 잘 녹아들며 케미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본 채수빈은 사랑스러운 매력뿐 아니라 깊이와 유연함을 갖춘 배우였다. 김영광은 "다람쥐 같기도 하고 코알라 같기도 하다. 만져주고 싶은 감정이 생기는 배우인 것 같고, 그게 무기"라며 "생각이 깊으면서도 유연하다. 난 현장에서 난리 치면서 다니는데 수빈이는 가만히 생각할 때도 많다. 속이 깊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로맨스 장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김영광은 "로맨스를 하면 기분이 붕 뜨는 것 같다. 마음과 생각을 아름답게 바꿔주고 좋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밝혔다.
"악인을 연기할 때는 아름다운 생각이 잘 안 났어요. 그런데 '나를 충전해줘'를 찍고 나서는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 보여요. 당장 오늘도 '왜 이렇게 하늘이 예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계속 찍으면 너무 날아갈 것 같으니 가끔은 발을 땅에 붙여놓을 장르물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로맨스에 대한 갈증이 이번 작품으로 끝난 건 아니다. 오히려 다음 작품도 로맨틱 코미디다. 현재 촬영 중인 '조련의 여왕'에서 김영광은 상대에게 조련당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를 연기한다. 그는 "'나를 충전해줘'와는 또 다른 맛이 있는 로코"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김영광은 앞으로도 장르에 제한을 두기보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어떤 장면을 보고 상상이 된다든가, 흥미가 생기는 작품을 좋아한다. 어떤 장르여야 한다는 건 없다"며 "지금도 여러 가지를 하고 싶기 때문에 제한을 두지 않고 마음이 가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말도 안 하면 무섭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착하고 친한 동네 형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홍보 때문에 여러 콘텐츠를 촬영하고 나니 팬들이 생각보다 제 비하인드를 듣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접점들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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