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팬덤 시스템의 무리한 결합 부작용이라는 지적 나와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아이돌 밴드'의 멤버 탈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밴드에 팬덤 문화를 무리하게 결합하려는 시도가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걸밴드 레이턴시(LATENCY)의 소속사 오디너리 레코즈는 리듬기타의 지지원과 키보드의 하은, 베이스의 세미가 계약을 종료하고 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지원과 하은, 세미는 레이턴시 이전에 걸그룹 시그니처(cignature)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다.
또 레이턴시는 밴드의 드러머이자 그룹 이달의 소녀 출신 현진이 이미 5월 팀을 떠나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최근 들어 멤버 탈퇴를 겪은 밴드는 레이턴시뿐만 아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도 13일 드러머 건일의 탈퇴를 공지했고, 안테나 소속의 드래곤 포니(Dragon Pony)도 25일 베이시스트 편성현이 팀을 떠났다.
일단 세 밴드의 멤버 탈퇴에는 비교적 명확한 이유가 있다. 드래곤 포니의 편성현은 이미 건강 문제로 1개월 이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으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건일은 이성 교제와 팬을 향한 부적절한 언행이 사실이라고 직접 인정했다.
레이턴시 역시 현진이 건강 악화로 탈퇴한 이후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워졌고, 이는 세 멤버의 줄이탈로 이어졌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밴드 멤버들의 탈퇴가 연달아 벌어지자 관련 업계에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른바 '아이돌 밴드'의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밴드에 대한 이해도와 연주 실력, 음악성이 부족한 상태로 '팬덤 확보'에만 집중하는 태도다.
익명을 요청한 밴드 업계 관계자 A씨는 <더팩트>에 "솔직히 최근 'K팝 그룹 출신이니까', '유명 K팝 기획사에서 선보이는 밴드니까' 잘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밴드 시장에 접근하는 K팝 그룹 출신이나 제작자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며 "레이턴시도 QWER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갖고 밴드를 결성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팀은 대부분 K팝 그룹이 팬덤을 모으던 방식을 그대로 밴드에서도 반복하려고 한다"며 "하지만 밴드는 매력적인 음악성은 물론이고 라이브를 통한 관객과의 교감,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연주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히려 K팝 그룹이나 유명인 출신은 사람들이 더욱 엄격하게 지켜보며 검증하기 때문에 실력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QWER은 결국 이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 없이 단순히 팬미팅만 반복한다고 팬이 모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밴드에 팬덤 문화를 이식하면서 '완전체'를 강요하는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A씨는 "사실 밴드에게 멤버 교체는 생각보다 굉장히 흔한 일이다. 단적인 예로 올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하는 메가데스(Megadeth)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원년 멤버가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뿐이며, 그 데이브 머스테인도 메탈리카(Metallica)에서 탈퇴한 멤버다. 당장 부활만 봐도 보컬이 수시로 바뀌고 있고 데이식스도 데뷔 당시 6인조였지만 지금은 4인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물론 밴드의 근간을 이루고 인기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출난 멤버가 존재해, 해당 멤버가 없으면 밴드의 존속 자체가 어려운 사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건일이나 편성현이 팀 내에서 그 정도로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한 멤버였냐고 하면 확답하기 어렵다"며 "당연히 팬의 입장에서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멤버 탈퇴가 밴드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반응은 밴드보다 K팝 그룹에서나 자주 보던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이런 문제는 과도기에서 벌어지는 부작용이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대형 기획사의 밴드 시장 진출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업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돌 밴드나 대형 기획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밴드 신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은 기존의 밴드 업계와 K팝 기획사의 운영 방식이 적절한 밸런스를 찾고 있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레이턴시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드래곤 포니와 같은 사례는 또 발생할 수 있다. 그때마다 지금처럼 '논란'이 되면 안 된다"며 "과도기를 빠르게 넘기고 기존 밴드 팬과 새롭게 유입되는 팬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밴드 신과 K팝 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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