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트렌드 만들기'에 열중하는 K팝 기획사들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6.14 09:00 / 수정: 2026.06.14 09:00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 IP 파워 앞세워 새 트렌드 주도
리센느 사례 계기로 밈 창출 시도 늘 것으로 전망
그룹 르세라핌과 아일릿 캣츠아이(위부터)는 11일 스페셜 컬래버레이션 싱글 ICONIC BY MISTAKE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4월에 하드 테크노나 일렉트로닉 장르 신곡을 발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더팩트DB, 하이브-게펜레코드
그룹 르세라핌과 아일릿 캣츠아이(위부터)는 11일 스페셜 컬래버레이션 싱글 'ICONIC BY MISTAKE'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들은 모두 4월에 하드 테크노나 일렉트로닉 장르 신곡을 발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더팩트DB, 하이브-게펜레코드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트렌드나 유행, 밈 등을 직접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마케팅 방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예 기획사 하이브의 레이블 쏘스뮤직과 빌리프랩, 하이브-게펜레코드는 11일 밤 0시 하이브 레이블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 소속 아티스트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과 아일릿(윤아 민주 모카 원희 이로하), 캣츠아이(윤채 라라 메간 다니엘라 소피아 마농)의 스페셜 컬래버레이션 싱글 'ICONIC BY MISTAKE(아이코닉 바이 미스테이크)'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하이브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성사된 것이지만 이 세 팀이 이 시점에 한자리에 모인 배경에는 좀 더 복잡한 이유가 자리한다.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르세라핌과 아일릿, 캣츠아이는 4월 24일 'CELEBRATION(셀레브레이션)', 4월 30일 'It’s Me(잇츠 미)', 4월 9일 'PINKY UP(핑키 업)'을 각각 발표하고 하드 테크노 혹은 일렉트로닉 계열 음악을 나란히 선보인 바 있다.

같은 모기업을 지닌 레이블 소속 가수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기에 이는 그 자체로 상당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이를 두고 콘셉트 중복으로 인한 내부 경쟁이나 팬덤 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셋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하드 테크노와 일렉트로닉 유행을 주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즉 'ICONIC BY MISTAKE'는 이처럼 비슷한 콘셉트의 음악으로 활동한 세 그룹을 다시 하나로 묶음으로써 이들이 만들어낸 흐름과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곡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처럼 대형 기획사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통해 특정 흐름을 이어가려는 움직임은 또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5월 29일 발표한 에스파(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의 두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을 'LEMONADE(레모네이드)'로 정하고 '레몬'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리고 22일 컴백하는 하츠투하츠(지우 카르멘 유하 스텔라 주은 에이나 이안 예온) 역시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을 'Lemon Tang(레몬 탱)'으로 정하고 마찬가지로 '레몬'을 전면에 앞세웠다.

아직 하츠투하츠의 곡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두 그룹의 음악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SM엔터테인먼트를 대표하는 두 걸그룹이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간에 나란히 동일한 주제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룹 에스파(위)와 하츠투하츠는 한 달 사이에 나란히 레몬이 제목에 들어간 앨범을 발매한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의도한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더팩트DB
그룹 에스파(위)와 하츠투하츠는 한 달 사이에 나란히 '레몬'이 제목에 들어간 앨범을 발매한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의도한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더팩트DB

SM엔터테인먼트의 이 '어떤 목적'도 하이브와 유사할 확률이 높다. 에스파와 하츠투하츠의 시너지를 일으켜 여름 가요계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 그것이다. 실제로 하츠투하츠가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 'Lemon Tang'을 공개한 이후 에스파와의 연관성에 궁금증을 보이는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듯 대형 기획사들이 비슷한 콘셉트나 동일한 주제를 중복해서 사용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만큼 K팝이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신호라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음악 제작자 A씨는 "K팝의 시작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새로운 기술이나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전략)였다. 1세대로 꼽히는 K팝 그룹은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이나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와 같은 미국 보이 그룹이나 일본의 쟈니스 사무소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흐름을 주도할 힘이 생겼다. 하이브나 SM엔터테인먼트의 이런 시도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새로운 기술이나 유행을 만들어 내는 전략)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임희윤 대중음악 평론가도 앞서 <더팩트>에 "특정 회사의 주도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간다는 관점으로 보면 비슷한 콘셉트의 반복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처럼 아일릿의 'It’s Me'의 경우 음악 자체의 인기뿐만 아니라 각종 커버와 챌린지부터 패러디와 합성 요소, 파생 밈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재사용되면서 주요 원천 소스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밈이나 콘텐츠의 인기를 바탕으로 급격히 인기와 인지도가 상승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대형 기획사가 트렌드 선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그룹 리센느(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는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갸루(일본에서 시작된 특징적인 여성 화장과 패션)' 콘텐츠로 'OO 야호!'라는 밈을 유행시키면서 현재 K팝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걸그룹으로 급부상했다.

그룹 리센느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OO야호 밈을 만들어낸 것을 계기로 K팝 신에서 가장 뜨거운 그룹에 등극했다. 리센느의 사례처럼 유행이나 밈을 직접 만들어 내려는 K팝 업계의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더팩트DB
그룹 리센느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OO야호' 밈을 만들어낸 것을 계기로 K팝 신에서 가장 뜨거운 그룹에 등극했다. 리센느의 사례처럼 유행이나 밈을 직접 만들어 내려는 K팝 업계의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더팩트DB

가요 관계자 B씨는 "리센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행이나 밈의 선점은 현재 가요 시장에서 엄청나게 중요해졌다. 하이브나 SM엔터테인먼트의 최근 행보는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리센느는 이들이 지닌 재능과 노력은 물론이고 운까지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 사례다. 이런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에 다른 중소기획사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IP 파워를 지닌 대형 기획사에서 이런 유행과 밈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씨는 "과거 K팝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따라가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새로운 트렌드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커지면 K팝 아티스트가 유행을 일으키고 글로벌 음악 시장이 이를 따르는 사례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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