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재원을 처음 눈여겨본 건 드라마 '열아홉 해달들' 때였다. 이후 특집이나 기획 기사 등을 통해 짧게나마 김재원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을 때면 그는 늘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과 팬들에 대한 애정을 빼놓지 않고 말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대세'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위치에 올라 다시 만난 김재원은 여전히 한결같았다. 장르와 캐릭터 구분 없이 다양한 도전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팬들 앞에서는 자신을 낮추며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김재원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시즌3(극본 송재정·김경란, 연출 이상엽)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유미(김고은 분)의 마지막 남자 순록 역으로 분한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5일 8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유미의 세포들' 시즌3는 스타 작가가 된 유미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등장하며 다시 한 번 웃고 울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재원은 "사실 너무 아쉽다. 팬들과 소통하는 앱을 통해 아쉬움의 장문 편지를 쓸 만큼 많은 정을 많이 줬던 캐릭터"라며 "그리고 유미의 관점에서 시즌1부터 쭉 따라온 오랜 시청자로서 유미가 순록이랑 평생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3는 국내 최초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결합하는 참신한 시도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시즌2 공개 후 무려 3년 만에 새 시즌으로 돌아온 가운데 앞선 시즌의 안보현 박진영에 이어 유미의 마지막 남자로 김재원이 낙점되며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에 김재원은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흡사 대가족에서 귀하게 자란 딸이 '내 남자친구야' 하고 일가친척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나가는 기분이었다. 원작 팬들의 판타지가 워낙 확고한 캐릭터라 걱정도 됐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큰 기회라고 느꼈다. 100%를 보여줄 거라면 200%를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극 중 신순록은 직장에서는 완벽한 '팩트 폭격기'지만, 집에서는 에너지를 아끼는 '저전력 모드'의 집돌이라는 반전 설정을 지닌 인물이다. 김재원은 이 캐릭터를 '계산 없는 직진남'으로 해석했다.
"순록이는 꼬임이 없는 인물이에요. 일할 때는 철저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벼락같이 꽂히는 순간 무조건 직진하죠. 진정한 상남자는 근육이나 목소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계산 없이 몸을 던지는 모습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 패기가 유미와 결혼까지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매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웃음)"
연기적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담백함'이었다. 연하남의 정석을 보여주되 자칫 느끼해 보일 수 있는 선은 경계했다. 그는 "느끼함과 설렘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다행히 우리 작품은 세포들이 마음을 다 설명해 주지 않나. 내가 표정을 최대한 덜어내고 담백하게 연기해도 세포들이 내 진심을 전해줄 거라 믿었다"고 고민과 해결법을 전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고은에 대해서는 존경과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김재원은 "내가 감사하게도 그동안 다수의 작품은 아니지만 신인치고 나름 굵은 작품들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다 보니 고은 누나를 포함해 여러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연기적으로도 현장에서 주연배우가 가져야 할 태도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고은 누나를 실제로 사랑해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누나가 워낙 러블리해서 귀엽게 보려고 노력했죠. 실제 누나가 쇼트커트를 했을 때 애니메이션 캐릭터 포뇨를 닮아서 친근하게 부르며 촬영하기도 했어요.(웃음)"

실제 김재원은 집돌이와는 거리가 먼 활동적인 성격이지만, 일이 끝난 뒤 느끼는 방전의 순간들을 순록에게 투영해 싱크로율을 높였다. 그는 "실제로는 밖에서 모든 취미를 다 즐기는 편이다. 그런 나도 일이 끝나면 방전되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그럴 때를 살리면 싱크로율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해 이 모습을 최대한 끌어내 녹여냈다. 덕분에 집돌이를 연기하는 게 크게 어렵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재원의 '프라임 세포'는 무엇일까. 그는 '이성 세포'와 '사랑 세포'를 꼽았다. 일을 할 때는 마음이 붕 뜨지 않도록 이성을 붙잡고, 인간으로서는 자신이 맡은 역할과 주변 사람들을 무한히 사랑하려 노력한다는 의미다.
"일을 할수록 사랑 세포가 커져요. 예전에는 제 역할만 하고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한 역할을 길게 끌고 가야 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작품과 캐릭터는 물론이고 스태프 한 분 한 분, 팀원 한 분 한 분을 더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해야 100% 나올 게 200%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가족의 조건 없는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뷰에서부터 줄곧 강조해온 '도전'에 대한 의지도 여전했다. '킹더랜드'의 연하남부터 '하이라키'의 날 선 긴장감, '옥씨부인전'의 사극까지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고 눈을 빛냈다.
"제 인생의 대원칙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작품을 선택할 때 1순위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입니다. 연기는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니까요. 로맨스가 잘 됐다고 해서 그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역할을 갈아 끼우는 생동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이처럼 김재원은 한 계단씩 단계를 밟아왔다. 단숨에 치고 올라가기보다 다양한 작품과 경험을 통해 쌓아 올린 성장형 배우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번 '유미의 세포들' 시즌3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물오른 기세를 이어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남자 주인공으로 올라서기 위한 명확한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작품은 김재원에게 있어 '가능성'이 아닌 '결과'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그리고 김재원은 많은 화제성과 인기로 주연 배우로서의 힘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앞으로 좀 더 나아가기 위한 그의 마음가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다행히 김재원은 이미 스스로 그 답을 내린 듯 보였다.
"앞으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임감이 깊다는 건 연기를 잘하고 싶은 열정과도 비례하고, 현장에서의 제 태도와도 비례할 거예요. 다시 말해 모든 건 책임감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 '책임감'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거운지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항상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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