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챌린지용 음악이나 마케팅 자제 필요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가수 지코가 2020년 1월 13일 발표한 '아무노래'를 계기로 유행하기 시작한 '챌린지 문화'는 불과 6년 만에 K팝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챌린지 문화가 당연시되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업계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현장 관계자들이 말하는 '챌린지 문화'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챌린지로 인한 서열화, 둘째 '시간 부족과 체력 저하', 셋째 '음악과 안무에 악영향'이 그것이다.
첫 번째 부작용으로 지목된 '서열화'는 챌린지에 누가 참여하는지에 따라 그룹에 등급을 매기거나 계급을 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 매니지먼트사 임원 A씨는 <더팩트>에 "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이나 인기 그룹 멤버가 참여하지 않으면 챌린지의 효과는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대형 기획사와 인기 그룹은 대부분 자기들끼리 챌린지를 진행하기 때문에 중소 기획사나 신인 그룹이 이들과 챌린지를 찍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 결국 비슷한 처지의 중소 기획사나 신인 그룹끼리 챌린지를 진행하게 되는데, 당연히 마케팅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K팝 팬들 사이에서 '누가 챌린지에 참여했는지'로 그룹의 등급을 매기거나 계급을 나누는 상황만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A씨는 이런 계급화가 각각의 그룹이 아니라 하나의 그룹 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챌린지는 그룹 내에서 한두 명이 참여하는 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챌린지에 자주 참여하는 멤버와 그렇지 못한 멤버가 또 갈리게 된다"며 "물론 멤버 전원의 인지도가 높은 인기 그룹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큰 중소 기획사 신인 그룹에게 이런 서열화는 팀워크에 은근히 악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두 번째 문제점으로 지목된 '시간 부족과 체력 저하'는 중소 기획사나 신인 그룹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챌린지 문화가 당연시되면서 K팝 그룹이 활동기간이 되면 자신의 안무가 아닌 다른 그룹의 안무를 연습하는 모습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는 결국 멤버들의 휴식 시간을 점점 줄어들게 만들고 이것이 누적되면 컨디션이나 체력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챌린지 문화를 탄생시킨 지코조차 여러방송에서 "(챌린지 때문에 쉬는 시간이 없어졌다는 불만에 대해서) 진짜 할 말이 없다. 너무 미안하다"며 "대한민국 연예계의 모든 기획사, 엔터사가 협업해서 한 달 정도 인터미션(휴식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은 단순히 멤버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현장 매니지먼트 업무를 보는 스태프들 역시 챌린지 참여 인원 섭외와 촬영을 위해 쉴 틈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고 심할 경우 음악방송 일정에 지장을 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A씨는 "과거 챌린지 촬영 때문에 리허설 일정이 밀리면서 방송사 내에서 큰 문제가 된 적 있다"며 "현재 MBC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는 본방송 중에는 챌린지 촬영이 금지된 상태"라고 증언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챌린지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챌린지에서 시작한 히트곡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에이티즈의 'BAD(배드)'와 아일릿의 'It's Me(이츠 미)', 코르티스의 'REDRED(레드레드)' 등 챌린지가 유행하며 음원 성적이 크게 상승한 사례가 계속 있었고, '역주행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리센느 역시 '파라파라 댄스' 챌린지를 크게 유행시킨 적이 있다.
이에 많은 K팝 그룹이 '혹시나'하는 마음에 챌린지를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K팝을 소비하는 플랫폼이 숏폼과 직캠을 위주로 흘러가면서 챌린지는 아무리 싫어도 포기할 수는 없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시장이 숏폼 위주로 재편되면서 그에 최적화된 챌린지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해 버렸다. 좋든 싫든 촬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또 아무리 중소 기획사 신인 그룹이라고 해도 어쨌든 챌린지가 나오면 소비하고 좋아하는 팬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챌린지를 찍지 않는 것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 상황은 챌린지의 세 번째 문제점과도 연결된다. 숏폼과 챌린지가 중요해지면서 음악과 안무 역시 곡 전체의 완성도보다 짧고 강렬한 특정 구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B씨는 "요즘 K팝은 챌린지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구간이나 안무가 한두 군데는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며 "특히 안무 쪽에서는 챌린지에 어울릴 만한 동작을 두세 파트 만들어 그중 더 반응이 좋은 쪽을 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처음부터 챌린지만을 노리고 음악과 안무를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숏폼과 챌린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음악과 안무도 온전히 기승전결을 갖춘 구성보다 특정 구간을 강조해서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최근에 K팝 팬들 사이에서 '다 죽자 파트(해당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고 눈에 띄는 구간. 그룹 에스파 'Whiplash'의 지젤 파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확산됨)'라는 밈이 유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챌린지 문화로 인해 K팝 업계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거부하거나 금지하기도 쉽지 않다.
B씨는 "사실 현장에서 챌린지 문화에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게 꽤 됐고, 챌린지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면서 이를 반대하거나 탐탁지 않게 보는 사람도 제법 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는 것"이라며 "결국 뾰족한 답이 없다. 지금으로서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멤버들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도하게 시간을 빼앗는다거나 제작비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비용을 쓴다거나 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은 자제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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