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소지섭'] 여전히, 아직도 새로운 이름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6.08.06 10:00 / 수정: 2026.08.06 10:00
'김부장'서 남북파 공작원 출신 은행원 김부장 役으로 열연
"두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김부장'"
배우 소지섭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피프티원케이
배우 소지섭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피프티원케이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남기는 것도 어렵지만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표작을 탄생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배우 소지섭은 그 어려운 일을 30년 가까이 반복하며 대중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익숙한 모습에 기대지 않고 매번 새로운 얼굴을 꺼낸 소지섭은 이번에도 '김부장'을 통해 배우 인생의 두 번째 페이지를 활짝 열었다.

배우 소지섭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극본 남대중, 연출 이승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김부장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에게는 저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 있다. 하지만 소지섭은 조금 특별하다. 어떤 이들에게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이고, 또 다른 이들에게는 '발리에서 생긴 일'의 강인욱이나 '카인과 아벨'의 이초인이다. 청년들에게는 '주군의 태양'의 주중원이 익숙하고 조금 더 어린 세대에게는 '광장'의 남기준이 먼저 떠오른다.

한 배우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캐릭터가 세대마다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 대중의 기억 속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더욱이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대표작을 남겼다는 건 배우로서 특별한 커리어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 작품 익숙한 모습을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여야 하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완성해야 한다.

또한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과 캐릭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힘, 함께하는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는 태도도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이 쌓여야만 시청자들 역시 그의 이름만으로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소지섭에게 오랫동안 따라붙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유다.

그렇기에 매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수많은 대표작을 가진 배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소지섭은 과거의 성공에 기대기보다 작품마다 이전과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그 어려운 일을 꾸준히 해냈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대표작은 '김부장'이었다.

'김부장'은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돼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다. 총 10부작으로 지난달 25일 종영했다.

소지섭은 김부장에서 남북파 공작원 출신의 김부장 역을 맡아 액션부터 브로맨스 케미, 진한 부성애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썼다. /SBS
소지섭은 '김부장'에서 남북파 공작원 출신의 김부장 역을 맡아 액션부터 브로맨스 케미, 진한 부성애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썼다. /SBS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첫 회 시청률 9.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4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23%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는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최고 기록이자 SBS 역대 금토드라마 가운데 '펜트하우스2'(29.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주군의 태양'에 이어 이번에는 '김부장'으로 또 한 번 자신의 이름 앞에 새로운 대표작을 더한 소지섭.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그 결과가 믿기지 않는단다. 소지섭은 "시청률이 20%를 넘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말 깜짝 카메라를 당하는 기분이었다"며 "감독님께도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말이 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소지섭은 극 중 평범한 중소저축은행 직원으로 살아가지만 과거 남북파 공작원 출신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김부장 역을 맡았다. 딸을 위해 과거를 지우고 평범한 삶을 선택했지만 하나뿐인 딸이 납치되면서 다시 위험한 싸움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김부장의 출발점은 화려한 액션보다 딸을 향한 깊은 부성애였다. 실제로 딸이 없는 그는 이승영 감독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김부장만의 감정을 만들어갔다. 그는 "초반에는 딸과 아빠 관계가 서먹서먹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관계가 쌓이고 나중에는 같이 폭발하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극 초반 딸과 서먹했던 김부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구보다 절절한 아버지가 된다. 특히 민지를 구출한 뒤 마지막 식사를 함께하는 장면은 시청자들뿐 아니라 소지섭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다. 앞선 장면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두 사람의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딸을 다치 찾았는데 또 떠나야 하잖아요. 다시 돌아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요. 저도 촬영 전부터 긴장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마주 앉으니까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한 번에 터졌나 봐요. 생각보다 많이 찍었는데도 감정이 계속 유지됐고 화면에도 그게 잘 담긴 것 같아요."

소지섭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극을 단단하게 지탱했다면 화려한 액션은 작품에 폭발적인 힘을 더했다. 오랜 시간 '믿고 보는 액션 배우'라는 수식어를 지켜온 만큼 이번에도 그의 액션을 향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소지섭은 이번 작품을 단순히 '액션 드라마'로 생각하지 않았다.

소지섭은 "김부장은 딸을 잃어버린 순간 숨겨왔던 에너지가 폭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친구는 사람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자세히 보면 총을 쏴도 목숨이 위험해지는 곳은 피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소지섭은 김부장은 배우 인생의 두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작품이라고 전했다. /SBS
소지섭은 "'김부장'은 배우 인생의 두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작품"이라고 전했다. /SBS

그래서인지 '김부장'의 액션은 이전 작품들과 느낌이 조금 달랐다. 시원한 타격감은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먼저 느껴졌다.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딸에게 가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소지섭은 "제가 했던 캐릭터들과 액션이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김부장'에 액션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다 비슷해 보이면 지루할 수도 있잖아요. 드라마적으로 필요한 액션은 분명히 있지만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액션은 줄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소지섭이 작품의 중심에서 묵직한 부성애와 액션을 책임졌다면 최대훈과 윤경호는 김부장 곁에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두 사람은 각각 김부장의 가장 친한 친구 성한수와 박진철로 분해 팽팽한 긴장 속 적절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자연스러운 티키타카로 완성된 이들의 호흡 역시 작품의 또 다른 재미로 꼽혔다.

"셋이 나오는 장면에는 대부분 애드리브가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캐릭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했어요. 민지를 찾기 전에는 애드리브를 거의 안 했고요. 민지를 찾고 난 뒤 긴장이 풀어진 시점부터 조금씩 많아졌어요. 진지한 장면에서 심한 애드리브를 하면 감정이 깨질 수 있으니 그건 지양하려고 했죠."

캐릭터의 감정부터 액션의 방향,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까지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기지 않은 고민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부장'은 SBS 금토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자연스럽게 올해 SBS 연기대상 이야기도 따라왔지만 정작 소지섭은 담담했다. 그는 '상 욕심은 정말 없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다"라며 "감사하긴 하지만 제가 선택한 작품이 손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더 크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SBS와 궁합이 좋다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제가 데뷔한 곳이기도 하고 데뷔한 뒤에도 SBS 작품을 꽤 많이 했더라고요. 오랜만에 왔는데도 되게 편안했고 뭔가 리듬이 있떤 것 같아요. 기분상 '괜찮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켰지만 시청률 20%를 두고도 놀라워했고 자신의 공보다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했다. 이미 수많은 대표작을 가진 배우임에도 여전히 "이전 작품과 다른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익숙한 모습에 기대지 않고 매번 새로움을 찾아가는 태도. 그것이 소지섭을 오랫동안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그의 대표작이 계속 바뀌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제게 배우 인생의 첫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작품이라면 이번 '김부장'은 두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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