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20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배우 윤병희. 묵묵히 자신만의 속도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윤병희는 이제 어느덧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윤병희의 '멋진 신세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배우 윤병희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극본 강현주, 연출 한태섭)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비서실장 손재한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에 빙의돼 악해진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4부작으로 지난 20일 종영했다.
작품은 최고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쇼 주간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윤병희 역시 작품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시청자분들이 정말 깊게 몰입하고 계신다는 걸 느꼈다"며 "손 실장 걱정을 많이 해주시더라. 휴가는 언제 가냐, 커피는 언제 편하게 마시냐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걸 보고 재밌었다"고 웃었다.
윤병희가 분한 손재한은 차세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비서 캐릭터와는 결이 달랐다. 대표 앞에서도 할 말은 하는 인물이었고 차세계와 티격태격하며 극에 또 다른 재미를 더했다. 그는 "차세계와 손 실장, 허남준과 윤병희의 시간을 많이 고민했다"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편안함과 신뢰가 생겼고 그게 케미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스태프들은 아무도 안 웃는데 저희 둘만 웃는 순간이 되게 많았어요. 어느 날은 눈만 마주쳐도 웃기고 어느 날은 악명 높은 대표가 왜 이런 연애 상담을 하지 싶어서 웃기고. 매번 웃는 포인트가 달랐던 것 같아요.(웃음)"
시청자들이 사랑한 케미 역시 이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실제로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차세계와 손재한의 관계를 두고 '브로맨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윤병희와 허남준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호흡은 극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다만 윤병희는 단순히 웃긴 관계로 소비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결국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왜 차세계는 손 실장을 곁에 두는가'였다"고 말했다.
"차세계가 단순히 악명 높은 대표로만 보이길 원하지 않았어요. 사람 냄새가 느껴지고 매력적인 인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비서인데도 되게 거침없이 말하거든요."
차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손재한이라는 인물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윤병희가 찾은 키워드는 의외로 '집사'였다. 그는 "고양이는 워낙 예민한 동물이라 그 성향을 잘 받아주는 집사가 좋은 집사라고 하더라"며 "손 실장을 차세계의 집사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대표를 무서워하기만 하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 되거든요.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 공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재미를 위해서만 접근하면 '저 비서 왜 저래?'라고 느낄 수 있으니 업무적인 부분에서는 철저히 프로페셔널하게 보이도록 균형을 잡으려고 했어요."

올해 윤병희는 유독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 '메소드연기'를 시작으로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멋진 신세계'까지 연이어 작품을 선보이며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 속에서도 윤병희는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멋진 신세계'를 촬영할 때 너무 피곤해서 하루 종일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순간 '이건 너무 배부른 소리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뺨을 때렸죠. 제가 지칠 정도면 스태프분들은 매일 그러실 거고 주인공 배우들은 오죽할까 싶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정신 차리라고 했죠.(웃음)"
2007년 연극 '시련'으로 데뷔한 윤병희는 올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악의 꽃' '지금 우리 학교는' '스토브리그' '빈센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눈도장을 찍어온 그는 "20주년이라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그래도 20년 동안 치열하게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배우를 하기 위해 정말 안 해본 일이 없었어요. 버텨야 했던 시간도 꽤 길었고요. 그래도 건강 챙기면서 꿈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매일 자기 전에 '내일은 더 행복하자'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대중분들의 관심과 사랑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로서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그런 윤병희의 꿈은 특별한 것이 아닌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한창 여행을 다녀야 할 때도 여행을 못 갔다. 한처럼 남아 있었다"며 "아이들이 크고 나서 첫 여행을 갔는데 그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미안했다. 그동안 못 해준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서 가족들 맛있는 거 사주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고백했다.
"앞으로도 소박하고 꾸준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에 도전하는 것. 그게 배우로서 제가 바라는 전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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