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유어 아너', 족쇄 풀리자 터졌다…'웰메이드'의 지각 역주행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6.09.03 10:00 / 수정: 2026.09.03 10:00
지니TV·ENA 드라마, 공개 2년 지나 넷플릭스 입성
손현주·김명민·허남준·김도훈의 연기 잔치…호평으로 이어져
배우 손현주 김명민 허남준 김도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연의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가 넷플리스에 입성한 지 엿새 만에 1위를 차지했다. /KT스튜디오지니
배우 손현주 김명민 허남준 김도훈(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주연의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가 넷플리스에 입성한 지 엿새 만에 1위를 차지했다. /KT스튜디오지니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좋은 작품은 언젠가는 통한다. 시간이 지나도 진가는 빛을 발하기 마련이고, 웰메이드 콘텐츠의 힘은 결국 시청자를 끌어당긴다. '유어 아너'가 플랫폼의 족쇄에서 풀려난 뒤 넷플릭스 정상에 오르며 이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 연출 유종선)는 지난달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편이 공개됐다. 공개 하루 만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9위로 진입한 데 이어 26일 1위까지 올라섰다.

2024년 8월 첫 방송된 '유어 아너'는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와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대립을 그렸다.

손현주와 김명민이라는 연기파 배우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지키려는 두 아버지를 연기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여기에 김도훈과 허남준이 각각 두 아버지의 아들로 등장해 힘을 보탰다. 김도훈은 송호영의 불안정한 내면을, 허남준은 김상현의 냉정함과 야망을 표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아버지들의 '연기 차력쇼'와 두 아들의 '연기 차력잔치'가 '유어 아너'를 이끌었다.

이에 힘입어 작품은 시청률 1.7%로 시작해 입소문을 탔고, 최종회에서 6%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그러나 시청률과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아쉬움도 있었다. 지니TV 오리지널이라는 특성상 다시보기와 OTT 접근성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ENA를 통해 본방송을 볼 수 있었지만, OTT가 일상화된 시청 환경에서 지니TV를 이용하지 않는 시청자에게는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당시 온라인에서는 '유어 아너'를 두고 이른바 '지리지널'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지니TV 오리지널 콘텐츠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일부 시청자에게는 작품의 접근성을 낮추는 플랫폼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가 공개된 지 2년 후에도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며 웰메이드는 시간이 지나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KT스튜디오지니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가 공개된 지 2년 후에도 여전한 저력을 보여주며 웰메이드는 시간이 지나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KT스튜디오지니

그런 작품이 2년 뒤 넷플릭스에 공개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더 많은 시청자가 별도의 진입장벽 없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됐고, 공개 엿새 만에 국내 시리즈 정상까지 올랐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콘텐츠가 플랫폼을 옮기면서 다시 한번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특히 '유어 아너'의 넷플릭스 성적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앞서 티빙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티빙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진입장벽을 한 차례 낮췄지만, 넷플릭스 공개 이후에는 더욱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넷플릭스 공개 시점 역시 절묘했다. 최근 MBC '멋진 신세계'로 주목받은 허남준의 과거 출연작을 찾아보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유어 아너'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멋진 신세계'의 차세계와 '유어 아너'의 김상현은 전혀 다른 결을 지닌 인물이다. 차세계로 인상을 남긴 허남준의 또 다른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어 아너'를 향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더군다나 '멋진 신세계'가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공개되며 허남준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유어 아너' 또한 해외 시청자들을 유입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연출을 맡은 유종선 감독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방송한 지 2년 된 드라마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명예다. 역주행 계기를 마련해준 허남준 배우와 팬들, 제작진과 시청자분들께 감사하다"며 벅찬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초반의 아쉬운 플랫폼 선택으로 먼 길을 돌아왔지만, '유어 아너'가 보여준 뒤늦은 역주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잘 만든 콘텐츠는 판만 깔아주면 언제든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을, '웰메이드'의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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