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에스파가 보여준 'K팝 세계관'이 살아남는 법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5.15 00:00 / 수정: 2026.05.15 00:00
시즌 바뀔 때마다 기존 세계관 뒤엎는 새로운 설정 추가
연속성 희석시키며 대중적 접근과 골수팬의 만족 모두 충족
그룹 에스파의 닝닝 카리나 윈터 지젤(왼쪽부터)가 29일 두 번째 정규앨범로 컴백한다. 에스파는 현재 K팝 신에서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는 몇 안되는 그룹 중 하나다,/SM엔터테인먼트
그룹 에스파의 닝닝 카리나 윈터 지젤(왼쪽부터)가 29일 두 번째 정규앨범로 컴백한다. 에스파는 현재 K팝 신에서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는 몇 안되는 그룹 중 하나다,/SM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그룹 에스파(aespa)가 영리한 '세계관 활용법'으로 팬덤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연달에 성공하고 있다.

에스파(카리나 윈터 닝닝 지젤)가 29일 발매하는 두 번째 정규앨범 'LEMONADE(레모네이드)'는 간만에 이들이 특유의 '세계관'으로 돌아오는 작품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에스파는 데뷔 당시부터 SM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아티스트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SMCU(SM Culture Universe, SM 컬처 유니버스)' 시작이자 핵심으로 활동한 그룹이다.

그 덕에 이들은 '블랙맘바'나 '광야'로 대표되는 독특한 설정을 다수 가지고 있으며, 2022년 7월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Girls(걸스)'로 시즌1을, 2024년 10월 발표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Whiplash(위플래시)'로 시즌2를 마친 상태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SMCU'는 사실상 에스파 고유의 세계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아티스트를 세계관에 편입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시작한 'SMCU'였지만 기대보다 느린 진행과 타 그룹의 저조한 참여가 이어지며 에스파는 홀로 세계관을 이어가야 했고, 그 결과 이제 'SMCU'는 에스파 고유의 세계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그래서 에스파가 'SMCU'에 속하지 않은 'Dirty Work(더티 워크)'나 'Rich Man(리치 맨)'을 연달아 발표했을 때는 이들이 드디어 'SMCU'에서 탈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더군다나 'SMCU 시즌2'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첫 정규앨범 'Armage​ddon(아마겟돈)'의 앨범명은 '최후의 전쟁터' 혹은 '종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이런 예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에스파는 'LEMONADE'가 'SMCU 시즌3'를 시작하는 작품이라고 명시해 이 예측이 빗나갔음을 알렸다.

사실 에스파의 이런 '세계관' 고집은 다소 의아한 명이 있다. '세계관'과 '설정'은 현재 K팝 신에서 점점 힘을 잃고 있는 콘텐츠기 때문이다.

LEMONADE 선공개곡 WDA (Whole Different Animal)에는 지드래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에스파의 리드 싱글에 다른 회사 아티스트가 참여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SM엔터테인먼트
'LEMONADE' 선공개곡 'WDA (Whole Different Animal)'에는 지드래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에스파의 리드 싱글에 다른 회사 아티스트가 참여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SM엔터테인먼트

한때 '세계관'은 스타와 팬 사이에 소속감과 공감대를 형성해 빠르게 팬덤을 쌓고 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K팝 그룹에 필수 콘텐츠로 꼽혔다.

하지만 이런 '세계관'은 필연적으로 점점 분량이 방대해질 수 밖에 없고, 난해한 설정까지 늘어나면서 오히려 신규 유입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게다가 '세계관'에 맞추기 위해 아티스트의 음악이나 콘텐츠 등에 제한이 생기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나자 지금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복잡하고 방대한 세계관이나 설정을 부여하고 있는 K팝 그룹은 에스파나 빌리(Billlie) 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의 K팝 그룹은 '밈(meme)'이나 챌린지 등 숏폼에 최적화된 음악과 안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파는 꿋꿋하게 '세계관'을 이어가며 '세계관 장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에스파가 이처럼 꾸준히 세계관을 이어갈 수 있는 데에는 콘셉추얼한 면모는 이어가되 기존 세계관을 새로운 세계관으로 덮어씌워 버리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SMCU 시즌2'의 시작을 알린 'MY WORLD(마이 월드)'에서 에스파는 'KWANGYA'에서 'REAL WORLD'로 돌아왔다는 설정을 추가해 기존 세계관과 설정에서 벗어난 콘셉트와 음악들을 선보였고, 'Armage​ddon'에서는 '다중 우주'와 '완전한 나로 각성'이라는 내용을 추가해 세계관은 유지하면서 설정 충돌을 피했다.

이런 덮어쓰기는 세계관의 연속성을 희석시켜 라이트 팬의 진입장벽을 낮췄고 오랜 팬들 역시 에스파의 '세계관'을 하나의 흥미 요소 정도로만 즐길 뿐 철저한 콘셉트와 설정 유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또 에스파도 장르나 콘셉트, 가사 등의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수월하게 대중성을 확보했다.

'SMCU'의 세 번째 시즌을 알리는 두 번째 정규앨범 'LEMONADE' 이런 설정 덮어쓰기가 더욱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균열'과 '특이점'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기존 설정이나 세계관 충돌에 크게 개의치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파는 매 시즌마다 기존 세계관을 덮어쓰는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콘셉트나 장르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는 매 시즌마다 기존 세계관을 덮어쓰는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콘셉트나 장르 제약에서 벗어나고 있다./SM엔터테인먼트

이는 11일 발매된 'LEMONADE' 선공개곡 'WDA (Whole Different Animal)(홀 디퍼런트 애니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힙합 장르를 베이스로 하는 이 곡에서 에스파는 콘셉추얼한 면모는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날카로운 쇠맛'과 다른 '묵직한 쇠맛'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에스파의 리드 싱글에 피처링 아티스트가 참여한 것은 2023년 5월 발표한 'Welcome To MY World(웰컴 투 마이 월드)' 이후 'WDA (Whole Different Animal)'가 처음이다.

더군다나 'Welcome To MY World'의 피처링은 '에스파의 또 다른 자아'인 나이비스(nævis)가 맡은 만큼 'WDA (Whole Different Animal)'에 참여한 지드래곤이 '에스파의 리드 싱글에 참여한 첫 피처링 아티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파의 또 넓어진 활동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에스파는 '세계관'의 큰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어울리지 않으면 굳이 얽매이지 않고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유연한 활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중간을 취하는 영리한 '세계관' 활용법 덕에 에스파는 지금까지 팬덤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에 성공했고 'LEMONADE'에서도 이것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에스파가 보여준 'K팝에서 세계관이 살아남는 법'이 'LEMONADE'도 성공으로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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