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강하경'] 쓴맛관철 대신 슈팅스타맛 천생 배우
  • 김샛별 기자
  • 입력: 2026.06.14 00:00 / 수정: 2026.06.14 00:00
미각보이즈 쓴맛관철로 보컬+춤 실력까지 눈도장
'엠카운트다운'까지 진출한 사연…'취사병' 오는 16일 종영
배우 강하경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배우 강하경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강하경이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통해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은 '쓴맛관철'일 것이다. 그만큼 작품 속 캐릭터의 수식어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만난 강하경을 맛에 비유하자면 알면 알수록 예측 불허의 다채로운 매력이 튀어나오는 슈팅스타맛이다. 여기에 모드에 따라 또 다른 모습까지 보여주는 그야말로 '천생 배우'다.

강하경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극본 최룡, 연출 조남형, 이하 '취사병')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강림소초의 실세이자 2생활관장 상병 김관철 역을 맡은 그는 출연 과정부터 비하인드 등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취사병'은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지난달 11일 첫 공개돼 오는 16일 1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강하경은 '취사병'이 방송되는 중 기자가 꽤 이른 시점에 인터뷰를 요청한 배우다. 계기는 6회였다. 황석호(이상이 분)의 상상 속 뮤직비디오에서 미각보이즈의 센터로 등장해 춤추는 그를 본 순간 직감했다. '이건 무조건 터지겠구나. 잘하면 음악 방송 출연까지 노려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방송 다음 날 곧바로 인터뷰를 제안한 이유다.

예상은 적중했다. 센터에서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물론, 맛깔나는 표정 연기까지 살려낸 강하경은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후 극 중 김관철의 숨겨진 이병 시절 서사까지 풀리며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은 더욱 커졌다.

인터뷰 당일, '청청 패션'을 입고 걸어 들어오는 강하경을 보며 속으로 '역시 미각보이즈 센터답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만 처음 인사를 나눌 때는 아직 낯을 가리는 탓인지 다소 경직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특유의 너스레와 인간미 가득한 면모로 인터뷰장에 연신 웃음을 안겼다. 첫 만남의 긴장감이 무색할 정도로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습이 신기해 비결을 물으니 돌아온 대답에서 프로페셔널함이 묻어났다.

"사실 실제 성향은 철저한 I(내향형)예요. 지금은 인터뷰니까 일을 해야죠. 업무 모드로 전환하면 이 정도의 에너지와 텐션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어요.(웃음)"

배우 강하경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배우 강하경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수줍은 청년과 에너지 넘치는 배우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에서 '천생 배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이유다.

'취사병'은 밀리터리 장르를 표방하는 만큼 캐스팅 과정부터 독특했다. 철저히 군필 배우들을 중심으로 오디션이 진행됐고, 강하경 역시 군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국방부 앱을 캡처해 인증하는 디테일한 절차를 거쳤다.

오디션 당시 네 가지 역할의 대본을 받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김관철이었다. 강하경은 "다년간 주로 악인 역을 맡았다 보니 관철이가 마냥 빌런으로만 보이지 않을 방법에 대해 알 것 같았다. 내가 연기한다면 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원작 웹툰의 팬으로서 캐릭터를 분석했던 과정을 털어놨다.

"원작 속 김관철은 고릴라상에 까맣고 곰보이지만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하는 인물이에요. 반면 저는 날카롭게 생긴 편이라 제가 캐스팅된 순간부터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때문에 원작을 고증하기보다는 특성만 뽑아와서 '새롭게 재창작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습니다. 대신 치졸하고 작은 부분에서 물고 늘어지고, 뒤끝 있는 면모를 살리려고 했어요."

그렇게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김관철은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외로움이 가득한 인물이었다. 서사가 풀리며 등장한 이병 시절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초반에는 "성재 좀 그만 괴롭히라"던 DM(다이렉트 메시지)들이 7화를 기점으로 믿음의 반응으로 바뀌었다. "믿고 있었다"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닐 줄 알았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팔로워 수도 급격히 늘었다.

배우 강하경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통해 미각보이즈라는 그룹을 결성해 춤과 노래 실력을 뽐냈다. /티빙
배우 강하경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통해 미각보이즈라는 그룹을 결성해 춤과 노래 실력을 뽐냈다. /티빙

'취사병'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강성재와 김관철의 관계성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혐관 로맨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강하경은 "나한테서 로맨스라는 단어를 떠올려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강하경을 이야기할 때 이제는 '미각보이즈'를 빼놓을 수 없었다.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약하는 그이기에 준수한 가창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춤 실력까지 탁월해 기자를 비롯해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반면 강하경은 오히려 노래보다 춤에 자신이 있었단다. 그는 "원래 특기가 무용이다. 입시를 시작할 때부터 몸 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계속 몸을 써왔기 때문에 옛날 감각이 남아있어 미각보이즈를 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군대 내 위문열차 느낌의 단순 장기자랑인 줄 알았던 에피소드는 다음 리딩 때 '아이돌을 방불케 하는 리액션'으로 스케일이 커졌다. 진짜 아이돌 출신인 강준규를 제치고 센터를 차지하게 된 그는 "뭣도 모른 채 시작해서 용감할 수 있었다"며 "요즘에서야 센터의 무게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어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Mnet '엠카운드다운' 무대까지 진출한 미각보이즈다. 이에 강하경은 "저희끼리 장난으로 '음악 방송도 출연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던 말이 막상 현실이 되니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다"고 밝혔다.

"미각보이즈 친구들과 함께 '전쟁에 출전하는 기분'으로 준비 중이에요. 진짜 아이돌분들이 보낸 시간에 비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가서 모두 이기고 오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연습을 반복하고 있습니다.(웃음)"

배우 강하경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배우 강하경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지난 2016년 연극 '갈매기'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0주년이 된 강하경이다. 단역에서 에피소드 주인공, 조연까지 그리고 매체와 무대 등 꾸준히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강하경은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많이 넘어지면서 왔는데, 잘 일어나서 다행이다"라는 글을 남겨 팬들의 뭉클함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담담하게 지나온 시간을 돌이켰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아요. 스스로 아직 철이 없고 지금도 여전히 내면은 어리다고 생각해요. 그저 연기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것 하나만 갖고 살아왔는데, 세상이 다 제 마음 같지는 않더라고요. 좌절하고 무너지기도 하면서 꾸역꾸역 참아왔는데 그 시간이 어느덧 10년이 된 거죠. 역할의 크기를 떠나서 10년 동안 해온 것들을 보니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가 어찌 됐든 잘 살아남았다는 마음에서 적은 글이었습니다."

그 거친 시간 속에서 버팀목이 돼준 것은 오랜 팬카페 '늘예솔'이었다. 강하경은 "늘예솔은 '늘 소나무처럼 옆에 있겠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내가 아주 작은 존재일 때부터 알아봐준 분들"이라며 "많이 넘어지던 와중에 버틸 수 있게 해준 지지대 중 하나였다. 팬분들 덕분에 '내가 지금 무너질 때는 아니다.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늘예솔에 걸맞은 배우가 돼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날아라 개천용' '연인' '에스콰이어'에 이어 '취사병'까지 신기하게도 강하경이 출연하는 작품은 연이어 흥행하고 있다. 그 안에서 조급하기보다는 차근차근 뿌리를 내리며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그는 이번 작품을 자신의 명확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강하경은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처음이라 참 의미 있는 작품이자 캐릭터가 될 것 같다. 무거운 책임감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아가는 계기도 됐다. 훗날 힘이 빠지거나 집중력을 잃었을 때 이 시기에 나눴던 이야기들을 복기하며 중심을 잡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강하경의 말에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도 돋보였다. 실제로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역시 기자에게 오랜 여운을 남겼다.

"제 연기 스펙트럼은 김관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고 부단히 노력할 터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장의 작품이 없을지라도 전 어디선가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을 겁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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