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임지연이다. 판타지와 현실 사이에 있는 쉽지 않은 설정도, 자칫 과해질 수 있는 코믹 연기도 임지연을 만나자 설득력을 얻었다. '임지연이 경쟁력'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던 한태섭 감독의 말처럼 그는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임지연은 지난 8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극본 강현주, 연출 한태섭)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희대의 조선 악녀 강단심(임지연 분) 영혼에 빙의 돼 악해진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4부작으로 4회까지 방영됐다.
'멋진 신세계'의 기세는 심상치 않다. 1회 시청률 4.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입소문을 타며 상승 곡선을 그렸고 가장 최근 방송된 4회에서는 6.0%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국내 반응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지난 13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이 발표한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쇼 주간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해당 차트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의 시청 수와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으로, '멋진 신세계'는 공개 이후 약 3일 만에 해당 차트 정상을 밟았다.
특히 이는 SBS 역대 금토드라마 가운데 방송 첫 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쇼 1위를 기록한 첫 사례다. 아울러 같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SBS 드라마 가운데 최단기간 기록까지 새롭게 썼다.

조선 악녀가 현대 사회로 넘어온다는 독특한 설정과 빠른 전개, 감각적인 연출은 흥행의 요인이다. 그러나 작품이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임지연의 연기다. 판타지 설정은 배우가 설득하지 못하면 쉽게 유치해진다. 특히 '멋진 신세계'의 경우 조선 시대 악녀라는 설정을 현대극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임지연은 이를 특유의 밀도 높은 연기로 현실감 있게 구현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사극 말투와 현대극 호흡 사이를 오가는 임지연의 조율 능력이다. 강단심은 조선 시대 인물인 만큼 현대 사회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사극 말투를 사용한다. 잘못하면 과장되게 보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임지연은 호흡과 발성 눈빛까지 섬세하게 조율하며 마치 진짜 조선에서 온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렇다고 강단심을 단순히 '사극 캐릭터'처럼 소비하지도 않는다. 조선 시대 악녀 특유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면서도 21세기 사회에 적응하며 허둥대는 모습에서는 코믹한 매력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음식 하나를 보고 "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냐"라고 말하며 감탄하는 모습들은 자칫 과하면 유지할 수 있지만 임지연은 이를 사랑스럽게 풀어낸다.
특히 초반 강단심이 현대에 적응하는 과정은 작품의 중요한 관문이었다. 보통 타임슬립 작품에서 낯선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이 길어질 경우 쉽게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멋진 신세계'는 이를 비교적 빠르게 압축했고 임지연은 짧은 시간 안에 강단심이라는 인물의 서사를 설득해냈다.
임지연의 코믹 연기 강점도 다시 한번 빛난다. 본격적인 코믹 연기 첫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임지연은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확실히 웃긴다. 고시원에서 우연히 역사 강의를 보며 울고 웃고 분노하는 장면이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선 순간들은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임지연의 강점은 웃음에만 있지 않다. 작품이 설득력을 얻는 결정적인 이유는 감정선이다. 1회에서 강단심이 자신이 죽은 줄 알았다가 살아 있음을 깨닫는 순간 보여준 연기는 압도적이다. 짧은 순간 안에서도 혼란과 안도 슬픔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다.
1인 2역에 가까운 캐릭터 소화력 역시 돋보인다. 임지연은 과거 강단심일 때와 현재 신서리 안의 강단심일 때는 미묘하게 다르게 표현한다. 말투와 목소리의 높낮이, 시선 처리와 표정만으로도 오랜 시간이 흐른 캐릭터의 모습을 드러낸다. 설명하지 않아도 보이는 연기라는 점에서 임지연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허남준과의 호흡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혐관(혐오 관계)'으로 시작한 신서리와 차세계의 관계는 점차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로맨스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사 자체의 말맛도 살아 있지만 이를 리듬감 있게 주고받는 두 배우의 호흡이 몰입감을 더한다. 특히 임지연이 던지는 에너지를 허남준이 안정적으로 받아내며 두 사람만의 티키타카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서 임지연은 제작발표회에서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그 말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사극과 현대극, 코미디와 멜로, 카리스마와 허당미까지.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하며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이번에도 임지연은 해냈다.
'멋진 신세계'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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