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끊임없이 팽창하던 보이그룹 에이티즈(ATEEZ)의 세계관이 마침내 가장 깊고 어두운 내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건에서 감정으로 향한 시선은 원초적 끌림이라는 본능과 감각의 시간을 선사한다.
에이티즈(홍중 성화 윤호 여상 산 민기 우영 종호)가 26일 미니 15집 'GOLDEN HOUR : Part.5(골든 아워 : 파트 5)'를 발매했다. 찬란한 'GOLDEN HOUR'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폭발적인 에너지로 외부의 억압에 맞서던 이들은 이제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당하는 낯설고도 치명적인 궤도에 진입했다. 서사의 완벽한 전환과 함께 그걸 빚어내는 방식에도 전환점을 마련했다.
데뷔 이후 에이티즈가 4개의 시리즈 앨범으로 쌓아 올린 세계관은 방대하고 견고하다. 차원을 이동시키는 크로머(Cromer),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할라티즈(HALATEEZ), 그리고 감정을 통제하는 거대한 외부 구조 스트릭틀랜드(Strictland)까지. 이들은 줄곧 거대한 억압의 시스템에 맞서 싸우는 주체적인 서사를 그려왔다.
하지만 미니 14집은 그 투쟁의 무대를 '외부 세계'에서 '내면 감정'으로 급격히 끌어당긴다. 그 중심에는 세계관의 핵심 오브제였던 소프루(SOPRO)의 의인화가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감정과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로 묘사된 소프루는 이번 앨범에서 상대의 감정을 읽고 완벽하게 '동기화(Sync)'하는 능력을 지닌 여성적 존재로 재해석됐다. 에이티즈는 아슬아슬한 관계망 속에서 선택권을 잃고 반응만 남은 인물의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서사에 새로운 차원의 긴장감을 부여했다.
그 과정에서 촘촘하게 직조된 음악적 서사와 과감한 장르적 시도는 에이티즈가 '중소돌의 기적'을 쓰며 최정상의 그룹으로 올라섰는지를 증명한다. 더불어 글로벌 음악 시장을 정조준하는 이들의 '금빛 항해'가 단순히 차트 성적에 머물지 않고 음악적 깊이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면의 서사를 청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에이티즈가 선택한 무기는 브라질리언 펑크(Brazilian Funk)다. 타이틀곡 'BAD(배드)'는 장르 특유의 거칠고 원초적인 리듬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공격적인 베이스 라인과 중독성 강한 일렉트로닉 퍼커션은 이성이 마비되고 본능에 이끌리는 맹목적인 상태를 탁월하게 표현해 낸다.

특히 반복적인 리듬 구조 위에 얹어진 직관적인 챈트 훅은 청자의 귀를 단숨에 파고든다. 이는 감정이 점차 소프루에게 동기화돼 가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완벽히 치환한 결과물이다.
여기에 '끌림과 통제'를 시각화한 퍼포먼스,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 체이스 인피니티(Chase Infiniti)가 출연해 디테일한 감정선을 연기한 뮤직비디오는 에이티즈가 그리는 '치명적인 통제'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1번 트랙에 위치한 타이틀곡 'BAD'가 제시한 화두를 이어받아 통제 불능의 감정에 빠져들고 결국 공허만 남게 되는 일련의 서사를 순차적으로 들려준다.
에이티즈는 2번 트랙 'MAMACITA(마마시타)'에서 이성을 잃기 전 주체적으로 내던지는 '뜨거운 마음'을 라틴 트랩으로 풀어내더니, 이어지는 'TOXIN(톡신)'에선 분위기를 바꿔 알앤비 무드로 진입한다. 독인 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관능적이고 본능적인 이끌림을 농익은 보컬로 풀어내며 서사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당긴다.
4번 트랙 'Fallin'(폴린)'에 이르러서는 이성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강렬한 EDM 사운드로 묘사한다. 에이티즈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가감 없이 터져 나오며 내면의 가장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감각을 선사한다.
그 감각은 모든 것이 타버린 후의 찰나와 잔해를 그리는 감각적인 알앤비 'Body(보디)'로 귀결된다. 불꽃 같던 감정 뒤에 남은 체온의 기억, 그리고 짙게 배어나는 갈망과 허탈함을 담아내며 앨범에 훌륭한 마침표를 찍는다.
'GOLDEN HOUR : Part.5'는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구조적 억압'을 넘어 '감정적 지배'라는 더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영역으로 서사를 확장한 앨범이다. 장르의 문법을 비틀어 본인들만의 무기로 체화하는 에이티즈의 역량은 데뷔 8주년을 앞둔 이들의 새로운 황금기가 이제 막 가장 뜨거운 시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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