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K팝 특이점' 코르티스, '새 시대의 시작' 될 수 있을까
  • 최현정 기자
  • 입력: 2026.04.23 10:00 / 수정: 2026.04.23 10:00
여러 장르 혼합해 독창적 사운드 선보여
대중적 인기 획득하며 'K팝 특이점'으로 자리잡아
그룹 코르티스의 건호 성현 제임스 마틴 주훈(왼쪽부터)이 20일 신곡 REDRED를 발표했다. 사진은 코르티스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GREENGREEN의 타이틀곡 REDRED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YOUNGCREATORCREW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이다./이새롬 기자
그룹 코르티스의 건호 성현 제임스 마틴 주훈(왼쪽부터)이 20일 신곡 'REDRED'를 발표했다. 사진은 코르티스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GREENGREEN'의 타이틀곡 'REDRED'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YOUNGCREATORCREW' 무대를 선보이는 모습이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2016년 개봉한 영화 '데드풀'에서 주인공 데드풀은 빌런 에이잭스를 향해 "지금부터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 90년대 말 음악계에 한 짓을 해줄 거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등장하는 림프 비즈킷은 1994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결성된 록 밴드로, 90년대 말부터 200년대 초중반까지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그만큼 논란과 안티를 양산한 밴드기도 하다.

물론 논란의 대부분은 림프 비즈킷의 프런트맨이자 보컬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의 경솔한 발언이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림프 비즈킷의 음악 역시 인기만큼이나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림프 비즈킷을 비난하는 주요 논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근본이 없다'다. 당시 미국 음악계는 콘(KoRn),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데프톤스(Deftones) 등을 필두로 하드코어 록 장르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닥터 드레(Dr. Dre)나 스눕독(Snoop Dogg), 에미넴(Eminem), 우탱클랜(Wu-Tang Clan) 등 힙합 뮤지션의 인기도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었다.

여기서 림프 비즈킷은 하드코어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 힙합적인 사운드와 랩을 진하게 더하는 독창적인 랩메탈을 앞세워 록과 힙합 양쪽 팬 모두에게 인기를 얻는 데에 성공했다. 림프 비즈킷 이전에도 에어로스미스(Aerosmith)와 런 DMC(Run DMC)의 'Walk This Way(워크 디스 웨이)'나 그룹 비스티보이스(Beastie Boys) 등이 록과 랩의 결합을 시도하긴 했지만, 밴드 내에 DJ를 정식 멤버로 들이고 하드코어 록과 힙합을 맛깔나게 섞어버린 림프 비즈킷의 음악은 이들 사례와는 또 달랐다. 그 덕분에 림프 비즈킷은 양쪽에서 인기를 얻는 동시에 록도 힙합도 아닌 어정쩡한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비난도 받아야 했다.

실제로 림프 비즈킷이 한창 인기를 얻을 당시 음악 전문 매거진에서는 이들의 음악을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할지 애를 먹기도 했으며, 림프 비즈킷도 한 인터뷰에서 "장르는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다. 그냥 핌프 록(Pimp Rock, Pimp는 포주의 의미)이라고 해도 상관없다"라고 말한 것이 와전돼 국내에서는 림프 비즈킷과 유사한 랩메탈이 핌프 록이라고 불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미국 밴드 림프 비즈킷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인기만큼 많은 비난도 동시에 받았다. 사진은 림프 비즈킷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Significant Other의 재킷 이미지다./유니버설뮤직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미국 밴드 림프 비즈킷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인기만큼 많은 비난도 동시에 받았다. 사진은 림프 비즈킷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Significant Other'의 재킷 이미지다./유니버설뮤직

그리고 림프 비즈킷이 큰 성공을 거두자 으레 그렇듯 이를 벤치마킹한 밴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의 상당수는 수준 미달이거나 뻔한 음악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으로, 이는 리스너들의 급격한 피로를 불러왔다.

더군다나 림프 비즈킷의 프레드 더스트도 "나는 메탈이 아닌 힙합 아티스트"라고 자칭하거나 밴드의 또 다른 핵심 멤버인 웨스 볼런드(Wes Borland)와 프레드 더스트의 불화로 팀 활동을 중단하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2000년대 록 신의 몰락을 불러오고 말았다.

데드풀이 말한 '림프 비즈킷이 90년대 말 음악계에 한 짓'은 결국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끝장을 내버리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데드풀'에서는 림프 비즈킷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림프 비즈킷의 등장은 꼭 나쁘게 볼 것도 없다. 밴드 너바나(Nirvana)의 보컬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사망한 이후 록 신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고 있었고 당시 음악계에 림프 비즈킷보다 더 강력한 인기를 얻고 영향력을 발휘한 밴드가 없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림프 비즈킷의 등장으로 비로소 뉴메탈이나 랩메탈 등의 장르가 확립됐고 그 덕에 린킨 파크(Linkin Park) 같은 위대한 밴드도 나올 수 있었으니 나름 음악사에 남을 대단한 공로를 세웠다고도 할 수 있다.

림프 비즈킷의 이야기를 길게 꺼낸 이유는 2026년 K팝계에서 바로 이 림프 비즈킷을 떠올리게 만드는 발칙한 신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빅히트 뮤직의 신인 코르티스(CORTIS)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이 선보인 작법은 여러 가지 장르를 혼합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림프 비즈킷과 상당히 닮았다. 다만 림프 비즈킷이 하드코어 록을 기반으로 힙합을 섞었다면, 코르티스는 반대로 힙합을 베이스로 록부터 팝, 일렉트로닉, 신스 등 다양한 장르를 가미해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차이다.

코르티스의 이런 독특한 작법은 지난해 9월 선보인 데뷔앨범 'COLOR OUTSIDE THE LINES(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에서부터 잘 드러나 있다.

수록곡 'Go!(고!)', 'What You Want(왓 유 원트)', 'FaSHioN(패션)' 등은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붐뱁, 트랩, 레이지, 사이키델릭 록, 팝, 일렉트로닉 등을 혼합해 전혀 다른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룹 코르티스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신곡 REDRED를 특정 장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REDRED에는 다양한 장르 요소가 혼재돼 있다./빅히트 뮤직
그룹 코르티스와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신곡 'REDRED'를 특정 장르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REDRED'에는 다양한 장르 요소가 혼재돼 있다./빅히트 뮤직

그리고 이들의 이런 실험과 시도는 20일 발매된 'REDRED(레드레드)'에서는 한층 더 두드러진다. 래핑 자체는 트랩을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운드는 디지코어나 하이퍼팝적인 접근이 가미됐고, 디스토션을 잔뜩 먹인 기타 리프같은 거친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개러지 록의 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또 묵직한 드럼의 타격감은 빅비트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REDRED'의 장르를 이 여러 장르 중에 딱 꼬집어 '이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각각의 장르적 특징이나 요소는 포함하고 있지만 하나에 완전히 치우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코르티스 멤버들과 소속사 빅히트 뮤직도 'REDRED'를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음악'이라며 '새로운 질감과 날것의 사운드'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코르티스의 이런 작법은 멤버들의 음악 취향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르티스 멤버들은 지난해 10월 <더팩트>에 '추석 연휴 듣기 좋은 추천곡'으로 마틴은 데프톤즈의 'My own summer(마이 오운 서머)', 주훈은 비틀스(The Beatles)의 'Strawberry Fields Forever(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 성현은 태양의 '눈, 코, 입', 제임스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e Way You Make Me Feel(더 웨이 유 메이크 미 필)', 건호는 진 도슨(Jean Dawson)의 'Rock A Bye Baby'를 추천했다.

이 곡들은 하드코어 록, 클래식 록, K팝, 팝 댄스, 디스코 스타일의 익스페리멘털 팝 등으로 장르가 모두 전혀 다르다. 이런 다양한 음악 취향을 가진 멤버가 모여 곡을 만든 덕분에 자연스럽게 'REDRED'같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음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코르티스의 이런 독창적 음악이 음악팬들에게 확실하게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르티스의 데뷔앨범 'COLOR OUTSIDE THE LINES'는 발매 후 첫 일주일 판매량은 약 43만 장에 그쳤지만,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이달 4일 판매량 207만 장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K팝 데뷔앨범 최다 판매량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앨범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에 좌우되기에 대부분의 물량이 발매 당일에 집중되는 편이다. 반면 코르티스는 앨범 발매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도 팬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코르티스의 음악 작법과 당대의 인기 등은 림프 비즈킷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에 코르티스가 K팝에 새로운 시대를 불러올지 관심이 커진다. 사진은 코르티스 마틴 주훈 건호 성현 제임스(왼쪽부터)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GREENGREEN 타이틀곡 REDRED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이새롬 기자
코르티스의 음악 작법과 당대의 인기 등은 림프 비즈킷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에 코르티스가 K팝에 새로운 시대를 불러올지 관심이 커진다. 사진은 코르티스 마틴 주훈 건호 성현 제임스(왼쪽부터)가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GREENGREEN' 타이틀곡 'REDRED'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이새롬 기자

종합해 보면 코르티스는 지금 당장은 규정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음악과 여러 장르를 섞어 하나로 만드는 특유의 작법, 당대의 엄청난 인기 등 '논란을 몰고 다녔다'는 점을 제외하면 림프 비즈킷의 초창기와 닮은 부분이 많다.

데드풀은 림프 비즈킷을 '하나의 시대를 끝낸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음악계에 특이점'을 가져와 '새로운 시대를 연 장본인'이라는 뜻도 된다.

이와 비슷하게 코르티스도 단 두 장의 EP로 'K팝의 특이점'이 되는 모양새다. 과연 코르티스가 자신들의 음악으로 'K팝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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