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어느덧 데뷔 2주년을 넘긴 걸그룹 아일릿(ILLIT)에게 한층 단단해진 자신들만의 심지가 생겼다.
아일릿은 지난 4월 30일 미니 4집 'MAMIHLAPINATAPAI(마밀라피나타파이)'를 발매했다. 낯설고 오묘한 앨범명처럼 신보는 아일릿이 그간 독특한 매력의 음악으로 써내려온 서사의 가장 극적인 변곡점이자 1020 세대의 감성을 정교하게 파고드는 결과물이다. "너의 최애는 바로 나야!"라는 확신을 자신있게 드러내고, 또 그런 확신을 심어준다.
아일릿의 지난 2년은 쉼 없는 스펙트럼 확장의 연속이었다. 2024년 3월 데뷔곡 'Magnetic(마그네틱)'의 메가 히트로 첫 장을 연 이들은 'Cherish (My Love)(체리시(마이 러브))'로 톡톡 튀는 에너지를 발산했다. 주목할 지점은 2년 차인 2025년이다. 이들은 안정을 꿰하기보다 확실하게 다른 영역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물이 'Almond Chocolate(아몬드 초콜릿)' '빌려온 고양이', 'NOT CUTE ANYMORE(낫 큐트 애니모어)'다. 이는 엉뚱하면서도 자기주장이 확실한 독특한 색깔을 구축하는 담금질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번 미니 4집 'MAMIHLAPINATAPAI'는 그동안 쌓아온 아일릿의 정체성이 가장 뚜렷하게 발현한 앨범이다. 낯설지만 기분 좋은 자극이 있고, 새롭지만 단숨에 익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앨범명 'MAMIHLAPINATAPAI'는 서로 원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는 눈치싸움을 뜻한다. 이 오묘한 단어에서 시작된 이번 앨범은 타인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을 다뤘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생겨나는 설렘과 긴장감, 그 모호한 과도기 앞에서 아일릿은 주저하지 않는다. 이전보다 더 주체적이고 당당하다.
타이틀곡 'It's Me(잇츠 미)'는 이러한 아일릿의 거침없는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데뷔 후 처음 시도하는 테크노 장르를 입은 이 곡은 도입부부터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비트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듣는 이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고민이 깊어지는 찰나의 순간, 망설임 없이 내가 너의 '최애(bias)'라고 선언하는 발칙함은 아일릿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결합해 독보적인 에너지를 완성한다.

퍼포먼스와 비주얼 역시 궤를 같이한다. 시그니처인 '마법 소녀' 손동작에 리드미컬한 스텝, 뻔뻔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 연기를 더했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시선을 독차지하기 위해 엉뚱한 댄스 배틀을 벌이는 모습은 이전의 'NOT CUTE ANYMORE' 등에서 보여준 괴짜 같은 기묘한 매력의 연장선이자 진화다. 더불어 조금 이상하거나 튀어도 그게 모두 나라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마냥 귀엽고 밝은 게 아니라 그 안에 확고한 메시지를 심었다.
장르의 과감한 시도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같은 세대의 일상과 언어를 앨범 전반에 녹여낸 영리함이다. 아일릿은 5개의 트랙을 통해 대중의 취향을 다각도로 저격한다.
'GRWM (Get Ready With Me. 겟 레디 위드 미)'에서 드럼 앤 베이스 리듬 위로 뷰티 튜토리얼 같은 내밀한 일상을 나누고, 'paw, paw!(파우, 파우!)'에서는 일렉트로 팝의 묵직한 베이스 사운드에 반려동물과 애틋하게 교감한다. 여기에 조별 과제 앞의 눈치 게임을 아메리칸 팝 록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Mamihlapinatapai'와 어린 시절의 나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얼터너티브 팝 'Love, older you(러브, 올더 유)'까지 또래들이 겪는 유대감, 여유, 위로의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노래한다.
이 앨범은 아일릿이 차별화된 영역 구축하기에 매몰되지 않고, 또래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메신저로서 성장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음악과 표현에서 한계를 두지 않고 예측 불가한 매력을 쏟아내면서도 섬세하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들의 성장은 꽤 묵직해졌다. 모두의 '최애'가 되겠다는 이들의 당돌한 외침은 그저 귀여운 투정이 아니라 마땅한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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