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의미는 통했지만…'플레이리스트 109'가 넘어야 할 익숙함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6.09.01 10:00 / 수정: 2026.09.01 10:00
109곡 '버팀송'으로 전하는 위로…익숙한 전달 방식의 아쉬움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오늘을 버틴 노래 - 플레이리스트 109가 저마다의 삶에 깃든 버팀송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MBC
MBC 예능프로그램 '오늘을 버틴 노래 - 플레이리스트 109'가 저마다의 삶에 깃든 '버팀송'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MBC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플레이리스트 109'가 저마다의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한 노래를 모아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삶과 노래를 연결해 '버팀송'을 완성하는 취지 자체는 진한 울림을 남긴다. 그러나 특별한 기획과 달리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는 익숙함을 지우지 못했다. '플레이리스트 109'가 따뜻한 위로를 넘어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할 때다.

지난달 21일 첫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오늘을 버틴 노래 - 플레이리스트 109'(이하 '플레이리스트 109')는 누군가의 힘겨운 하루를 버티게 해 준 '버팀송'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총 8부작으로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프로그램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09는 '한 명의 생명도(1) 자살 없이(0) 구하자(9)'는 의미를 담은 번호다. 전화 상담이 힘든 순간에 놓인 사람을 다시 일상으로 이끌 듯 '플레이리스트 109' 역시 각자의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노래를 모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에 가수 이석훈 이준 딘딘이 MC를 맡아 배우와 가수부터 소방관, 상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삶과 '버팀송'을 수집한다. 목표는 총 109곡이다.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107곡을 모은 뒤 마지막 두 곡은 직접 제작해 전 국민을 위한 109곡의 '버팀송'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할 예정이다.

출발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힘내라'는 직접적인 말 대신 누군가가 실제로 힘든 시간을 버틸 때 들었던 노래를 통해 위로를 건넨다. 사람마다 살아온 시간도, 견뎌낸 방식도, 힘이 된 노래도 모두 다른 만큼 이야기의 폭도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첫 회부터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첫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박신양은 유학 생활과 당시 자신에게 힘이 돼준 사람, 러시아에서 즐겨 들었던 노래 등을 이야기했다. 이후에도 배우와 가수는 물론 소방관, 상담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출연자가 등장해 자신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노래를 꺼내놨다.

플레이리스트 109는 누군가의 힘겨운 하루를 버티게 해 준 버팀송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방송 화면 캡처
'플레이리스트 109'는 누군가의 힘겨운 하루를 버티게 해 준 '버팀송'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방송 화면 캡처

사연을 먼저 듣고 난 뒤 이어지는 노래는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인다. 평소라면 익숙하게 흘려들었을 곡도 한 사람의 기억과 맞닿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얻는다.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이 노래가 내 삶을 버티게 했는가'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플레이리스트 109'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히 출연자의 삶을 충분히 들여다본 뒤 노래로 감정을 이어가는 방식은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위로와 잘 맞아떨어진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며 자신에게 위로가 된 노래를 꺼냈고, 배우 차인표는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던 청춘 시절의 기억을 한 곡의 노래와 연결했다. 박소담 역시 아픈 시간을 겪은 뒤 달라진 삶의 속도와 자신을 지탱해 준 음악을 이야기했다.

3MC의 존재감도 강점이다. 이석훈 이준 딘딘은 모두 음악과 가까운 인물인 데다 각자 다른 색의 보컬을 지니고 있다. 출연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직접 노래를 불러주거나 함께 듀엣을 하는 장면은 단순한 토크에서 끝날 수 있는 감정을 한 번 더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들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일정된 틀 안에서 반복된다는 데 있다. 출연자를 찾아가고 그의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듣고, 당시 힘이 된 노래를 꺼낸 뒤 라이브 무대를 꾸미는 형식은 이제 더는 낯설지 않다. '버팀송'이라는 키워드는 분명 새롭지만 방식 자체는 여러 토크와 음악 예능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플레이리스트 109'를 보고 있으면 분명 좋은 이야기를 듣고 있음에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따라온다. 스타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곡을 듣거나 음악을 통해 추억과 사연을 환기하고 마지막에는 라이브로 감동을 완성하는 흐름은 이미 익숙하다.

플레이리스트 109는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플레이리스트 109'는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 화면 캡처

그럼에도 '플레이리스트 109'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까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버티게 한 노래를 수집하는 데서 시작해 이를 다시 모두를 위한 노래로 돌려준다는 기획은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석훈 이준 딘딘은 지난 22일 첫 번째 공식 음원 '같이'를 발매하기도 했다. '같이'는 힘든 순간 누군가의 곁을 지켜주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세 사람이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버팀송'과 삶의 이야기를 들은 뒤 직접 목소리를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오는 28일에는 딘딘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두 번째 공식 음원 '109'도 공개된다.

사람들의 삶에서 107개의 '버팀송'을 수집하고 마지막 두 곡은 직접 만들어 109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한다는 처음의 목표가 현실이 되는 셈이다. 결국 '플레이리스트 109'의 강점은 거창한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하루를 버티게 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에 있다.

다만 좋은 의미가 곧 새로운 예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버팀송'이라는 소재와 109곡을 완성한다는 목표가 특별한 만큼 이를 보여주는 방식에도 프로그램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익숙한 토크와 라이브의 문법을 넘어설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잠시 위로를 건넨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인생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플레이리스트 109'는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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