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하이퍼팝 어벤저스' 결성한 세븐틴 V8…'올해의 앨범' 예약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7.03 10:00 / 수정: 2026.07.03 10:00
K팝 업계에서 보기 드문 하이퍼팝·일렉트로닉 음악 앨범
화려한 프로듀서진과 함께 수록곡 전곡 높은 완성도 보여
그룹 세븐틴 새 유닛 V8의 버논(왼쪽)과 디에잇이 6월 29일 첫 EP V8을 발표했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세븐틴 새 유닛 V8의 버논(왼쪽)과 디에잇이 6월 29일 첫 EP 'V8'을 발표했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느슨해진 K팝 신에 긴장감을 주는 앨범이 등장했다. 그룹 세븐틴의 새로운 유닛 V8(디에잇 버논)이 무려 하이퍼팝과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가득 채운 앨범을 선보인 것이다.

세븐틴 V8이 6월 29일 발표한 EP 'V8(브이에잇)'은 타이틀곡 'singasong(싱어송)'을 포함해 'Friend(프렌드)', 'BEAT(비트)', '미아', '컬러링', 'girlsnboys(걸스앤보이스)', '8DM(에이디엠)', 'rat race(랫 레이스)'까지 총 7곡이 수록됐으며 서두에 말한 것처럼 수록곡은 모두 하이퍼팝과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에 속한다.

사실 하이퍼팝이나 일렉트로닉 음악이 K팝에 사용된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K팝을 기반으로 하이퍼팝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특징이나 요소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장르 음악으로 접근해 앨범 전체를 가득 채운 것은 K팝 그룹 중 세븐틴 V8이 처음이다.

이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꽤 대단한 일이다. 애초에 하이퍼팝은 그 유명세나 전 세계적인 유행에 비해 의외로 마이너 장르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 하이퍼팝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뮤지션은 킴제이(kimj)와 에피(Effie), 더 딥(The Deep)을 비롯해 시스템 서울(SYSTEM SEOUL)과 몇몇 힙합 아티스트 등에 그치며 이들 대부분은 메이저 시장이나 차트보다는 독립적인 활동을 추구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하이퍼팝은 기존 음악을 비틀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 영국의 'PC Music' 레이블에서 기존 팝 음악의 요소를 극단적으로 과장하고 변조한 사운드를 선보인 것이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고, 차트와 대중성만 추구하는 음악에 싫증을 느낀 찰리 xcx(Charli xcx)가 이를 메이저 신으로 가져오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하이퍼팝은 그 유명세나 인지도에 비해 의외로 마이너한 장르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K팝 최정상급 그룹인 세븐틴 V8이 하이퍼팝 앨범을 선보인 것은 특수한 사례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하이퍼팝은 그 유명세나 인지도에 비해 의외로 마이너한 장르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K팝 최정상급 그룹인 세븐틴 V8이 하이퍼팝 앨범을 선보인 것은 특수한 사례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즉 하이퍼팝은 처음부터 기성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 장르이고, 기존 음악과 전혀 다른 사운드를 디지털로 구현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 음악인 것이다. 하이퍼팝에는 태생부터 기존 음악팬의 반발을 살 요소가 내재해 있는 셈이다.

또 하이퍼팝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장르기도 하다. 하이퍼팝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9년 글로벌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하이퍼팝 플레이리스트'를 등록하면서부터다. 그리고 불과 7년 사이에 하이퍼팝은 '가장 완벽한 음악'과 '대중 음악의 미래'라는 찬사부터 '소음이나 다름없는 쓰레기'나 '한물 가버린 장르'라는 혹평까지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평가와 호불호는 하이퍼팝이 메이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리하자면 세븐틴 V8은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하이퍼팝을 메이저 시장에 들고 온 것으로, 이런 연유로 'V8'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K팝 신에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물론 'V8'이 음악성을 뒤로 한 채 시도 자체에만 의미를 둔 앨범은 아니다. 오히려 'V8'은 향후 국내 하이퍼팝 앨범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단한 명반에 가깝다.

세븐틴 V8이 'V8'을 만들면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는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타이틀곡 'singasong'의 작곡을 맡은 메카톡(Mechatok)은 현재 일렉트로닉 음악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듀서이자 DJ이며 하이퍼팝의 대중화를 이끈 찰리 xcx와도 협업한 경력이 있다.

V8 앨범에는 메카톡, 키라라, 퍼렐 윌리엄스, 딜런 브레이디 등 국내외 최정상급 하이퍼팝,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가 참여했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V8' 앨범에는 메카톡, 키라라, 퍼렐 윌리엄스, 딜런 브레이디 등 국내외 최정상급 하이퍼팝, 일렉트로닉 뮤직 아티스트가 참여했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또 '미아'의 작곡에 참여한 키라라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 2회 수상에 빛나는 국내 최고의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며, 'Friend'에 참여한 킴제이 역시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하이퍼팝 뮤지션이다.

이뿐만 아니라 말이 필요 없는 스타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글로벌 시장에서 음악성을 인정받은 앨리스 롱위 가오(Alice Longyu Gao)와 디피알 크림(DPR CREAM), 디피알 아틱(DPR ARTIC) 등도 'V8'의 탄생에 힘을 보탰다.

화려한 크레딧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이름이 딜런 브레이디(Dylan Brady)다. 딜런 브레이디는 하이퍼팝을 완성한 선구자로 꼽히는 원헌드레드 겍스(100 gecs)의 멤버다.

아무리 대단한 프로듀서가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소화하는 아티스트의 역량이 부족하면 그 음악은 제대로 완성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세븐틴 V8의 디에잇과 버논은 놀라운 음악 이해도와 역량을 보여준다.

일단 디에잇과 버논은 수록곡 전곡 작사·작곡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디에잇은 각종 페스티벌이나 파티에서 직접 디제잉에 나설 정도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

또 6월 26일 공개된 이영지의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한 디에잇은 "우리 회사를 통틀어서 버논이 가장 음악을 많이 듣는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깊이가 있다. 나보다 더 깊을 수도 있다"고 말해 버논 역시 만만찮은 내공을 지니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좋은 프로듀서와 좋은 아티스트가 만났으니 내용물도 충실하다. 상쾌하고 댄서블 한 하이퍼팝 사운드가 시종일관 귀를 간지럽히는 타이틀곡 'singasong'을 필두로 탄탄한 비트와 직관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 힘찬 보컬이 결합한 '미아', 고조되는 전개와 드롭 구간이 긴장감있게 이어지는 'rat race' 등등 수록곡 전곡을 수작으로 꼽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매끈한 완성도를 들려준다.

세븐틴 V8은 국내 K팝 신에서 굉장히 특수하고 독보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앨범이다. 또한 수록곡 전곡이 수작으로 꼽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 벌써부터 올해의 앨범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세븐틴 'V8'은 국내 K팝 신에서 굉장히 특수하고 독보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앨범이다. 또한 수록곡 전곡이 수작으로 꼽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 벌써부터 '올해의 앨범'으로 꼽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요약하자면 'V8'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다'의 표본과도 같은 앨범이다. 버논과 디에잇이 'V8'을 만든 계기가 단지 흥미와 호기심 때문인지 어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건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둘은 진심으로 최고의 하이퍼팝 음반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 K팝 신에서 굉장히 특별하고 독보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대단한 물건이 튀어나왔다. 아직 6개월이 남은 2026년이지만 'V8'은 '올해의 앨범' 유력 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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