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최후의 인류'는 교육방송 EBS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명확한 목적과 완성도가 있는 도전은 이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또 다른 단서가 됐다. '최후의 인류' 제작진이 전하고자 하는 '직관적인 기후 위기 체험'이라는 메시지가 남은 후반부에도 시청자들에게 와닿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BS 창사특집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최후의 인류' 공개 기념 제작진 라운드 인터뷰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최평순 이미솔 박진우 PD가 참석해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작품의 완성도를 강조했다.
'최후의 인류'는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의 폐쇄 생태계 실험기지인 '바이오스피어2'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초 과학 생존 리얼리티다. 우주 이주를 위한 극비 프로젝트 대원으로 선발된 7인이 밀폐 실험기지에서 생존을 건 과학 미션에 도전한다.
연출 총괄을 맡은 이미솔 PD는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던 기획"이라며 "16년 전,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입사 후 줄곧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제작 동기를 설명했다.
7인의 대원으로는 배우 유승호, 방송인 이은지, 가수 겸 배우 비비를 비롯해 뇌과학자 장동선, 화학과 교수 장홍제, 이비인후과 전문의 겸 웹소설 작가 이낙준, 지구과학자 김한결 박사가 선발됐다. 이들은 기후 위기로 망가진 지구에서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미션을 수행한다.

이 PD는 "처음에는 실제 과거 프로젝트처럼 8인의 과학자로 구성하려고 했다. 다만 그러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난도가 올라갈 것 같더라"며 "생태계가 그렇듯 다양한 조합이 있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로그램은 과학자들의 전문 지식뿐만 아니라 비비 이은지 유승호의 현장 관찰력과 추리력이 생존에 큰 도움을 준다. 반면 과학자들의 엉뚱함과 독특한 캐릭터는 연예인 출연자들의 방송 감각과 또 다른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다.
박 PD는 "연예인 출연자 섭외는 이들이 얼마나 몰입할 수 있고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며 "결과론적으로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과학자들에 대해서도 "함께 과거에 협업했던 분들 중 '스튜디오보다 야생에 풀어놔야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분들이 있었다"며 "1회 사막 등장 장면에서 '길리 슈트'와 정장 차림으로 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예상이 적중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완성도 높은 리얼리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제작진은 이번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20억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최 PD는 "사실 그간 EBS가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좋은 메시지를 던지는 프로그램이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는 목마름이 있었다"며 "좋은 기획과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본 지원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3회까지 방송한 '최후의 인류'는 기대 이상의 화제성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성적이 눈에 띈다. 첫 회 방송 직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4위를 랭크하더니 6월 2주 차 주간 순위에서도 6위를 기록,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들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PD는 "방송 취지가 2049 시청층에 맞을 것 같다고 예상해 과학, 환경, 게임을 조합해서 기획했다. 기획 단계부터 넷플릭스와 연락해 의견을 주고받았고 빠르게 수급을 확정 지었다"며 "사실 넷플릭스에 들어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의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순위권 입성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소식을 듣고 힘이 났다. 한편으로는 순위를 더 오래 유지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고 소망을 밝혔다.
사실 미디어 환경이 변한 현시대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쉽지가 않다. 많은 방송국이 위기를 겪고 있는 시대에 '최후의 인류'의 흥행은 방송국 생존을 위한 또 하나의 단서가 됐다.
박 PD는 "대중적 접점을 넓히기 힘들어진 방송 환경에서 이번 시도가 어떤 탈출구처럼 느껴졌다"며 "제작자의 입장에서 예전에 했던 방식이 답습되지 않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체험이라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접근한 것이 시대적으로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제작진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며 남은 회차들에 대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이 PD는 "3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간의 미스터리가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풀릴 것"이라며 "굉장히 공들이고 준비한 부분들이 많이 담겨있으니 끝까지 시청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 PD는 "밀폐된 생태계인 '바이오스피어2'에 들어간 이들의 여정이 식량, 토양, 바다 등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7인의 신선한 조합이 주는 재미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8부작 시리즈와 한 편의 특별 다큐멘터리, 한 편의 코멘터리 콘텐츠로 구성된 '최후의 인류'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한다. 이후 금요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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