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관찰 예능이라더니…'X의 사생활'의 불편한 선 넘기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6.04.14 10:00 / 수정: 2026.04.14 10:00
반복되는 이혼 사유·콘셉트와 맞지 않은 연출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TV조선 예능프로그램 X의 사생활이 반복되는 자극적인 구조 때문에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TV조선
TV조선 예능프로그램 'X의 사생활'이 반복되는 자극적인 구조 때문에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TV조선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X의 사생활'이 내세운 건 분명했다. 이혼 후 서로의 일상을 돌아보며 감정을 정리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프로그램은 정리보다 재소환에 더 가까웠다. 관계를 마무리하기는커녕 과거의 상처를 다시 꺼내고 자극만 남기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한 TV조선 예능프로그램 'X의 사생활(엑스의 사생활)'은 이혼한 전 배우자(이하 'X')의 생활을 지켜보는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달콤했던 연애와 전쟁 같은 이혼을 지나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X'의 삶을 지켜본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됐다.

이른바 '이혼 부부들의 입장 정리 리얼리티'를 내세운 'X의 사생활'은 차마 묻지 못한 'X'의 근황, 특히 다른 이성을 만나는 모습을 통해 남아 있는 감정의 정체를 짚어보겠다고 내세웠다. 김구라와 장윤정이 진행을 맡고 천록담과 정경미가 패널로 함께해 출연진의 이야기를 지켜본다.

전 연인도 아닌 전 배우자의 일상을 지켜본다는 설정만으로도 'X의 사생활'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문제는 이 자극적인 설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이혼 이후 각자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차분히 따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X의 사생활'은 왜 헤어졌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 누가 더 큰 상처를 줬는지를 반복해서 끌어올리며 갈등을 소비하는 데 집중했다.

이혼 예능에서 이혼 사유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맥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X의 사생활'은 그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출연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하다가도 결국 다시 결혼 생활 당시의 갈등으로 되돌아간다. 관찰 예능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혼 과정의 이야기를 반복 재생하는 데 더 가깝다.

X의 사생활은 이혼한 전 배우자의 생활을 지켜보는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방송 화면 캡처
'X의 사생활'은 이혼한 전 배우자의 생활을 지켜보는 리얼 관찰 프로그램이다. /방송 화면 캡처

1, 2회에 등장한 박재현과 한혜주의 서사만 봐도 그렇다. 프로그램은 이혼 이후 각자의 삶을 보여준다고 했지만 실상은 결혼 생활 당시의 갈등을 복기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재현은 배우 생활을 접게 된 사정부터 경제적 어려움, 가정 내 불만까지 꺼내놓았고 한혜주는 시부모와의 갈등, 육아 과정에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3, 4회에 출연한 '투견 부부' 진현근과 길연주는 더 노골적이다. 이미 다른 이혼 예능을 통해 소비된 서사를 다시 꺼내 들고 사기 결혼 의혹과 빚, 폭력, 혼인취소소송 등 자극적인 키워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전 배우자의 삶을 관찰한다기보다 서로를 다시 심판대 위에 세우는 듯한 인상마저 남긴다.

패널들의 리액션 역시 출연자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데서 나오기보다 과거의 문제를 재단하는 데 집중한다. 누가 더 잘못했고 어떤 대응이 과격했는지를 단순히 리액션하다 보니 응원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쌓이지 않는다.

소개팅 장면의 활용도 마찬가지다. 전 배우자의 새로운 만남을 지켜보는 설정 자체는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닿아 있다. 이를 통해 질투 미련 안도 응원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X의 사생활'이 이 장면을 지나치게 연애 예능 문법으로 소비한다는 데 있다.

소개팅 상대의 등장 방식, 설렘을 유발하는 연출, 애프터 데이트를 중심에 놓는 구성은 이 프로그램이 정말 이혼 부부의 감정 정리에 관심이 있는지 되묻게 만든다. 정작 중심이 돼야 할 것은 전 부부의 이야기인데 화면은 소개팅 그 자체의 의미와 재미를 부각하는 데 더 바쁘다. 마치 '나는 솔로' 같은 연애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X의 사생활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방송 화면 캡처
'X의 사생활'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방송 화면 캡처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모호해진다. 전 배우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것인지 새로운 사랑을 자극적으로 구경하게 하려는 것인지 방향이 분명하지 않다. 결국 'X의 사생활'은 "전 배우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원초적 호기심만 전면에 내세운다.

이미 다른 이혼 예능으로 얼굴이 알려진 출연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점도 피로감을 키운다. 새로운 시선이나 다른 해석을 기대하기보다 익숙한 갈등을 다른 포장으로 다시 보는 느낌이 강하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소비된 서사를 또다시 끌고 오는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된다.

결국 'X의 사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콘셉트와 연출이 따로 논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은 입장 정리와 성장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흔들고 갈등을 연장한다. 전 배우자의 일상을 관찰한다고 하지만 정작 보여주는 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보다 왜 그 관계가 깨졌는지에 대한 끝없는 회상이다. 소개팅 역시 또 다른 볼거리로 소비될 뿐이다.

이혼은 누군가의 구경거리로 소비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뤄져야 한다. 하지만 'X의 사생활'은 그 경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편함만 남기고 있다.

'X의 사생활'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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