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활동 통해 뒤늦게 빛을 본 곡 많아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밴드 엔플라잉(N.Flying)이 11년간 꺼뜨리지 않은 열정의 불씨를 다시 키웠다.
엔플라잉(이승협 차훈 김재현 유회승 서동성)은 8일 타이틀곡 '잔불(Still)(스틸)'을 포함해 총 7곡이 수록된 아홉 번째 미니앨범 'Still'을 발매했다.
데뷔 11주년을 지나 12년 차에 접어든 이들이 '잔불'을 전면에 내세운 점은 흥미롭다. 특히 '잔불(Still)'에 담긴 메시지는 엔플라잉이라는 밴드가 걸어온 역사와 절묘하게 닮아 있어 의미를 더한다.
일단 '잔불(Still)'은 '여전히 남아 있는 열정'에 관한 음악이다. 엔플라잉 멤버들은 소속사를 통해 "'잔불(Still)'은 자신도 모르게 식었거나 식어가던 열정을 다시 한번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라며 "'잔불(Still)'을 통해 나의 작은 불씨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잊고 지내셨던 열정이 다시금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메시지는 꼭 리스너가 아니라 엔플라잉이 자기 자신에게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잔불(Still)'의 작업은 이승협과 서동성의 실제 대화에서 시작됐으며 가사에는 '나는 변함없이 그때의 모습 그대로 뜨거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데뷔 이후 멤버 구성과 음악적 방향에 변화를 겪으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며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낸 엔플라잉의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다.
2015년 5월 '기가 막혀'로 데뷔할 당시 엔플라잉은 랩과 록을 결합한 '랩 록' 성향이 강한 밴드였다. 밴드 연주에 랩을 접목한 역동적인 음악은 같은 회사 선배들인 FT아일랜드나 씨엔블루와는 또 다른 개성을 부여했고 이런 특징은 후속 싱글인 'Lonely(론리)'에서도 이어졌다.
'Lonely'의 경우 서정적인 멜로디와 데뷔곡 '기가 막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사운드로 인해 '대중성을 택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팝적인 멜로디 위에 랩을 얹고 후반부에 한꺼번에 터뜨리는 곡의 구성은 엔플라잉 이전에도 많은 랩 록 밴드들이 선보인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엔플라잉의 음악이 큰 전환점을 맞은 건 2017년 유회승의 합류부터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폭넓은 음역을 갖춘 유회승이 밴드에 가세하면서 이들의 음악적 선택지는 크게 늘어났고, 이때부터 엔플라잉은 개성 강한 래핑과 시원한 고음, 섬세한 감정 표현과 리드미컬한 연주가 어우러진 특유의 사운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밴드의 리더 이승협은 여러 인터뷰에서 "유회승이 합류하면서 밴드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제약이 거의 사라졌다"는 말을 자주 하기도 했다.
이후 이승협이 본격적으로 곡 작업을 주도하고 2020년 서동성까지 정식 베이시스트로 합류하면서 엔플라잉은 점차 대중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감성을 강조하는 팝 록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음악색을 옯겨갔다.
그렇다고 엔플라잉이 데뷔 초기의 음악색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다. 이승협 특유의 랩과 리듬감은 지금도 발표하는 음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감각은 여전히 엔플라잉이라는 밴드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처럼 엔플라잉이 차근차근 자신들의 음악을 다듬어가는 동안 이들을 향한 사람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재미있게도 이들의 음악 역시 발표 당시보다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사랑을 받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1월 발표한 '옥탑방'이다. '옥탑방'은 발표 직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활동 종료 이후 입소문을 타고 음원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고, 그 해 3월에는 멜론 월간 차트 1위까지 달성했다.
이런 현상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이들이 2021년 발표한 'Flashback(플래시백)'은 발매 5년이 지나 올해 다시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2019년 발표한 'Autumn Dream(어텀 드림)'도 올해 8월 벅스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또 2023년 발표한 'Blue Moon(블루 문)' 역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엔플라잉의 잇따른 역주행을 단순히 '운'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배경에는 이들의 왕성한 라이브 활동이 자리한다. 엔플라잉은 코로나 팬데믹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해마다 단독 콘서트를 이어오고 있으며, 2025년에는 월드투어를 통해 전 세계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펼쳤다.
페스티벌까지 살펴보면 이들의 활동량은 더욱 크게 체감된다. 2025년 엔플라잉은 국내에서만 3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 출연해 현장의 관객들과 교감을 나눴다.

이처럼 엔플라잉은 왕성한 라이브 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자신들의 팬을 늘리고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주목받은 음악이 다시 새로운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끄는 선순환까지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서사를 쌓아온 엔플라잉이 지금 이 시점에 발표한 곡이 '잔불(Still)'이다. 지난 11년간 음악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온 엔플라잉이기에 이 노래가 지닌 메시지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결국 '잔불(Still)'은 앞서 말한 것처럼 엔플라잉이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담은 곡이고, 꺼져가는 불씨가 아니라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새로운 장작을 넣는 곡이다.
11년간 지켜온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 엔플라잉이 또 다른 전성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augardagr@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