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 유망주'에서 '차세대 대표 배우'로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에 들어온 배우 유현수를 동료 기자들에게 소개할 때 붙인 수식어는 '킹콩의 루키이자 유망주'였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를 배웅할 때는 달랐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차세대 대표 배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가능성을 확인한 '킬러들의 쇼핑몰2'다.
유현수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을 찾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극본 지호진, 연출 이권, 이하 '킬러들의 쇼핑몰2')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정지안(김혜준 분)의 각성을 돕는 섬마을 하남도 주민 김우진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유현수를 처음 본 건 킹콩 by 스타쉽의 유튜브 콘텐츠 '콩알탄'이었다. 소속 배우 다섯 명이 함께한 콘텐츠에서 유현수는 막내였다. 당시만 해도 그의 작품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터라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보다 풋풋한 막내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았다. 자연스럽게 '킹콩의 루키'이자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최근 '킬러들의 쇼핑몰2' 속 유현수를 본 순간, 첫인상은 기분 좋게 뒤집혔다. 단순히 가능성 있는 신인을 넘어,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잇는 소속사의 핵심 대표 배우로 우뚝 서겠단 확신이 들었다. 스릴러와 로맨스, 비극을 오가는 다층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는 그의 눈빛을 보며 '이 배우의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피어올랐다.
실제로 만난 유현수는 카메라 밖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캐릭터를 치밀하게 해석해 풀어내는 인터뷰 능력은 신인답지 않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짓궂은 질문이나 다소 민망한 상황에 놓이자 금세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에선 여전한 풋풋함과 순수함이 묻어났다.
처음 '콩알탄'에서 봤던 막내미 가득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층 더 성장했다는 점이 달랐다. 배우로서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사람으로서는 여전히 순수한 유현수다.

지난 12일 8부작을 끝으로 종영한 '킬러들의 쇼핑몰2'는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 '머더헬프'의 대표가 된 정지안이 살아 돌아온 정진만(이동욱 분)과 함께 글로벌 조직 '바빌론'을 상대로 반격에 나서는 스타일리시 액션 시리즈다. 앞서 지난 2024년 공개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즌1이 지안의 각성을 담아냈다면 시즌2는 살아 돌아온 진만의 이야기와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펼쳐냈다.
유현수에게도 '킬러들의 쇼핑몰2'는 특별했다. 그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한 페이지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면서 "연기자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준 작품"이라고 이번 작품의 의미를 짚었다.
유현수에게 '킬러들의 쇼핑몰2'는 부담으로 시작한 작품이었다. 시즌1에서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새로운 인물로 합류하는 것 자체가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쁜 마음보다 부담감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시즌1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만들어놓은 좋은 앙상블과 이야기에 절대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가장 컸어요."
'킬러들의 쇼핑몰2'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쁨보다 부담이 먼저였다. 시즌1이 만들어놓은 세계와 선배 배우들의 앙상블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컸다. 캐스팅부터 첫 촬영까지 주어진 시간은 약 2주뿐이었다. 그 안에 통영 사투리와 오토바이 운전, 배 조작법까지 익혀야 했다. 유현수는 당시 압박감 때문에 체중도 3kg가량 빠졌다. 그는 "촬영 모니터를 보고 저도 놀랐다. 촬영 감독님도 살이 너무 빠진 것 아니냐고 하실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준비해야 할 것은 많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투리였다. 유현수는 "우진이라는 캐릭터의 근간이 되는 건 사투리라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사투리 선생님과 붙어 연습했고, 통영에서는 촬영이 끝난 뒤 숙소에 들어와서도 계속 대본을 봤다. 만나지 못하는 날에는 전화로 3시간 넘게 연습했다. 오토바이 면허는 급한 마음에 비 오는 날 시험을 봤다가 한 번 떨어졌지만 재수 끝에 취득했고, 배 운전은 촬영 전 통영에 내려가 현장에서 직접 조작법을 배웠다.

우진이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도 치열했다. 부모를 잃고 어머니들의 손에서 자란 뒤 섬에 남아 어르신들을 돌보는 삶을 선택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유현수는 통영 섬 청년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찾아봤고, 그 안에서 우진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섬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사는 젊은 어부들이 늘 걱정과 근심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이 우진이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우진에게 단순히 돌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목표이자 가치였다.
그런 우진의 삶에 지안이 들어왔다. 또래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을 인물이 자신처럼 부모 없이 자란 지안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유현수의 해석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 지안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을 것 같다. 바로 순간적으로 몰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생 섬과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살아온 우진에게 지안은 처음으로 삶의 중심을 옮길 만큼 특별한 사람이 됐다.
그래서 지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선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유현수는 평범한 사람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갑자기 닥치면 순간적인 영웅심리가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섬의 지리를 알고 배를 모는 일은 우진에게 일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고 싶다는 본능이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청자가 본 우진은 한동안 다른 사람이었다. 2부까지 공개된 뒤에는 바빌론에서 심어놓은 사람이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졌다. 유현수 역시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 우진의 행동에는 실제로 의심받을 만한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생각한 우진의 감정과 감독이 요구한 표현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유현수는 "처음에는 우진이가 걱정스럽게 혹은 의문스럽게 지안의 집을 바라보는 표정을 했는데 감독님께서는 첩자가 집을 간파하는 것처럼 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밀수품을 꺼내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들킬까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라 더 큰 어둠을 요구받았다. 당시에는 그 차이가 조금 낯설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서야 감독이 왜 그런 디렉팅을 했는지 알게 됐다.

우진의 클라이맥스는 배 위에서 찾아왔다. 실제 바다에서 촬영한 분량이 60~70%였고, 마지막 죽음 장면은 수조 세트에서 6~7시간가량 촬영했다. 김혜준과의 감정 교류도 중요했다. 유현수는 "혜준 선배님께서 10테이크를 하면 10테이크 모두 오열했다. 에너지와 정서의 교류를 많이 줘서 정말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돌아봤다.
"지안에게는 제 떨리는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애써 괜찮은 척하려고 했어요. 대신 카메라로는 그 떨림을 들키고 싶었어요."
지안이 미안해하는 순간에도 같은 감정을 가져갔다. 떨리는 손을 애써 감추면서 아무도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할 것처럼 믿음을 주는 게 우진의 몫이었다. 총을 맞기 직전까지 지안을 안심시키는 모습이 필요했다. 유현수는 사투리 선생님에게 경쾌하게 대사를 처리하는 방법까지 물었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밝게 웃으려는 모습이 마지막 비극을 더 크게 만들 것이라고 봤다.
총을 맞은 뒤 우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안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정지안이라는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었다. 유현수는 "그날 새벽에 정지안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죽는 그 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불러주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다시는 불러주지 못할 것 같은 미래를 직감했기 때문에 더 많이 이름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그 이름도 예쁘네'라는 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예요. 아린이든 지안이든, 네가 어떤 인생을 살았든 그것과는 별개로 너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한다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지안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말이라고 생각해요."

우진의 퇴장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생존 가능성을 기대하는 반응부터 바빌론의 최종 빌런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왔다. 유현수는 그런 반응을 알고 있었다. 그는 "그만큼 아쉬움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웃었다. 다만 우진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안과 진만이 당시를 다 수습했기 때문에 우진이는 떠난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킬러들의 쇼핑몰2'는 유현수에게 장르적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일상적인 작품을 많이 해왔지만 오히려 일상적인 연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할 때 극적인 상황과 감정의 폭이 큰 장면을 중심으로 훈련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동안 연습했던 것들을 처음 꺼내볼 수 있었다.
"'이걸 이제 한 번 써볼 수 있구나, 사용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연습해왔던 것들을 한 번이라도 꺼내는 기회를 갖는 게 너무 소중했어요."
이번 작품은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꿔놓았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만큼 작품 전체에서 자신의 연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드라마와 영화는 결국 관객을 위한 결과물이라는 것도 다시 생각했다. 유현수는 "관객들이 정확하게 느낄 수 있게끔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을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게끔 연기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이제 다음이 궁금하다. 유현수는 촬영을 마친 작품이 하나 있고 차기작을 찾는 중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오가며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연기를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것도 목표다.
"앞으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매번 새롭고 신선한 등장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연기를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필모그래피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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