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찬용'] 팔로워 1000명? '천만 배우'의 기운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6.06.29 10:00 / 수정: 2026.06.29 10:00
김경민 役…에피소드 1회 첫 장면으로 '참교육' 포문 열어 
배우 이찬용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배우 이찬용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를 인터뷰하다 보면 유독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안에 많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이 녹아 있고, 동시에 마주하는 이에게 따뜻한 에너지를 전하는 배우들이다. 그리고 이런 이들은 시간이 조금 걸릴지언정, 결국 제 빛을 발하며 대중에게 진면목을 인정받고야 만다. '참교육'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찬용 또한 그런 확신을 주는 사람이었다.

이찬용은 최근 서울 마포구의 <더팩트> 사옥을 찾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각본 이남규, 연출 홍종찬)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1회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김경민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참교육'은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교권보호국'(이하 교권국)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내세워 교육 현장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서서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는 인물들의 통쾌한 행보를 담았다.

작품은 지난 5일 10부작 전편 공개된 가운데,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1위를 차지하고 3일 만에 비영어 TV쇼 글로벌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사실 이찬용은 이제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배우다. 작품 공개 전 그의 SNS 팔로워는 1000명 남짓이었다. '참교육' 공개 이후 단숨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지만 그 숫자보다 더 눈길을 끈 건 그의 태도였다. 들뜬 기색보다 '붕 뜨지 않으려 경계했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인터뷰 내내 이찬용은 성실했다. 질문 하나에도 쉽게 답을 내리지 않았고, 자신이 고민했던 시간을 차분히 설명했다. 피해자를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뉴스, 실제 인터뷰를 찾아봤으며 학생들의 말투와 걸음걸이를 보기 위해 학원가를 찾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특히 기자에게 울림을 준 이찬용의 답변은 "누군가의 감정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작품 속 캐릭터들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계속 바라보려고 했다"는 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일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진심뿐이었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그런 태도는 연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회의 김경민은 울부짖거나 감정을 과하게 폭발시키지 않는다. 대신 무너질 듯 버티고, 희망이 생겼다가 다시 꺼지는 과정을 눈빛으로 표현한다. 그래서일까. 이찬용이 자신의 강점으로 꼽은 것도 '눈'이었다. 그는 "눈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나지막히 전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오히려 그의 배우론이 가장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어떻게 해야 그 인물의 이야기를 눈에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봤어요. 제가 내린 결론은 캐릭터에 대한 마음이 꽉 차 있으면 저절로 눈빛으로도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행동을 작게 해도 눈에서 감정이 드러나는 거죠. 때문에 행동보다 마음이 먼저 채워져야 눈빛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고 어떤 작품이든 인물을 이해하는 시간부터 채워나가려고 해요."

배우 이찬용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배우 이찬용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이찬용이 맡은 김경민은 작품의 서막을 여는 대한고등학교 에피소드의 핵심 인물로, 학교 내 '전따(전교 따돌림)'의 피해자다. 극심한 폭력과 괴롭힘 속에서 깊은 불안감과 무력감, 그리고 다른 피해자의 비극을 목격한 데서 오는 죄책감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김경민을 바라보는 이찬용의 시선 또한 인상깊었다. 그는 경민을 '불쌍한 아이'라고 표현하는 대신 "착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더 오래 버틸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이다.

매체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가 10부작의 작품 중 첫 에피소드이자 포문을 담당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자신의 얼굴로 시작하는 작품을 본 기분을 묻자 쑥쓰러운 웃음을 보인 이찬용은 "1회 캐스팅이다 보니 부담이 있긴 했지만, 그 감정에 사로잡히는 대신 경민이의 서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건 홍종찬 감독과 김무열이었다. 그는 "두 분 모두 제가 준비한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현장을 열어주셨다. 감독님은 어떤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저와 계속 대화를 하며 제가 감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무열과의 호흡은 이찬용에게 값진 자양분이 됐다. 이찬용은 "선배님의 대사와 한순간의 행동들이 연기가 아니라 진짜 진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며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경민으로서도 '정말 저 사람이 내 구원자로 나타났구나'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배우 이찬용이 김무열과 호흡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배우 이찬용이 김무열과 호흡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흥미로운 건 작품이 공개된 뒤의 반응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알람이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알림을 꺼두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건 감사했지만 그 기분에 취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따로 있었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다시 힘냈으면 좋겠어'라는 말들이 가장 와닿았어요."

그 한 문장에 배우가 얻고 싶었던 가치가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자신이 연기한 인물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다는 사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이찬용이었다.

1993년생인 이찬용의 데뷔는 다소 늦은 편이다. 그 역시 한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며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는 조급함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찬용은 "하지만 지금은 사람마다 자신의 시기가 있다고 믿는다. 미래를 조급하게 쫓기보다 지금 만나는 작품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 내가 가야하는 길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찬용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도 '성실'과 '최선'이었다. 거창한 성공담도, 화려한 목표도 아니었다. 눈앞의 작품을 최선을 다해 해내겠다는 아주 단순한 다짐이었다.

배우 이찬용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배우 이찬용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이찬용은 추후 행보가 기대되는 가운데 그는 앞으로 악역도, 서늘한 인물도, 밝은 사람도 모두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끝내 바라는 수식어는 의외로 소박했다.

"'저 배우의 연기를 보면 기분이 좋아'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의 삶만큼 개인 이찬용의 삶도 주변의 좋은 것들로 채워나가려 합니다. 그래야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가 끝난 뒤 문득 그의 SNS 팔로워 이야기가 떠올랐다. 1000명으로 시작했던 배우는 단숨에 수만 명의 관심을 받게 됐다. 하지만 숫자는 결국 또 바뀔 것이다. 10만이 되고, 100만이 되고, 언젠가는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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