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유태주를 만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말이 참 많다'는 것이다. 질문 하나를 던지면 대답은 어느새 다른 이야기로 뻗어 나간다. 함께 작품을 한 선배 이야기였다가, 어린 시절 기억으로 이어지고, 다시 연기에 대한 철학으로 돌아온다. 산만할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연기'. 그의 삶은 언제나 그곳으로 향했다.
유태주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더팩트> 사옥을 찾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각본 이남규, 연출 홍종찬)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2회 에피소드에서 구운하이텍고등학교 자동차과 박성환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참교육'이 공개된 뒤 유태주의 일상은 조금 달라졌다. 박성환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작품의 인기와 함께 다시 한번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것. 하지만 정작 그는 '유명해졌다'는 말보다 여전히 촬영장을 오가며 작품을 준비하는 지금이 더 감사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혼다 모델로도 발탁됐지만 들뜬 기색보다는 "건방져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웃어 보였다.
그보다 더 반가운 변화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쁨이었다. 그는 '참교육'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은 꼭 모일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작품이 끝났는데도 단체 대화방은 매일같이 울리고, 서로의 차기작을 응원하며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고 했다.
"저보다 친구들이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저희 회차 배우들이 정말 다 잘하거든요. 지금도 만나면 작품 이야기하고, 연기 이야기하고, 서로 아이디어도 나눠요. 감독님이 정말 좋은 인연을 만들어주셨어요."

사실 '참교육'은 유태주에게 조금 늦게 찾아온 선물이었다. 촬영은 이미 1년 6개월 전에 끝났지만 공개가 계속 미뤄졌고, 그 사이 그는 '모범택시3' 등 다른 작품을 먼저 선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참교육'이 세상에 나온 지금이 낯설다고 했다. 그는 이를 두고 "잊고 있던 로또를 갑자기 찾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더 얼떨떨해요. 목소리를 듣고 '참교육'이라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생겼는데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유태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이 좋았다'는 표현이 반복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운은 수십 번의 오디션과 오랜 기다림 끝에 만들어진 결과였다. 유태주는 소속사도 없던 시절 공개 오디션을 거쳐 '참교육'에 합류했다. 캐스팅 디렉터들의 추천이 이어졌고, 마지막까지 여러 차례 테스트를 거쳐 박성환이 됐다.
그는 무엇보다 홍종찬 감독의 캐스팅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이름값보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으려는 고집이 결국 작품의 힘이 됐다는 것이다.
"'참교육'도 회사가 없을 때 연락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은 정말 작품에 맞는 배우를 찾으려는 분이세요. 그런 분들이 계시니까 저 같은 배우도 기회를 얻는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한 지는 벌써 23년이 됐다. 데뷔는 2019년이었지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건 열 살 무렵이었다. 누군가는 늦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유태주는 스스로를 누구보다 늦게 출발한 배우라고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연기는 좋아했지만, 연기로 먹고사는 삶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연기를 놓지 않았다. 스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기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연구하고, 훈련하고, 인물을 이해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래서 배우가 된 지금의 자신을 두고도 "오랜 시간 짝사랑한 사람이 이제야 조금씩 연락을 받아주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유태주는 스스로를 '운이 좋은 배우'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운보다 간절함이 먼저 보인다. 보조출연으로 현장을 찾던 시절, 그는 배우가 되는 방법조차 몰랐다. 전북 완주에서 자라 연기학원을 다니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연예계의 시스템은 여전히 낯선 세상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현장으로 뛰어드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보조출연으로 참여한 영화에서 처음 만난 배우가 김무열이었다. 당시 그는 용기를 내 자신이 연기학도라고 소개했고, 김무열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 조언을 건넸다. 그 따뜻함은 어린 유태주에게 오래 남았다. 그리고 8년이 흘러 '참교육'에서 두 사람은 배우 대 배우로 다시 마주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혼자 울었어요. 그때는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젠가는 같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잖아요. 저한테는 배우가 됐다는 걸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어요."
현장에서 만난 김무열은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배우다운 사람이었다. 긴 촬영에도 먼저 후배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액션 장면 하나도 직접 해내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유태주는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사실을 '참교육'을 통해 배웠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나온 단어도 '연기'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 마음은 자신이 연기한 박성환에게도 고스란히 담겼다. 성환은 학교폭력의 중심에 서 있는 학생이지만, 유태주는 그를 단순한 악역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 엇나간 아이, 좋은 어른을 아직 만나지 못한 아이로 보였으면 했다.
"성환이가 나쁜 애처럼만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가 티칭도 오래 했고 정말 많은 학생들을 만났는데, 가까이 가 보면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누구나 방황하는 시기가 있잖아요. 성환이도 그저 아직 좋은 어른을 못 만난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부하다 손을 부들부들 떠는 장면도 직접 제안했다. 원래 대본에는 없던 설정이었다. 성환 역시 평범한 학생이라는 작은 단서 하나가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 것이라 믿었다. 그는 감독과도 수없이 의견을 나누며 '귀엽고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을 완성해 갔다.
의외였던 건 그렇게 능청스럽게 보였던 연기가 가장 어려웠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오히려 현실적인 감정 연기보다 애니메이션 같은 과장된 호흡을 만드는 일이 훨씬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톰과 제리' 같은 리듬을 만들기 위해 코미디 콘텐츠를 찾아보며 말투와 호흡을 연구했고, 현장에서도 배우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사람들은 저희 회차가 제일 재밌게 찍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제일 어려웠어요. '이게 맞나?' 싶어서 컷만 하면 서로 웃고 다시 맞춰보고 그랬죠. 진욱이랑 정말 많이 연구했어요."
촬영장에서도 그는 늘 먼저 의견을 냈다. 신인이 애드리브를 제안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연기할 때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다만 카메라가 꺼지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겸손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기할 때는 제가 성환이잖아요. 그때는 쫄면 안 돼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야 제가 가진 걸 다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대신 카메라가 꺼지면 더 착하려고 해요. 더 예의 바르게 하려고 하고요."

유태주는 인터뷰 내내 '스타'라는 단어를 애써 밀어냈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얼굴이 아니라 연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잘생긴 배우보다 어떤 작품에서든 캐릭터로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의 말은 끝이 없었다. 질문 하나에 몇 번이나 다른 이야기로 샜고, 김무열과 피오, 이제훈, 구교환을 비롯해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쉼 없이 흘러나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사람에게 닿았고, 그 사람이 다시 연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직 유태주는 자신을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교육'은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도 증명해야 할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다. 느리게 걸어왔을 뿐, 단 한 번도 멈춘 적은 없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언젠가 또 다른 작품에서 그를 만나더라도 가장 먼저 떠오를 이름은 그동안 거쳤던 캐릭터가 아닌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유태주'일 것이다.
"팬들도 저한테 잘생겨지지 말라고 해요.(웃음) 저도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오래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연기할 수 있으면 그걸로 행복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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